▲ 염기훈♥김정민 |
지난 5월 24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2 대 0 통쾌한 승리를 거둔 태극전사들. 승리의 기쁨을 나누며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칭찬과 격려의 말들로 시끌벅적한 버스 안. 아내 김정민 씨와 통화하던 ‘왼발의 달인’ 염기훈이 갑자기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아빠가 될 것이라는 행복한 소식을 접했기 때문. 김 씨는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기자에게 “현재 임신 7주째”라며 미소로 화답했다. “사실 아이를 굉장히 기다려왔다. 둘 다 아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결혼 6개월 만에 생긴 아기라 ‘신혼을 제대로 만끽 못 하겠다’는 반응도 있지만 우린 너무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는 김 씨의 얼굴엔 연신 웃음이 가득했다.
염기훈과의 만남은 김 씨 아버지 김성기 감독의 주선으로 시작됐다. 김 감독이 염기훈의 모교 강경상고 축구부 감독을 맡은 것. 염기훈은 휴가 때마다 맛있는 간식을 들고 모교를 찾아와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곤 했다. 아이들을 자상하게 챙기는 염기훈의 모습을 보면서 김성기 감독은 그를 남몰래 사윗감으로 점찍어 뒀다. 김 감독은 “한양대 코치 시절 지도하던 (김)남일이에게 딸 정민이와 만남을 성사시키란 지령을 내렸는데 남일이가 도와줘 결혼까지 가능했다”면서 “사위가 가족들에게 어찌나 자상하게 잘하는지 장모 사랑까지 독차지해 둘째딸도 사위처럼 자상한 축구선수와 결혼시킬 생각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 정성룡♥임미정 |
김 씨의 내조는 시부모를 또 한 차례 감동시켰다. 염기훈이 지난 2월 대표팀 소집훈련 중 왼발에 골절상을 입자 김 씨는 그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김 씨는 일본에서 재활 훈련 중인 염기훈의 모습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고, 식사 및 치료 내용을 일기장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아들 걱정에 잠 못 이룰 염기훈의 부모를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다. 염기훈의 어머니 정정숙 씨는 “일기장을 받아보고 고마운 마음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정민이가 있어 너무 든든하고 감사하다. 기훈이가 2개월 만에 완치한 것이 모두 ‘복덩이’ 며느리 덕분”이라며 웃음 지었다.
염기훈이 전지훈련을 떠난 2개월 동안 김 씨는 자진해서 논산으로 내려와 시부모와 함께 생활했다. 세 끼 식사 모두 김 씨가 준비했다. 음식을 잘 못해 처음엔 2시간 전부터 반찬 만들기에 돌입했다고. 아침은 새벽 6시부터 준비했다. 혹시 잠에서 깨실까 조심조심 까치발 세우고 음식을 만들었다.
▲ 오범석♥민수지 |
집에선 숨바꼭질, 젠가(보드게임), 오목을 두면서 남편과 알콩달콩 시간을 보낸단다. 남편이 바쁠 땐 다른 ‘왁스’들과 만나 수다를 떤다고. 특히 정성룡 아내 임미정 씨, 오범석 아내 민수지 씨 등 ‘선배 엄마’들과 절친한 사이다. 민 씨는 이미 5개월 된 아이의 엄마고, 임 씨 역시 6월 18일 오전 아들을 출산했기 때문이다.
염기훈과 정성룡은 남아공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다. 원래 친한 사이였던 둘은 ‘새내기 아빠’라는 공감대까지 형성됐다. 먼 곳에 아내와 아기를 두고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걱정과 부담도 함께 나눈다. 정성룡은 임 씨가 임신 기간 동안 겪은 이야기를 해주며 ‘선배 아빠’로서의 면모를 보인단다. 최근 염기훈이 정성룡에게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김 씨가 입덧이 심해 수박, 부드러운 빵 외에 음식을 먹지 못해 걱정이 됐기 때문. 정성룡은 임 씨가 입덧 기간이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염기훈에게 제대로 된 노하우를 전수해주지 못했단 후문이다.
지난 2008년 12월 정성룡과 결혼식을 올린 임미정 씨는 절세미인으로 유명하다. 어릴 때부터 모델의 꿈을 키워온 임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2005년 ‘엘리트모델룩 코리아’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동덕여자대학교 모델과에 입학해 미스코리아 대회에도 참가해 경남 진으로 선발됐다.
정성룡과 임 씨의 인연은 미니홈피로부터 시작됐다. 친구 미니홈피를 보던 중 그해 미스코리아 경남 진으로 선발된 임 씨의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했던 것. 정성룡의 부탁에 친구가 소개팅을 주선해 줬다. 첫 만남부터 서로 맘에 들었단다. 사진보다 더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임 씨를 보고 정성룡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임 씨 역시 그의 훤칠한 모습에 반했다는 후문. 둘은 첫 만남부터 식사, 영화보기, 바닷가 구경, 사주보기 등 빡빡한 데이트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로부터 약 2년 동안 임 씨는 경기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 그를 응원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주며 예비 신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정성룡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극진히 간호해 감동을 줬다. 홀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정성룡을 위해 임 씨는 스물한 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을 결심했고 양가 부모님의 동의 하에 결혼식 전에 미리 혼인신고를 했다. 그의 지인은 “연애 시절부터 결혼한 지금까지 정말 열렬하게 사랑하는 부부다. 홀어머니를 모시는 정성룡과 임미정 씨 모두 효자, 효녀다”면서 둘을 축복했다.
정성룡은 만삭의 아내 걱정에 하루에도 몇 번씩 임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랑이(태명)와 임 씨 걱정에 그라운드 위에 선 그의 어깨가 무겁다. 임 씨는 남편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듯, “내 걱정 말고 좋은 성적 거두고 최대한 늦게 돌아오라”며 응원메시지를 남겼다.
오범석과 민수지 씨의 첫 만남은 미용실에서였다. 김두현의 소개로 서울 압구정동의 한 미용실을 찾은 오범석에게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민 씨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미용실 안으로 들어왔던 것. 민 씨에게 한눈에 반한 오범석은 미용실 원장에게 소개받고 싶단 뜻을 비쳤고, 만남이 이루어졌다. 남자다우면서도 자상한 오범석에게 민 씨도 마음을 열었고 결국 지난해 6월 결혼에 골인했다. 김두현은 자신이 둘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며 이들의 결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오범석이 2008년 러시아리그 사마라 FC에 진출하면서 둘은 장거리 연애에 돌입했다. 반년 넘게 얼굴을 못 봤지만 둘의 사랑은 오히려 견고해졌다. 오범석은 러시아에서 시련의 기간을 보냈다. 구단이 월급을 주지 않아 러시아 축구협회에 제소를 하면서 구단과 마찰이 극에 달했던 것. 민 씨는 그런 오범석을 다독이고 격려하며 그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다. 그의 한 지인은 “연애할 때 두 달 가까이 얼굴을 못 본 적도 많았다. 이들을 보면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게 잘못된 말이란 걸 깨달았다”며 둘의 믿음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범석은 밖에선 무뚝뚝해 보이지만 집에선 한없이 자상하다. 한번은 염기훈과 그의 아내 김정민 씨가 오범석의 집에서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민 씨가 식사할 수 있도록 아들 주원이를 맡아 돌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김 씨는 “아들에게 한 입, 민 씨에게 한 입 먹이며 자신의 식사를 잊는 범석 오빠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자상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민 씨는 자신을 위해 그라운드에 오른다는 오범석에게 “부상 없이, 부담감 없이 실력 발휘를 하고 올 것이라 믿는다”며 응원메시지를 남겼다.
월드컵에 첫 출전한 태극전사 3인방. ‘새내기 왁스’의 빛나는 내조, 열렬한 응원에 그라운드에 내딛은 이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