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은 한강 반포지구에서 ‘플로팅 아일랜드 거리 응원전’을 펼쳤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상업화 논란은 거리 응원의 메카, 서울광장에서 시작됐다. 지난 4월 서울시와 SK텔레콤 간에 이면계약이 있었단 주장이 불거져 나왔다. 서울시가 SK텔레콤과 ‘디자인 서울’ 홍보를 위해 손을 잡을 당시 협약서에 월드컵 응원 협력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 단순한 상호 협력 조항이긴 했으나 ‘월드컵 기간 동안 SK텔레콤이 단독으로 광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배려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셌다. 게다가 KT와 응원가 음반을 제작한 붉은악마에게 ‘특정 기업을 연상시키는 응원가를 부르지 말 것’을 요구했단 주장이 일었다. 붉은악마는 ‘상업화 현장에서 벗어나 순수한 거리 응원을 하겠다’는 이유로 광장 응원 불참 의사를 밝혔고 SK텔레콤과 서울시를 향한 비난의 여론이 더욱 높아졌다. 결국 서울시는 서울광장 응원에서 기업 광고를 금지하고 응원가 제약도 푸는 중재안을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광장 응원 후원을 원하는 기업들의 신청을 받았는데 SK텔레콤에 특혜를 줬다는 말은 억측이다. 사실 중소기업 신청도 몇 건 있었지만 일체의 기업 브랜딩 및 슬로건 노출 금지 방침을 내걸자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며 나설 수 있는 곳은 대기업뿐이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붉은악마는 KT와의 서울광장 밀약설에 휘말렸다. 붉은악마 손형오 홍보팀장은 “붉은악마는 기업 후원을 받지 않는다. KT와의 음반제작으로 붉은악마에겐 약 2%의 수익금이 발생하는 데 수익금 전액은 붉은악마를 거치지 않고 KT를 통해 자동적으로 축구발전기금으로 기증된다”며 “예전에 머플러를 팔아 남은 2억 원의 수익금을 중국 연변 축구팀에 기증한 바 있다”며 오해를 불식시켰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빌려주는 대가로 거액을 챙긴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 사용료는 조례에 따라 제곱미터(㎡)당 10원이다. 거기에 주간엔 시간당 13만 원, 야간엔 16만 9000원의 추가 비용을 받는다. 전광판 설치, 경호 및 안전비용은 후원 기업이 나눠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영동대로ㆍ한강 반포지구
브랜드 노출 및 광고 없이 서울광장 응원 비용만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 기업들은 서둘러 다른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대안은 코엑스 앞 영동대로였다. SBS는 먼저 강남구청에 장소 협조를 구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강남 주민의 70~80%가 거리 응원 장소 선정에 찬성, 서울광장처럼 강남에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리 응원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겼다”며 “후원을 원하는 기업의 신청을 받은 적은 없고 모든 비용과 후원사 선정은 SBS가 주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안전에 관해 협조 의사를 밝혔고 KT가 추가로 후원에 나섰다. 게다가 SBS가 붉은악마에 먼저 손을 내밀어 자유로운 응원 보장을 약속하면서 코엑스 앞 영동대로는 새로운 거리 응원 장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업 로고가 적힌 응원막대 및 홍보 용품들이 눈에 띄면서 영동대로가 기업들의 홍보 무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었고 붉은악마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서울광장 외에 올림픽 공원 등 현대자동차가 주관한 15곳에선 브랜드 활동이 가능했다. 코엑스 앞은 우리가 주관한 데 반해 붉은악마는 봉은사 앞에서 응원을 진행해 위치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논란을 잠재웠다.
SK텔레콤은 한강 반포지구에서 ‘플로팅 아일랜드 거리 응원전’을 펼쳤다. 기업 브랜딩 및 슬로건 노출 금지 방침에 따라 현장에선 광고 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CF를 통해 반포지구에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외치자며 광고를 내보내 간접 홍보를 노린단 비판도 있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월드컵은 국민의 축제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만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노 브랜드-노 마케팅’으로 거리 응원을 주도했다. 상업주의에 동조하지 않기 위함이다”고 일축했다.
#월드컵경기장ㆍ왕십리 광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거리 응원 장소로 정해지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서울시 산하인 TBS교통방송이 주최했지만 단독으로 진행하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 현대자동차 거리 응원전 공모에 참여할까 고심하는 상황에서 후원 업체가 선정됐다. 그러나 후원 업체가 수억 원대의 SBS 중계 전시권 등을 감당하지 못해 선납금을 포기한 채 발길을 돌렸다. 결국 시스템 및 안전 비용을 고스란히 교통방송이 부담했다.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의 마케팅 제안도 잇달았다. 교통방송 관계자는 “상품 시음 행사 등 다양한 연락이 왔지만 상업화 논란을 빚기 싫어 거절했다”며 “대신 기아대책기구, 저작권 협회의 클린 캠페인 등 공익적 행사는 허락했다”고 전했다.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장소를 찾고자 신경전을 벌이던 기업들은 상업화된 거리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눈치를 살피다 ‘사회적 기여’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덕분에 서울의 주요 거리는 기업 로고 대신 순수한 응원의 열기로 넘실거릴 수 있었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생필품 인기 ‘짱’
길거리 응원 현장마다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운집해 길거리 응원을 벌이다 보니 각 기업의 마케팅 전쟁도 치열했다. 광고 등의 직접적인 마케팅이 금지된 상황에서 각 기업체들은 각종 응원용품을 통해 마케팅 전략에 나선 것. 손바닥 모양의 풍선, 막대 풍선 등의 응원도구를 비롯해 방석 풍선, 부채, 쓰레기 수거용 봉투, 생수 등의 응원 편의 용품 등을 무상으로 나눠줬는데 모두 기업체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것들이다.
길거리 응원에 동참한 시민들 역시 대형 스크린을 통한 광고를 줄이고 다양한 응원 용품과 편의 용품을 나눠주는 방식의 광고가 늘어난 데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