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재 금감원장. 최근 금감원은 삼성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 ||
특히 금감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새로 정비한 이정재 원장-이동걸 부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삼성에 대한 공세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금감원의 삼성에 대한 공세는 올해 들어 더욱 강도를 높이고 있어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해에만 해도 삼성은 삼성 출신 인사의 입각과 동북아 허브에 대한 아이디어 제공 등 노무현 정부의 싱크탱크로 주목받을 정도로 밀월관계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금감원발 강경 발언으로 찬바람이 일고 있다.
금감원의 삼성에 대한 공세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이고, 둘째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회계 및 경영관행에 대한 문제다. 이들 두 가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삼성그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키포인트이기도 하다.
지배구조에 대한 부분은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공세에서 시작됐다. 총대를 멘 사람은 금감원의 2인자인 이동걸 부원장. 이 부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삼성에버랜드를 향해 폭격을 날리고 있다.
이 부원장은 지난 4월27일 “삼성에버랜드 사태는 재벌구조의 한계”라는 발언을 했다. 삼성이 우수한 회계인력을 갖고 있음에도 에버랜드가 의도하지 않은 금융지주회사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것은 재벌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가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것.
▲ 이동걸 부원장 | ||
참여연대는 이를 4월7일 발표했고, 이 부원장이 4월23일 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위법성을 지적한 것. 이는 며칠 뒤 금감위에서 “에버랜드가 2003년 말 대차대조표상 금융지주회사법이 규정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되나 금감위의 인가를 받지 않았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지주회사법위반 상태가 지속돼서는 안된다는 측면에서 6월 말까지 자체 해소 방안을 요구했다”고 밝힘으로써 이 문제를 놓고 삼성측과 협의가 있었음을 공개했다.
삼성그룹의 2세 승계 문제와 관련, e삼성 설립 문제 등으로 몇 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삼성 입장에선 이번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상무가 대주주로 올라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출자 문제가 금감위 현안으로 떠올랐다.
삼성에선 예상치 못했던 에버랜드 문제가 크게 이슈화하자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의 반응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삼성은 금감위 발표가 있고 이틀 뒤인 4월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신고서를 냈다.
이와 함께 삼성에선 공정위를 방문해 지주회사법 등에 따른 계열사 의결권 제한에 따른 ‘적대적인 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삼성의 ‘우려’는 ‘외국 주주의 담합을 통한 적대적 M&A 가능성’과 ‘일부 외국 주주의 삼성전자 본사 이전 요구’ 등에 대한 것이었다.
실제로 삼성의 본사 이전설 등은 몇몇 언론매체를 통해 크게 보도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에선 “삼성측이 전달한 얘기가 지난해 제출했던 서류”라고 말해 이런 재벌그룹의 우려가 지난해부터 구체적으로 참여정부에 전달됐던 것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왜 새삼스레 삼성의 공정위 방문과 그 목적이 언론에 공개된 것일까.
일각에선 이를 삼성측이 공정위의 강력한 ‘시장개혁 방침’에 제동을 걸기 위해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협의보다는 언론이나 성명을 이용한 (재계의) ‘정치적 대응’에 대해 경고했기 때문이다.
▲ 조만간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이 예정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난국 타개’ 카드는 뭘까. | ||
사실 삼성은 ‘건수’로는 최근 금융 당국에 지적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초 또다른 삼성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이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주식 공개매수 주간사를 맡으면서 증권거래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게 됐다. ‘털면 먼지나지 않을 곳이 없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금융 당국에서 삼성 금융 계열사의 법규 위반에 대한 지적이 줄을 잇자 재계에선 재벌그룹인 삼성과 금융 당국의 대립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오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7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입법부를, 행정부는 탄핵이 기각되면서 노무현 정부의 힘이 5공화국 이래 최고치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지지부진하던 ‘개혁 드라이브’가 올해는 본격화될 것이란 얘기.
실제로 그동안 재벌의 출자 규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도 국회의원 선거 이후 몸을 사리고 있다. 특히 탄핵 기각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의 만남이 예정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노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의 만남에선 현재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이건희 회장도 참석할 것으로 보여 회동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그 전에 금융당국과 공정위 등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는 정부 당국의 요구에 삼성측에서 어느 정도 수용할지 관심이다.
삼성은 일단 금융지주회사로 신고한 삼성에버랜드 때문에 6월까지는 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금융사를 제외한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할 처지가 됐다. 삼성SDS, 삼성종합화학, e삼성 등이 해당된다. 한마디로 삼성의 2세 승계구도가 다시 한번 모두 엉켜버리는 것.
문제는 삼성그룹의 양대축 격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의 변화에 늘 한발 앞선 준비와 대응으로 앞서가던 삼성에서 유례없이 정부 정책에 대해 격렬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도 현재 삼성이 선택할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