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현대차 회장 | ||
이 회사는 자동차용 범퍼와 헤드램프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현대차 납품업체 중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회사로 손꼽혀왔다.
이 회사 인수가 더욱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이 회사의 소유주인 노경수씨가 정세영 전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의 사위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 이후 현대산업개발을 맡아 독립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큰딸 숙경씨의 남편이 바로 노경수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인 것. 노 교수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아들로 아폴로산업의 대주주였지만 회사 경영에는 간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인 김소유씨가 대표이사를 맡아서 경영해왔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사실상 아폴로산업은 정세영 명예회장 계열로 분류돼왔다. 아폴로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2천억원. 또한 정세영 명예회장은 과거 현대차 경영인이기 때문에 아폴로산업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으로 현대차 안팎에서 예상했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대차그룹에서 아폴로산업을 인수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주로 고용안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아폴로산업쪽에서 소문이 피어오른 것.
그러자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2월 “아폴로산업으로부터 인수를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아폴로산업 인수 문제는 속도가 붙었다. 걸림돌은 근로자 인수 문제. 현대차에선 아폴로산업을 자산인수 방식이라는 흔하지 않은 방법으로 인수했다. 공장과 설비는 인수하지만 고용승계는 하지 않겠다는 것. 그러자 아폴로산업 노조에서 강하게 반대하며 상경 시위에 나서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결국 이 문제는 아폴로산업이 출자한 인력관리회사에서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인수를 정식 발표했다.
아폴로산업의 인수 주체는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아폴로산업뿐만 아니라 진영산업과 인희라이팅 등 관계사도 모두 인수했다.
이로써 정세영 명예회장 계열의 자동차 부품사는 모두 정리된 셈이다. 소유권 이전이 이뤄진 2000년 이후 4년 만에 완전히 해결된 것. 또 한 가지 아폴로산업 인수의 다른 의미는 현대차가 현대모비스를 현대자동차만큼이나 큰 비중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정의선 현대차 부사장 | ||
자동차 업계 일각에선 과거 현대그룹의 오너와 친족관계인 한라그룹의 계열사였던 위니아만도의 차량용 에어컨 사업도 현대쪽에서 되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위니아만도는 한라그룹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그룹에서 분리됐지만 여전히 현대차에 대한 차량용 에어컨 납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현대그룹 오너 친인척들이 나눠갖고 있던 현대차 대형 벤더들을 다시 현 오너를 축으로 재정비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얘기도 되는 셈이다.
재계 일각에선 현대차 그룹의 이런 계열사 재정비 및 확장을 경영권 승계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보고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현대차 계열사 중 다이모스에는 정몽구 회장의 오랜 가신인 이중우 다이모스 사장이 부임했다. 이후 3백억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몸집을 키운 뒤 중국과 러시아 등에 부품업체들과 동반진출하고 있다.
다이모스는 현대모비스에서 변속기 사업부로 출발해 갤로퍼 등의 부품을 만들던 조그만 사업부였다.
다이모스의 확장은 본텍이나 위아 등 정몽구 회장의 2세인 정의선 부사장의 지분이 문제가 됐던 회사들과 함께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해 현대차 안팎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재계는 현대차의 완성차 글로벌 톱5 전략과 현대모비스의 자동차 부품업체 글로벌 톱10 전략은 필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몸집을 불려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폴로산업 정리를 통해 과거의 문제를 정리한 현대차가 2세 승계라는 미래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