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재현 CJ 회장이 잇달아 기업을 인수하는 등 확장 경영에 나서고 있어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 ||
CJ는 지난 6일 인터넷 게임포털업체인 플레너스를 8백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11일에는 중견 제약업체인 한일약품을 3백20억원을 주고 인수했고, 지난 1월 말에는 컨소시엄을 결성해 신동방을 2천1백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지난해 8월에는 1백20억원을 들여 중국에 동방CJ홈쇼핑이란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CJ는 올 들어 3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기업인수에 투입했다.
CJ의 몸집불리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1일 발표한 2004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CJ는 자산규모 기준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자산총액 4조9천억원으로 재계랭킹 23위를 기록했다. 대우건설그룹이나 LG전선그룹 등 모그룹에서 분리돼 새로 진입한 기업집단을 빼고는 20위권에서 가장 많은 계열사 증가를 기록한 것. CJ는 2003년 4월1일 기준으로 33개였던 계열사가 올 4월1일 기준으로 41개로 늘어났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인수한 플레너스나 한일약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증권가에선 CJ의 최근 행보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신규로 인수한 기업들이 대부분 기존 업종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플레너스 인수의 기본 성격이 플레너스의 영화사업부가 아닌 플레너스의 게임포털 부분이다. CJ가 플레너스 인수를 통해 기존의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와 온라인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 기존의 CJ홈쇼핑의 인터넷 쇼핑몰이나 영화 부분의 온라인 상영관 등 경쟁력 있는 인터넷포털과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한 분야가 많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CJ의 플레너스 인수를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CJ의 모기업이었던 삼성그룹과의 관계에서 바라보는 것. CJ는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삼성과 한때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삼성과 겹치는 사업은 되도록 피했다.
CJ엔터테인먼트 등 CJ의 영화사업도 삼성그룹에서 삼성영상사업단이 확실하게 정리된 뒤 드림웍스에 투자를 했다. 때문에 이번 인터넷포털과 게임 부분의 진출도 삼성쪽에서 e삼성 등 인터넷 사업을 정리한 뒤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
재계에선 삼성이 영화사업을 포기한 것을 확인한 뒤 드림웍스 지분출자 등 영화사업에 풀베팅했던 CJ의 전례에 비춰 이번 인터넷 분야에 대한 CJ의 본격적인 투자도 삼성이 이 분야에 확실히 손을 뗐다는 증표와 함께 CJ가 인터넷 게임포털 산업에 풀베팅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플레너스를 인수한 CJ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재벌의 진출에 인터넷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CJ가 인터넷쪽에 본격 진출하면서 삼성이 재진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받았을 것이고, 과거 드림웍스에 대한 투자 때처럼 막대한 현금을 쏟아부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과 정면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것.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CJ가 삼성과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중복되지 않지만 삼성 이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회장이 이끄는 <중앙일보>와 사업분야가 겹치게 됐다는 점이다. CJ는 지난해 12월 말 자회사인 CJ미디어를 통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중앙일보>는 큐채널이라는 다큐멘터리 채널을 운영하는 등 인쇄매체나 인터넷 뉴스포털에 그치지 않고 방송 진출에 대한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는 CJ미디어를 통해 엠넷(m.net)이나 홈CGV, 푸드채널 등 10여 개의 채널을 운영해 멀티미디어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CJ와 <중앙일보> 간에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CJ의 최근 인수 기업목록을 보면 대부분 기존 주력 업종을 강화하거나 보완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동방 인수는 CJ의 전분당 사업 강화에 도움이 되고 주력사업분야인 대두유 시장에서 신동방이 다른 회사로 넘어감으로써 경쟁자의 출현을 원천봉쇄하는 이중의 카드라는 것. 또 한일약품 인수는 주사제 등 의약품 사업부가 있는 CJ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잇단 기업 인수 를 받쳐줄 만한 자금이 CJ에게 있느냐는 점이다. CJ는 주력기업인 (주)CJ의 부채비율이 104.7%이고, 유보율이 880%에 달한다. 현금 유동성은 풍부하다는 얘기.
하지만 올해 신규 기업인수에 투입한 자금이 3천억원이 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삼성증권은 CJ가 플레너스를 인수한 것에 대해 ‘중립적’ 또는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넷마블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고, 계열회사에 대한 추가지원 성격이라는 점, 그리고 또 이번 인수가 2002년 이후 계속되는 부채 감소 효과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JP모건도 플레너스 인수 발표 이후 CJ에 대한 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바꿨다.
그러나 현대증권은 호재로 평가했다. 순이익률이나 유보율이 좋지만 몇 년째 매출액 증가율이 정체상태에 빠져있는 CJ는 그룹의 양대축인 식품사업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볼륨을 키우는 인수합병 전략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었다.
재벌 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창립 50주년을 넘기면서 시작된 이재현 회장의 CJ그룹 몸집불리기 전략이 어떻게 진행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