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지금 배팅 연습을 하고 있지만 손가락 부위에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솔직히 이 정도면 시합 뛰는 데에는 지장이 없거든요. 경기 출전하는 데 욕심을 낸다면 미네소타 원정경기에 투입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배팅 연습과 시합은 큰 차이가 있잖아요. 그리고 지금 서너 경기 더 빨리 뛴다고 해서 저한테 큰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만약 게임 출전을 욕심냈다가 자칫 잘못해서 부상이 재발할 경우에는 엄청난 손실이 오기 때문에 천천히 가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팀이 원정을 떠나면 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서 서너 게임을 치르며 실전 감각 회복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7월 24일부터 클리블랜드 홈구장에서 치르는 탬파베이와의 경기 출전을 목표로 하고 마이너리그에서 열심히 재활과 실전 훈련을 병행해 볼까 해요.
사실 제 부상은 야구선수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수술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벼운 부상일 수 있습니다. 뼈가 부러진 게 아니라 인대가 늘어난 것이라 쉬기만 하면 저절로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러나 전 운동선수이고 하루 빨리 경기에 나서야만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매스컴의 집중 관심을 받으며 재활에 몰두하고 있고 또 조심스럽게 출전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신기한 건 재활 상태가 너무 좋고 굉장히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예상보다 너무 빨리 회복되는 바람에 오히려 불안할 정도라면 어떤 상태인지 상상이 가실까요? 제 몸은 제가 더 잘 알잖아요. 매일 매일 좋아지는 상태를 느끼고 보면서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지난주 팀 닥터가 있는 병원을 찾아가 방망이를 들고 직접 스윙을 해보였어요. 팀 닥터도 많이 놀라는 눈치더라고요. 처음에 MRI를 찍을 때만 해도 지금의 회복세는 절대로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 분의 예견과 달리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아지고 있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엄지손가락에 깁스한 상태에서 보호장갑과 배팅장갑을 낀 채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데 통증이 ‘0’입니다.
이전 같으면 조급한 마음에 경기 출전을 서둘렀을 것입니다. 그동안 수술도 하고 재활도 거치면서 운동장에 다시 서는 경험을 하면서 지금 당장 제 눈앞에 놓인 ‘숙제’들보다 오랫동안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전 ‘느리게 걷기’를 택했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 메시지와 함께 격려편지를 직접 보내주시는 등 따뜻한 관심들을 표현해 주셨어요. 새삼 그 분들의 사랑에 깊은 감동과 감사를 느끼게 됩니다. 일기를 통해서 그 분들에게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따라 클리블랜드 홈구장에서 팬들이 저를 보고 흔들어대는 태극기가 제 마음을 진하게 울렁거리게 하네요.
클리블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