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 지주회사 황영기 회장. 최근 주진형 삼성증권 상무를 영입해 내부의 파워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 ||
지난 3월30일 정기주총을 통해 정식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에 오른 황영기 회장은 4월 이후 본격적으로 내부조직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측근이랄 수 있는 주진형 삼성증권 상무를 전격 영입했고, 이와 함께 기존 우리금융지주의 틀을 전면 바꾸는 작업에 돌입했다.
황 회장의 이 작업은 체제 출범 2개월 만에 재무담당인 민유성 부회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하면서 표면화되고 있다. 민 부회장의 퇴진에 대해 우리금융지주의 관계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그의 사표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민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그의 최측근으로 그동안 우리금융지주의 재무기획을 주도해온 차정원 재무기획팀장도 함께 사표를 제출해 민 부회장의 퇴진이 예사롭지 않음을 시사했다.
차 전 팀장은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민 부회장과 자신의 사퇴 배경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사퇴의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민유성 부회장이 퇴진한 이후 금융계는 우리금융지주 내부에 구축되고 있는 신권력지도가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왼쪽부터) 주진형, 민유성, 김종욱 | ||
또 박승희 전무는 재무기획, 회계, 리스크관리, 자금기획을, 황 회장과 함께 영입된 주진형 상무는 전략기획과 감사파트를 맡고 있다.
이들 5인방의 이력을 보면 흥미롭다. 황영기 회장이 파리바은행-트러스트은행 등 외국계 은행을 거쳐 삼성증권-삼성투신운용 등 국내외 금융사를 두루 거쳐 일했고, 민 부회장 역시 씨티은행-쟈딘플레밍증권-리만브라더스,-살로만스미스바니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일하다가 우리금융으로 스카우트됐다.
전략부문을 맡고 있는 김종욱 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한빛은행 부행장-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등 줄곧 국내 은행에서 컸다. 박승희 전무는 재무부 사무관 출신으로 예금보험공사 이사를 거쳐 우리금융에 입사했다. 황영기 회장이 데려온 것으로 알려진 주진형 상무는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증권 등에서 일한 골수 삼성맨이다.
이 같은 이력에서 흥미로운 점은 황 회장과 민 부회장. 둘 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데다, 영어에 능통하고, 재무분야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황 회장이 52년생으로, 민 부회장(54년생)보다 나이가 두 살 위.
민 부회장은 황영기 회장 체제가 출범하기 전만 해도 우리금융 내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막강한 파워와 능력을 발휘했다. 황영기 회장의 전임인 윤병철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민 부회장을 가리켜 “우리금융의 보석”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로 민 부회장은 외국계 금융기관에 재직할 당시 한국 정부가 한전, 포스코 등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런 민 부회장이지만 황영기 체제가 들어선 이후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재무분야에 탁월한 식견을 가진 황 회장과, 황 회장 라인인 주진형 상무가 등장하면서 민 부회장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
실제 우리금융지주 안팎에 따르면 황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민 부회장은 결재과정에서도 비중이 없었다는 것. 일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모든 결재는 주 상무-황 회장만 거치면 된다’는 농반진반 얘기까지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주목받는 사람은 김종욱 부회장의 거취. 한일은행 출신으로 통합 한빛은행과 우리은행 부행장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부회장(전략담당)을 맡고 있는 그는 45년생으로 황영기 회장보다 일곱 살 위다.
젊은 은행을 표방하고 있는 황 회장으로선 김 부회장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말도 오가고 있다. 주진형 상무가 59년생이고, 신 실세그룹에 속하는 박승희 전무도 51년생이다. 비록 김 부행장이 윤병철-전광우 전임 우리금융지주 1기 체제에 몸을 담진 않았지만 황 회장 체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