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올스타에 뽑힌 롯데 선수와 감독. 사진 왼쪽부터 로이스터 감독 이대호 박기혁 송승준 조성환 가르시아 홍성흔 김주찬.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홍성흔 역대 최다 득표
7월 12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 ‘올스타전 베스트10’ 투표 최종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6월 1일부터 7월 11일까지 41일간 전국의 야구장과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시행된 ‘올스타 베스트 10’ 투표는 지난해보다 투표 기간이 1주일이나 줄고, 남아공월드컵과 장마 등이 겹치며 다소 저조한 투표율이 예상됐다. 그러나 최종 162만 2472표를 기록하며 지난해 140만 1532표를 넘어서는 역대 최다 득표수 신기록을 세웠다.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은 홍성흔(롯데)도 신기록을 세우긴 마찬가지였다. 이스턴리그 지명타자 부문에서 총 유효투표수 162만 2472표 가운데 50.4%인 81만 8269표를 획득한 홍성흔은 지난해 김현수(두산)가 기록한 종전 최다 득표 기록(76만 1290표)을 훌쩍 뛰어넘으며 역대 최다 득표로 ‘별중의 별’이 됐다.
홍성흔은 “팬의 성화에 화답하는 의미로 깜짝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라며 “어떤 퍼포먼스를 할지는 올스타전 당일까지 비밀”이라며 특유의 넉살을 부렸다. 홍성흔은 지난해 올스타전서 금발의 긴 머리 가발을 쓰고 타석에 나왔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는 가수 비의 ‘레이니즘’에 맞춘 멋진 춤을 선보인 바 있다.
이스턴리그의 최고 인기선수가 홍성흔이었다면 웨스턴리그는 류현진(한화)이었다. 류현진은 77만 9938표를 얻어 웨스턴리그 최다 득표자가 됐다. 2007년 처음 올스타에 뽑히고 2008, 2009년 윤석민(KIA)에게 투수부문 1위 자리를 내줬던 류현진은 이로써 3년 만에 선발투수 자리를 되찾았다.
조정훈(롯데)은 이스턴리그 투수 부문에서 62만 9815표를 획득해 처음으로 올스타 베스트 10에 선정됐다. 그러나 류현진과의 선발 맞대결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현재 팔꿈치가 좋지 않아 개점휴업 중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로는 카림 가르시아(롯데)와 더그 클락(넥센)이 베스트 10에 뽑혔다. 두 선수는 양쪽리그 외야수 부문에서 팬 투표 1위를 차지하며, 팬 사랑엔 국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편, 지난해 통산 13번째로 베스트 10에 올라 역대 올스타전 베스트 10 최다 선정 선수가 됐던 이종범(KIA)은 웨스턴리그 외야수 부문에서 5위에 그쳤다. 13년 연속(1993∼2007년)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양준혁(삼성)도 홍성흔의 위력에 밀리며 베스트 10에서 고배를 마셨다.
조인성(LG)은 이번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린 20명 가운데 올스타전 최다 선발출전자다. 웨스턴리그 포수 부문 최다득표자로 뽑힌 조인성은 2000년, 2003∼2008년, 2010년 등 총 8차례 베스트10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대호(롯데)는 2005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루수와 1루수를 오가며 매년 선발진에 이름을 올려 올해 베스트 10 가운데 올스타전 최다 연속 선발출장 선수가 됐다.
3년 연속 롯데의 질주
박종윤(롯데), 황재균, 강정호(이하 넥센), 이대형(LG), 김태완(한화)은 입단 후 처음으로 베스트 10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특히나 황재균, 강정호, 김태완은 비인기 구단의 설움을 실력으로 극복했다는 평이다.
반면 박종윤은 인기 구단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베스트 10에 선정된 경우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게 7월 12일까지 박종윤은 타율 2할4푼7리 6홈런 38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같은 이스턴리그 1루수 부문 후보였던 박정권(SK)이 타율 3할2푼 13홈런 46타점, 채태인(삼성)이 타율 2할9푼7리 13홈런 42타점을 기록 중이었음을 고려할 때 성적 차가 컸다. 무엇보다 박종윤은 규정타석에도 미달한 상태였다.
▲ 지난해 7월 25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2회초 이스턴리그 홍성흔(롯데)이 가발을 쓰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뉴시스 |
박종윤, 박기혁을 포함해 이번 올스타 베스트 10에 뽑힌 롯데 선수는 8명이다. 2008년부터 롯데 성적이 좋아지면서 롯데 팬의 엄청난 투표로 이스턴리그 베스트 10은 개인 성적과는 별개로 롯데 선수들이 대거 뽑혔다. 2008년 9명, 2009년에도 7명이나 베스트 10에 선출됐다.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롯데의 베스트 10 싹쓸이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려면 투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일본 투표 방식 바꿔
현행 올스타 팬 투표는 구장 내 현장 투표와 인터넷 투표를 병행하고 있다. 구단당 현장 투표수는 6만 장으로 제한하고 인터넷 투표도 팬 1명이 하루 1명의 선수에게만 투표하도록 했다. 그러나 많은 롯데 팬이 매일 ‘출석 투표’에 나서며 롯데의 독주가 계속 됐다. 이 때문에 롯데와 같은 이스턴리그인 삼성, SK는 베스트 10에 한 명도 뽑히지 않는 불운을 맛봤다.
올스타 몰표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도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두 나라는 이를 막고자 올스타 투표 방식을 개선했다. 먼저 미국이다. 미국은 2002년까지는 팬들의 투표로 선발 야수를 뽑았다. 후보 야수와 투수는 감독이 선택했다.
그러나 감독이 소속팀 선수를 지나치게 많이 뽑는다는 지적이 일면서 2003년부터 선수들의 투표와 온라인 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그 후 특정팀 선수들이 올스타에 무더기로 뽑히는 일은 사라졌다.
일본도 특정 구단 선수가 몰표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08년부터 선수가 직접 뽑는 올스타를 포함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소속팀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구단 베스트 10을 선수들 스스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팬 투표와 선수들의 투표가 더해지며 일본 올스타전은 더욱 공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KBO는 ‘선수 투표제’의 도입을 심각하게 검토했다. KBO의 한 관계자는 “해마다 특정팀의 몰표 현상을 막고자 선수 투표제 도입 등 여러 가지 개선안을 검토했다”면서도 “올스타 투표의 본질이 인기투표이므로 인위적으로 올스타 투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에 마땅히 대응할 답변이 없다”고 털어놨다.
일부 야구관계자들도 “롯데가 국내 최고의 인기구단인 만큼 몰표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성적이 나빠 롯데 인기가 떨어지면 다른 팀 선수들이 더 많이 베스트 10에 뽑힐 것”이라며 인위적인 투표 개선에 반대한다. 실제로 팀 성적이 나빴던 1997, 2002, 2003년 롯데는 단 한 명의 베스트 10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롯데의 한 선수는 “성적이 나쁜데도 올스타에 뽑히면 선수 자신이 가장 난처하다”며 “올스타가 모두의 잔치인 만큼 공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선수 투표제를 도입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