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확산되자 한나라당은 즉각 강 의원을 제명한 데 이어 ‘자진 탈당’을 촉구하고 있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한나라당을 ‘성희롱 전문당’으로 매도하며 대대적인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야권이 강 의원의 성희롱 파문을 정치쟁점화시키고 있는 배경에는 코 앞으로 다가온 7·28 재보선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하는 전략도 어느 정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재보선 정국 이후에도 ‘성스캔들’ 파문은 여야 간의 치열한 정국 주도권 싸움과 맞물려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성희롱’ 논란을 넘어 재보선 정국을 전후한 정국주도권 향배를 가늠할 핵뇌관으로 부상한 ‘성 스캔들’ 태풍 속으로 들어가 봤다.
이른바 강용석발 ‘성 스캔들’ 파문이 여의도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강 의원이 현역 여성의원인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전현희 민주당 의원의 외모를 평하고 이 대통령 부부까지 들먹이며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7·28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성 스캔들’ 파문에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과거 수차례 ‘성 스캔들’ 파동으로 ‘성희롱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불미스런 ‘성 스캔들’ 뇌관이 터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여권 핵심부 주변에선 이번 파동을 조기에 진화시키지 못할 경우 재보선 정국은 물론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및 정국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과거 수차례 ‘성 스캔들’ 파동으로 정국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뼈아픈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었던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최 의원이 저녁 식사 자리에 동석한 여기자를 만취 상태에서 껴안았다는 게 사건의 골자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최 의원은 “식당 주인인 줄 알고 껴안았다”고 해명해 파문을 확산시켰다.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한나라당은 최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했고, 결국 그는 스스로 탈당했다.
2003년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여성 의원을 성적 비하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 의원은 당시 여야 대치 상황에서 상임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을 빗대 “남의 집 여자가 우리 집 안방에 와서 드러누워 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얘기”라고 발언했다가 당시 여권과 여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2006년에는 박계동 전 국회사무총장이 술집 여종업원과 동석한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돼 ‘성 스캔들’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또 2007년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한 일간지의 연재소설을 거론하며 성적인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7년 대선 후보 시절 ‘마사지걸 발언’으로 추문에 휩싸인 바 있고, 2006년 12월에는 술 취한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충남 당진의 모 당협위원장이 제명되는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7월 22일 한나라당 지도부는 강 의원의 ‘자진탈당’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은 절차는 의원총회를 열어서 제명 조치를 의결해야 하지만 상황이 이 정도면 본인이 알아서 처신할 순서”라며 “강 의원의 실언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큰 잘못이어서 당 윤리위가 가장 강력한 처벌인 제명 처분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해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성희롱 발언을 한 것도 잘못이지만 그 이후에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숨기려고 했던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더 큰 잘못”이라며 “강 의원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자진탈당’을 압박했다.
이처럼 발빠른 대처로 악재를 조기에 진화하려는 한나라당의 분위기와는 달리 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파문을 여권 전체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시키면서 이른바 ‘성풍’으로 대여 공세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7월 21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장상 후보 선대위 연석회의에서 “남자인 내가 들어도 역겨운 엽기적인 성스캔들”이라며 “대통령 부부까지 여당 국회의원에 의해 성희롱에 동원됐다면 패륜적 성 스캔들이자, 대한민국 역사상 희대의 성 스캔들로 기록될 것”이라고 여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미경 사무총장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마사지걸’ 발언 이후에도 10여 가지 사고가 있었음에도 한나라당은 제대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힐난했다.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은 한나라당의 조치는 선거를 의식한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전방위 대여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출당 조치로 끝날 일이 아니라 강 의원은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고,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한나라당의 성폭력 사태들은 반여성적 성폭력이 일상화된 한나라당의 정당문화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혹평했다.
또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에 대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강 의원은 2005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애도 없는 처녀’ ‘섹시하다’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고 비꼬았다.
이처럼 야권은 이번 강 의원 성희롱 파문을 단순한 ‘성 스캔들’을 넘어 여권 전체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는 이른바 ‘성풍’ 태풍으로 확전시키겠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야권 관계자들은 이번 파문이 재보선 민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재보선 이후 정국주도권 경쟁에서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민주당 일부 관계자들은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 이 대통령 부부가 등장한다는 점을 정치쟁점화시키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실제로 강 의원은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한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 7월 22일 기자와 만난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강 의원의 발언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이 대통령의 ‘여심’ 논란을 부추기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 후보 시절 ‘마사지걸’ 발언으로 추문에 시달린 바 있는 이 대통령이 또 다시 ‘여심’ 논란에 휩싸일 경우 여권의 도덕성은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레임덕’을 앞당기는 핵뇌관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순한 성스캔들 파문을 넘어 이 대통령과 여권 전체를 뒤흔드는 ‘성풍’으로 확전될 조짐이 일고 있는 강 의원 성희롱 발언 파문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오보’ 언론이 측면지원
성희롱 발언으로 한순간에 여의도 정가를 달구는 뜨거운 뇌관으로 부상한 강용석 의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강 의원이 여대생과 아나운서, 여성의원, 대통령 부부에 이르기까지 성희롱 소재로 삼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의원의 자질과 도덕성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네티즌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강 의원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됐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강 의원이 2008년 4월 총선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정청래 전 의원과 당락을 좌우하는 고소고발전을 겪으면서 금배지를 달았다는 점에서 불법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2008년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으로 서울 마포을에 출마해 당선된 강 의원은 총선 이후에도 의원직이 걸린 소송전에 휘말린 바 있다. 다행히 그는 총선과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를 열흘 앞둔 2008년 9월 29일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강 의원은 한편의 드라마 덕분에 국회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강 의원의 경쟁자는 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 정청래 전 의원이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1% 미만으로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선거(4월 9일) 5일 전에 정 전 의원의 ‘폭언 스캔들’이 터지면서 선거 분위기는 강 의원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결국 강 의원은 8%의 격차로 금배지를 달았다.
당시 <문화일보>는 4월 4일자 기사를 통해 정 전 의원이 한 초등학교에 들어가려다 “내가 이 지역 현직 의원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당신(교감)과 교장을 자르겠다”고 발언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한 진술을 토대로 첫 보도했다. 특히 <문화일보>는 ‘한 현직 국회의원의 교권 유린’이라는 사설까지 동원해 정 전 의원을 공격했다. 이후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이 앞다퉈 관련 기사를 다루면서 선거 막판에 정 전 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 전 의원은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 온 정 전 의원 은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오보’라고 항변했지만 선거 판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은 결국 고소고발 및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놀라운 것은 정 전 의원 측의 고소로 시작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 전 의원의 폭언 의혹은 강 의원 측 선거운동원이 연출한 ‘가짜 증언’에 따른 조작된 보도임이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검찰은 당시 강 의원 측 선거운동원 이 아무개 씨가 강용석 후보를 당선시키고 정 전 의원을 낙선시킬 목적으로 언론사에 허위 기사를 제보한 것으로 밝혀냈다. 법원은 정 전 의원 폭언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고, <문화일보>와 <조선일보>는 반론보도를 게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강 의원과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은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17대 의원시절에 언론개혁을 외치며 보수 언론과 맞선 정 전 의원은 낙선이라는 쓴잔을 마셨다. 한편 언론의 측면 지원을 등에 업고 당선된 강 의원도 ‘성 스캔들’에 휘말려 정치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