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소영씨 | ||
이 공시는 투자자들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특히 투자자들은 노씨가 SK(주)의 주식을 매입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왕설래했다. 비록 노씨가 매입한 주식수가 1천9백50주로 전체 주식수 1억2천7백38만4천주의 0%에 가까운 것이지만 노씨는 그동안 일체 SK그룹 계열사와 연관된 회사의 주식을 매입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그의 이번 주식 매입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날 공시를 접한 투자자들이 분석한 노씨의 주식매입 배경은 대략 몇가지로 요약됐다.
게다가 시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이 작고(1998년)한 뒤에도 노씨 명의로는 계열사 주식을 단 한 주도 유산으로 넘기지 않았다. 때문에 노씨는 SK그룹의 안주인이면서도 적어도 회사의 지분에 관해서는 소외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것은 지분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SK(주)의 경영권 방어에 노씨가 동참한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사실 SK(주)는 지난해 뉴질랜드의 소버린펀드(공식 명칭은 크레스트 시큐러티즈)가 14.99%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1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외국계 펀드들이 앞다퉈 지분경쟁에 나서면서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SK(주)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곳은 모두 네 곳. 1대주주인 소버린이 14.99%로 단연 압도적이고, 2대주주는 월링텀이라는 외국계펀드다. 월링텀은 9.0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3위는 SK그룹 계열사인 SKC&C로, 이 회사는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다. 다음은 템플턴펀드로 5.04%의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5월 들어 1% 가량을 처분해 현재는 4% 안팎에 머물고 있다. 그외 SK그룹 계열사인 SK케미컬이 3.28%, SK건설이 3.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오너측의 개인지분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최태원 회장이 0.6%를 가지고 있는 등 최재원(최태원 회장의 친동생), 최신원(최태원 회장의 사촌형), 김창근(전 SK구조조정본부장) 등이 각각 1%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율에서 최태원 회장측은 도합 17.92%(2004년 3월 말 현재)에 그쳐 외국계인 소버린 등의 35.8%에 비하면 크게 처진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측이 승리한 것은 나머지 지분들 중 국내 기관들이 보유한 지분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 회장의 경영입지는 매우 좁은 상황이다. 자칫 외국인들이 SK(주)의 지분을 추가로 매집하거나 또다른 세력이 등장할 경우 최 회장측의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내년 주총에서 최 회장의 자리가 어찌될 것인지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 최태원 SK(주) 회장 | ||
그러나 이에 대해 SK측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설명이다. SK(주) IR팀 관계자는 “노소영씨의 주식 매입 목적이 SK(주)의 경영권 방어라는 해석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2천주도 안되는 소규모 주식을 산 것을 두고 경영권 방어용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을 매입하게 된 경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친구분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SK(주)의 주식투자가 유망하다는 말을 듣고 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시장의 시각은 좀 다르다. 비록 노씨가 1천9백50주를 사긴 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일단 소규모 주식을 매입한 뒤 공시를 통해 공개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추가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인 것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노씨가 이번에 주식을 매입한 창구가 개인계좌였다는 점. SK(주) IR팀 관계자는 “개인계좌를 통해 매입했으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오너의 친인척이기 때문에 이를 공시했다”고 밝혔다.
노씨가 개인계좌를 통해 SK(주)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진 주식매입이 아니라면 경영권 방어라는 단서를 붙일 수 있지만 개인계좌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투자목적이 더 클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 역시 또다른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왜 SK측은 1천9백50주에 불과한 노씨의 주식보유현황을 굳이 공시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SK측은 노씨의 주식 매입이 단순 투자목적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시에서는 노씨의 목적을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행법상 지분의 5%를 넘지 않으면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오너 일가의 특수관계인일 경우 소액이라도 공시를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 기업 오너 일가족의 주식투자내역을 일일이 공시하지는 않는다.
또 노씨가 단순 투자목적이었다면 시세차익을 남긴 뒤 바로 매도하면 된다. 그럼에도 굳이 공시를 한 것은 장기 보유의사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특히 SK측이 공시한 것은 노씨의 주식매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SK(주) IR팀 관계자는 “지난 5월19일 1천3백50주를 샀고, 21일 6백주를 샀다는 통보를 받고 바로 공시를 결정했다. 다른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친인척 등 회사 특수관계자의 주식매입 내역에 대해서는 즉각 공시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어쨌든 노씨의 이번 주식매입이 예사롭지만은 않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만약 노씨가 향후 추가로 주식을 매입한다면 현재 주당 4만∼5만원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노씨의 친정(노태우 전 대통령)이 SK(주) 경영권 방어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분석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