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1일 경기도민 인식조사에서 결혼과 자녀에 대한 긍정인식이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양육비, 사교육비 등 경제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저어하는 대표적인 이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이 지옥을 내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잖아요’라고 말 하는 청년들을 정말 많이 만난다”며 “시대는 다르지만 그 절박함의 깊이를 모르지 않기에 정말 마음 아픈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한켠에선 출생률을 이야기하며 청년들의 인식 변화를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분명히 사회문화적 인식의 변화는 느껴진다. ‘근대적 개인‘을 중시하고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세대적 흐름에 다르지 않다”고 말한 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존중해야 할 변화 양상”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결국 주권자의 삶을 지키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며 “개개인의 선택과는 별개로 결혼과 양육을 선택하지 ‘못’하는 시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양육의 문제도 기업, 국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북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떼파파’는 여성과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국가정책과 기업문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 뒤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변화하는 사회 인식에 주목하면서도 다시금 국가의 역할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라며 “결혼과 출산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뒤 “결혼이 주는 충만함과 안정감, 나아가 아이 키우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주권자의 소박한 소망은 국가가 마땅히 지켜내야 할 책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날 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결혼, 자녀, 저출생’과 관련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5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조사 시 63%, 2019년 54%보다 낮은 수치다. 응답자 가운데 20~40대 연령대를 살펴보면, ‘결혼을 해야 하느냐’에 ‘그렇다’라는 응답이 47%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20~40대 여성 응답은 각각 32%, 40%, 40%로 더 낮았다.
또한 ‘자녀가 있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65%가 ‘그렇다’고 답해 2017년(74%), 2019년(69%)에 비해 긍정 답변이 줄었다. 20~40대는 58%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이 역시 20~40대 여성 응답은 각각 42%, 51%, 59%로 낮게 조사됐다.
비혼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집값, 전월세 등 과도한 주거비용 부담(31%)이 1순위로 지목됐다. 이는 작년(25%)보다 6%p 증가한 결과로 최근의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반영된 것으로 도는 분석했다. 이어 ▲출산·양육 부담(25%) ▲개인의 삶·여가 중시(18%) 등이 높았다.
이와 함께 도민의 86%는 우리사회 저출생 문제를 ‘심각하다’고 바라봤다. 저출생의 원인으로는 ▲양육비·사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33%)을 1순위로 꼽았다. 다음으로 ▲집값 등 과도한 주거비용(18%) ▲개인의 삶 중시(13%) 순으로 높았다. 집값, 양육비용 등 경제적인 부분이 도민의 출산·양육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녀간 인식차도 두드러졌다. 남성은 ▲과도한 주거비용(24%)을 여성(12%)에 비해 2배 높게, 여성은 ▲개인의 삶 중시(16%)를 남성(10%)에 비해 높게 택했다. 특히 ▲여성 육아부담 편중은 여성(12%)이 남성(3%)에 비해 4배 높았다.
가장 시급한 저출생 대책으로는 ▲고용안정·주거지원 등 안정적 기반마련 지원(36%)이 꼽혔고, 다음으로 ▲아동수당, 의료비, 교육비 등 경제적 지원(18%)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확충, 돌봄서비스 확대(16%)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등 아이 돌보는 시간 보장(15%) 순으로 높았다.
홍지선 도 도시주택실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거안정 문제’를 토로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는데, 경기도의 기본주택이 저출생 문제의 유의미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류인권 도 정책기획관은 “경기도는 성평등한 육아환경 조성과 일·생활 균형 플랫폼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경기도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2%p다.
손시권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