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아무개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남긴 유서의 일부
거제시 소재 대형조선소 경리 출신인 강 아무개 씨(여·1978년생·거제)는 2018년부터 아웃소싱 업체를 차려놓고 지역 소기업을 상대로 회계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강 씨는 물량팀의 통장 OPT 등을 보관하고 있으면서 수기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세무서에 6개월 동안 신고하지 않다가 A 업체의 매출을 B 업체로 전가하는 방법을 이용해 부가가치세를 착복했다.
특히 강 씨는 유령업체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사업체를 폐업하는 수법까지 동원했다. 폐업 이후 5년이 경과하면 국세징수가 정지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강 씨가 부가가치세를 가로챈 소기업이 78여 곳이며,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행한 금액이 무려 1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강 씨를 고소해 재판이 계류 중이다.
그런 가운데 국세청의 세금납부 독촉을 견디지 못한 소기업 대표 장 아무개 씨가 11월 26일 강 씨의 집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장 씨는 뒤늦게 발견돼 현재 의식불명 상태에 놓여있다. 담당 의사는 뇌사상태로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장 씨는 유서에서 “(강 씨) 너로 인해 우리 가족 파탄이 나고, 여태 내가 노력해온 13년이란 세월도 한순간에 날렸다. 어떻게 내가 힘들다고 죽겠다고 했는데도 계속 그 짓을 할 수가 있지? 어제 오후부터 너 죽이고 나 죽으려고 기다렸다. 오늘 아침까지. 우리 애들 때문에 참고 나만 간다. 살인자 아빠 둔 자식 안 만들려고…”라고 적었다.
다른 피해자들의 불만도 폭주했다. 박 아무개 씨(남·1952년생·거제)는 “강 씨가 4억 2550만 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엄청난 세금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정 아무개 씨(남·1969년생·거제)는 “강 씨에게 회계 및 경리업무를 맡기는 도중 부가세 및 세금 부분을 이상하게 여겨 정리하던 중 손실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다른 회계사로 바꿔 정리하다 보니 부가세, 종합소득세, 건강보험 등 도합 8000만 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윤 아무개 씨(남·1970년생·거제)는 “강 씨에게 회계 및 경리업무를 전부 맡겼는데, 부가세 1억 8000만 원가량을 동의 없이 자기 임의대로 부정수급하게 된 것을 알게 돼 고발했다. 강 씨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이혼까지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본보는 강 씨의 현재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끝내 해명을 들을 수가 없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