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저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야구선수도 공인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나름 이름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기사화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부상 정도와 상태, 앞으로의 경과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제 야구 인생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포장하고 확대한 기사들이 나온 부분에 대해선 솔직히 서운한 마음이 컸습니다. 어쩌면 손가락 부상보다도 그런 기사들이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부상당한 지 이틀 뒤에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현지 기자들이랑 간단히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대신 재활을 한다고 결정 난 뒤에는 어떤 기자하고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지난주에는 클리블랜드팀이 원정 경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기자들을 홈구장 클럽하우스에서 만날 수는 없었겠죠. 그런데 현지 기자 중 한 사람은 절 만났다고 기사를 썼더라고요.
지난 일주일이 마치 1년이 더 넘는 듯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심적 괴로움이 극에 달했지만 그래도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제 팬카페 회원 분들이 보여준 격려와 따뜻한 응원의 글이었어요. 그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절 진정으로 아끼고 걱정하고 염려해주는 팬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던 제가 그 글들을 보면서 용기도 얻고 힘도 낼 수 있었습니다. 올 시즌 마치고 귀국하면 꼭 시간 내서 팬 분들을 만나 직접 인사도 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요즘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건 손가락 통증이 거의 사라졌고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어제 팀 닥터가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하면서 이런 얘기를 전했습니다. 지금처럼 상태가 호전될 경우 이번주 월요일(7월 12일)부터 작은 방망이로 스윙 연습을 해보다 손가락에 통증이 없고 부상 부위가 완전히 나아졌다고 판단되면 주말 정도에 운동장에서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 계속 이 상태로 나간다면 다음주에는 확실히 복귀할 수 있다고 하니 좋은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겠죠?
MRI를 찍고 팀 닥터와 상의 끝에 수술이 아닌 재활을 결정했을 때에는 여러 가지 고민이 뒤따랐습니다. 의사 말로는 수술하고 25%가 7주 만에 컴백이 가능하고, 50% 정도는 7~9주 사이, 그리고 15% 정도가 9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어요. 만약 제가 50% 정도에 해당돼서 9월 중에 컴백할 경우 시즌 종료까지 약 3주 정도가 남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3주 동안 제가 몇 게임이나 뛸 수 있을까요. 그래서 고민했던 부분이 어차피 이번 시즌을 접어야 한다면 우선 재활부터 해보고 수술을 해도 늦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재활로 2주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수술을 해도 시즌을 마무리한 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얘기였죠.
그런데 재활 과정이 예상한 것보다 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부상 부위도 많이 호전된 것 같아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아프고 나니까 주위에서 여러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말이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쉼 없이 달려오기만 했던 올 시즌에 잠시 휴가를 얻은 것이라고 편하게 마음먹고 야구를, 인생을 보는 시각을 좀 더 넓혀 보려고 합니다. 걱정해주시고 응원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클리블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