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이 최근 김해지역 농촌에 투기한 불법폐기물 모습. 사진=정민규 기자
[울산=일요신문] 불법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토지주에 무한책임을 지우는 현행법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2018년 5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동두천의 한 조폭조직원들을 검거하면서 이들이 사업장 폐기물을 파주시 일대에 무단투기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폐의류 재활용 사업이라고 토지주를 속여 잡종지 등 18곳을 단기계약하고 5m 정도의 가림막을 설치한 후 집중적으로 폐기물을 불법 투기한 것이다. 당시 4만5000t을 버린 일당은 66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일당을 검거하고도 해당 현장의 폐기물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어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법인 폐기물관리법 제48조제1항에서는 불법폐기물을 발생시킨 자 등 각 호에 해당하는 대상자가 토지정화의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법 제9호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자기 소유의 토지 사용을 허용한 경우 불법폐기물이 버려지거나 매립된 토지의 소유자’도 폐기물 처리의무를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의 규정대로 지자체에서는 토지주에게 처리명령을 부과하고 있지만, 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 입장으로서 토지주 역시 막대한 처리비용 부담이 억울한 셈이다.
서범수 의원실이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와 함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 파주 사례를 제외하고도 인천, 부산, 전북에서도 동일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토지주가 있었고, 이들의 피해금액이 4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폭력배의 사기 수법으로 20억원 상당의 폐기물 처리를 떠안게 된 경기도의 한 토지주는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재판까지 청구했지만 이렇다 할 구제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서범수 국회의원(행정안전위원회)은 지난 11일 부적정폐기물(불법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토지주에 무한 책임을 부여하는 현행법을 개정하는 등의 내용으로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건 발의했다.
서범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토지주의 토양 정화 책임에 있어 토지 사용을 허용한 용도와 다르게 토지가 사용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부적정처리폐기물의 발생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의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덧붙여 토지주가 오염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일부 면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서범수 의원은 “이미 토양환경보전법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토지주의 정화책임을 귀책정도에 따라 명하도록 정하도록 있다”며 “현행법이 오염발생의 원인제공자 여부와 상관없이 토지주에게 정화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은 모순된 부분”이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범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개정안에는 구자근, 김예지, 김희곤, 박덕흠, 박대수, 엄태영, 이종배, 지성호, 최형두, 황보승희 의원이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한편 서범수 의원은 무기성오니를 재활용할 때 농지법에 따른 농지가 오염되지 않도록 재활용 지역을 제한하는 취지의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함께 발의했다.
김기봉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