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국팀을 평가해 달라고 하니 “빠르고, 슛이 좋고, 열심히 한다”는 뻔한 답이 나왔다. 보통 거장들은 이렇게 평범하게 답하곤 한다. 그래서 아예 피해가기 어려운 노골적인 질문을 하기로 했다. 먼저 ‘당신이 NBA스카우터라면, 그래서 현 한국대표팀 중 한 명을 스카우트해야 한다면 누구를 택하겠느냐?’고 꼭 짚어 물었다.
그런데 대답이 걸작이었다. 환한 웃음과 함께 윌킨스는 한쪽에 있던 유재학 대표팀 감독을 가리키며 “코치 유를 스카우트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유인즉슨 수비, 체력, 연습을 중요시하는 유재학 감독이 자신의 농구철학과 꼭 같다는 것이었다. 특히 한국은 신장 등 신체적인 조건이 불리해 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더 많이 뛰어야 하고, 수비를 한층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선수를 한 명 꼽아달라’고 주문했더니 바로 “김주성”이라는 답이 나왔다. 김주성은 한국 최고의 빅맨으로 평가받는 선수로 장신이면서도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아주 성실하다. 이쯤이면 윌킨스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를 이해할 만했다.
윌킨스 고문은 1960년 NBA 애틀랜타 호크스에서 선수로 데뷔, 포인트가드(유재학 감독과 포지션이 같다)로 통산 1만 7772점, 5030리바운드, 72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977년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감독직을 시작으로 뉴욕 닉스, 토론토 랩터스, 애틀랜타 호크스 등의 감독직을 맡았다. 아직도 NBA에서 두 번째로 많은 1332승(1155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1989년에는 선수로, 1998년에는 감독으로 각각 NB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 ‘드림팀I’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 ‘드림팀II’의 감독을 역임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2개나 수확했다.
윌킨스는 자신이 미국선수들이 아닌 외국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팀을 맡아달라는 권유를 NBA사무국으로부터 받고 잠시 고민했는데, 전육 KBL총재와 마이크 김(김원섭 총재 특보)을 만나보고 농구에 대한 열정에 감탄해 바로 수락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번에 윌킨스 영입의 비화가 확인됐다. 하루 강연료가 1만 달러에 달하는 유명인사인 그를 KBL이 아주 싸게 영입한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국가대표협의회(국대협)를 만드는 등 한국 남자농구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나선 전육 KBL 총재는 비밀리에 데이비드 스턴 NBA커미셔너를 만났고, 그에게 ‘NBA기술고문’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에 스턴은 윌킨스를 천거했고, 커미셔너의 추천인지라 윌킨스는 싼 가격에 사인을 한 것이다. 계약에 의하면 윌킨스는 약 40일 정도 한국 대표팀과 함께 생활하는데 보수는 1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윌킨스에 대한 한국대표팀의 반응은 어떨까. 윌킨스가 극찬한 유재학 감독은 “아주 기본적인 것을 강조한다. 예컨대 센터의 스크린은 기본 중 기본이다. 너무 기본이어서 그냥 넘어갈 정도인데 윌킨스는 이런 걸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것은 윌킨스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이다. 유 감독은 “같은 말도 우리(한국지도자)가 하면 그저 그런 것이 윌킨스가 하면 선수들이 크게 의미를 부여해 받아들인다(웃음). 그래서 선수들에게 특별히 강조할 것이 있으면 사전에 윌킨스와 협의해 그를 통해서 전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김유택 코치도 “8월 미국 2차 전지훈련 때는 세부 전술에 대해서도 더욱 많이 의논할 계획이다. 아무래도 유명한 분이다 보니 시시콜콜 먼저 가르치려고 나서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세밀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연습경기 승리를 포함해 다수의 NBA 선수들이 낀 혼성팀을 상대로 3승5패를 기록했다. 언뜻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유재학 감독은 “중국 대표팀이 와 전패를 기록했던 상대”라며 전지훈련 성과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라스베이거스=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