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N 아크로드(왼쪽), 엔씨 리니지2 | ||
시장이 평정된 지금, 인터넷 시장에서는 생존자들의 사활을 건 마지막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어차피 황제는 하나다. 내가 죽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죽여야 하는 약육강식의 시장원리. 생존을 건 마지막 전쟁에 나선 곳은 다음, NHN, 엔씨소프트, 웹젠 등이다. 이들을 가리켜 인터넷시장에서는 ‘온라인 4대 천왕’이라고 불린다. 특히 이들의 전쟁은 인터넷 수익모델의 영역파괴가 가속화됨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동안 인터넷시장은 수익모델이 확고한 포털과 게임사이트에 의해 주도됐다. 다음과 NHN이 포털의 선두주자였고, 엔씨소프트와 웹젠은 게임의 대표선수였다.
인터넷 포털의 경우 검색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포털업체 ‘네이버’ NHN의 이해진 부사장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의 경쟁구도가 펼쳐졌다. 게임시장에서는 ‘리니지’ 게임을 제공하는 엔씨소프트와 ‘뮤’를 선보인 웹젠의 대결이 늘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포털업체와 게임업체의 영역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포털업체 NHN이 게임사업 진출을 공식화한데 이어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포털 게임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다음과 웹젠도 영역 파괴를 선언했다.
그러면 제2차 인터넷 빅뱅시대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매출 규모를 보면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웹젠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엔씨소프트가 1천6백65억원, NHN 1천6백63억원, 다음 1천4백14억원, 웹젠 5백6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와 NHN의 매출차가 미미한 편이고, 다음과 웹젠은 이들에 비해 다소 처진 형국.
그러나 순익 상황은 다르다. 매출 순위 2위인 NHN이 순익이 가장 높은 반면, 매출 1위인 엔씨소프트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NHN은 5백55억원, 웹젠 3백34억원, 엔씨소프트 3백16억원, 다음 2백52억원.
최근의 사업팽창 속도에서는 단연 NHN이 두드러진다. NHN은 지난 2002년 순익이 2백29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배나 껑충 뛰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2년과 비슷한 규모.
눈길을 끄는 것은 업계선두를 고수하던 다음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점. 웹젠도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두권과는 아직 격차가 큰 편이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업계에서는 향후 인터넷시장의 지존자리는 엔씨소프트와 NHN의 2파전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도전장을 던진 곳은 엔씨소프트. 그동안 엔씨소프트는 롤플레잉게임으로 분류되는 ‘리니지’와 ‘리니지 2’ 등을 출시하면서 인기몰이를 하다가 한계를 느껴 지난해 7월부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제휴를 맺고 실시간 메신저를 통해 게임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진중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차세대 미디어는 게임이나 인터넷이 아니라, 컴퓨터 상에서 실시간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는 메신저 서비스”라며 “메신저를 통해 메일, 정보검색, 게임 등을 총망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서비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를 위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7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지속적인 교류를 벌인 끝에 자사의 게임팀과 제휴를 체결, 현재 이 메신저를 통해 인터넷 게임 ‘맞고’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올해 상반기 중에 정식으로 상용화될 예정.
게임업체의 포털분야 침범에 대해 인터넷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포털업체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를 기점으로 게임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며, 도전장을 던진 상태.
정보검색 ‘네이버’로 포털업체 1위를 달리고 있는 NHN은 이번 기회에 게임시장을 석권, 인터넷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며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NHN은 엔씨소프트와 비슷한 형태인 롤플레잉 게임을 오는 5월 중에 선보일 예정.
NHN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정보검색만을 하는 포털 사이트로 인식됐지만, 게임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며 “오는 5월 첫 게임인 ‘아크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NHN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아크로드’라는 게임은 기존에 NHN이 제공한 인터넷 포털 게임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 NHN은 예전부터 인터넷 게임포털 ‘한게임’을 통해 게임산업과의 거리를 계속 좁혀왔지만, 이번에는 전문 게임을 출시, 게임 시장을 아예 석권한다는 야심이다.
NHN 관계자는 “올해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한-중-일 3국을 게임으로 통일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NHN은 일본 법인인 한게임재팬 이외에도 중국 게임포털 업체와 손을 잡고 한게임차이나를 설립할 계획.
또 다른 포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포털 사업 이외에 게임다음 등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다음은 온라인 음악사이트인 ‘벅스뮤직’을 인수하기 위해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사업영역이 무너진 인터넷시장에서 2차 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