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태 사장. |
또 검찰이 남 사장의 유임 로비 의혹에 대해 조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했으나 돌연 윗선의 압력으로 수사가 중단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남 사장이 유임을 위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중 일부가 여권 실세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천 회장이 연루된 측근 비리를 넘어 정권 실세와 대통령 친인척까지 동원된 권력형 게이트로 확전될 조짐이 일고 있는 ‘남상태 유임 로비’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유임 로비’ 사건은 검찰이 대우조선해양(대우) 협력사인 I 사의 납품 과정 및 자금흐름을 조사하면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지난 6월 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I 사 대표이사인 이 아무개 회장이 2004~2008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서 500억 원대 선급금을 받아 그 가운데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정황을 잡고 관련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K 사의 주식 보유자 가운데 여권 주변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치권 주변에선 남 사장이 I 사를 통해 마련된 비자금 등으로 현 정권 실세들에게 유임 로비를 펼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천신일 회장의 자녀 3명이 K 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천 회장은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천 회장이 연루된 개인 비리 사건을 넘어 권력형 게이트로 사건을 확전시켰다. 강기정 의원은 7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강 의원은 이날 “대우의 협력업체가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그 중 수십억 원이 남상태 사장에게 돌아갔고, 그 중 일부가 재임 로비에 쓰였을 것”이라며 “그 로비에 나선 사람이 천신일 회장과 여권 실세 A 씨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초 대우의 협력업체 I 사의 납품과정 및 자금흐름에 대해 수사를 하다 I 사 이 회장의 관련계좌를 추적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지난 2004~2008년 대우에서 500억 원대의 선급금 형식의 사실상의 특혜를 받고, 그 가운데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한 검찰은 이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를 원청업체인 대우의 남상태 사장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남 사장이 I 사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을 자신의 사장 연임 청탁과 함께 여권 실세 등에게 살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 의원은 주장했다.
하지만 남 사장이 실제로 협력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와 여권 실세를 상대로 연임 로비를 시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진행된 대우 수사 당시 포착된 협력업체 비리 의혹 사건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원론적인 답변 외에 남 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및 유임 로비 실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의혹이 일자 대우 측은 7월 7일 해명자료를 통해 “민주당과 언론에서 제기된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은 일체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또 “일부 보도에서 거명된 정권 실세라는 인사가 자녀 명의로 당사 협력업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개인적인 문제로 회사 측은 주식 보유 경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우 측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 사장 유임 로비 의혹은 비자금 조성 및 여권 실세 로비설과 맞물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남 사장이 현 정권 출범 후인 지난해 3월에 연임이 결정된 배경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우의 대주주가 산업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장 임명권은 사실상 정권이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정황에서 남 사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 정권 실세들과의 친분 내지는 검은 커넥션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천 회장의 자녀 3명이 I 사 이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K 사의 주식을 무려 10만 주(시가 30억 원대)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도 석연치 않다.
<일요신문>이 확보한 I 사와 K 사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창원시 웅남동에 본점을 두고 있는 K 사는 1995년 7월 철구조물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K 사는 이후 2006년 6월 무역업, 조선기자재 및 산업기계기자재 제조 판매업 등을 추가하며 조선업계와 협력업체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K 사는 대우에 조선기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I 사는 K 사보다 늦은 2001년 1월 설립됐다. 경남 거제시에 본점을 둔 I 사는 설립 당시부터 조선기자재 및 산업기계자재 제조 판매업을 주 목적으로 대우 등 조선업계와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
대우가 500억 원이 넘는 선수금을 지원하는 등 이 업체에 과도한 자금과 물량을 지원한 것도 2008년 무렵이다. 남 사장과 이 회장 간의 검은 뒷거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I 사와 천 회장 자녀 3명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K 사 모두 이 회장의 영향력 하에 있는 회사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강 의원이 남 사장의 여권 로비 창구로 천 회장을 지목하고 있는 것은 그의 자녀들이 K 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 사장의 유임 로비 의혹 이면에는 이른바 ‘남상태-천신일-여권 실세’로 이어지는 검은 삼각커넥션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야권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이 남 사장 유임 로비 사건을 넘어 이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로 확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강기정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남상태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번 사건은 대통령 친인척 권력 비리 가능성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로비 대상이 이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의혹도 있다”며 이 대통령의 친인척인 A 씨를 겨냥하기도 했다.
대우 상임고문인 O H J 씨가 여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도 권력형 게이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O 씨는 여권 핵심 실세인 L 씨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포라인(영일 포항 출신 인사들)이라는 얘기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또 J 씨의 경우 포항 연합 향우회 핵심 간부를 역임하는 등 여권 실세들과 두루 친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들 상임고문들이 남 사장의 여권 로비 창구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란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남상태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 외압 의혹은 권력형 게이트로 진화할지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기정 의원은 “내부 제보자에 따르면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6월 15일 수사 종료를 결정하기 전까지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작성했으나 실제 청구는 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있다”며 “영장 청구와 관련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검찰 수사중단에 대한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1일 법무부에 남상태 사장의 출국금지 여부 및 대우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지연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공개 질의서를 보냈으나 법무부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대우 협력업체 비리 사건에서 촉발된 남 사장의 유임 로비 의혹 사건이 천 회장과 여권 실세, 나아가 대통령 친인척까지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것인가. 정치권의 이목이 검찰청사로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