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양키스에서 맞붙은 박찬호 선배의 공은 예상했던 것보다 정말 구질이 좋았습니다. 왜 박찬호란 선수를 한국의 ‘메이저리그 특급’으로 불렀는지, 어떻게 해서 그 오랜 시간 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남아 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공이 상당히 인상적이고 위력적이었습니다.
일단 구질이 다양했습니다. 타석에 서 있다 보면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 수 있는지 추측을 하게 되는데 박찬호 선배의 공은 워낙 다양한 구질로 들어오다 보니 쉽게 예측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2004년 더블A 시절, 그리고 찬호 선배는 텍사스 레인저스 마이너리그에 있을 당시 처음으로 맞상대를 펼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6년 전 그때보다 지금의 공이 훨씬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찬호 선배의 공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변화구들이었어요.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다보니 부담이 많이 됐고 그 부담이 삼진이란 결과를 나타냈던 것이죠.
그날 경기 전 박찬호 선배와 점심 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야구에 대한, 인생에 대한 경험이 많은 분답게 참으로 도움이 될 만한 많은 조언들을 들려주시더군요. 찬호 선배와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만날 때마다 그의 투철한 야구관과 조국애를 느끼면서 저 또한 많은 느낌표를 갖게 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일한 타자와 투수라는 공통점 또한 묘한 동질감과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하는 것 같아요.
뉴욕 양키스는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수 있는 타자가 한 명도 없다는 거 아시죠? 모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들이고 투수들이다보니 그들을 상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인지 양키스 경기는 무조건 이기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물론 마음과 현실이 같지 않다는 게 문제죠?^^
클리블랜드는 절친인 페랄타를 비롯해 케리우드, 오스틴 컨스 등 또 다시 여러 명의 선수들이 트레이드가 됐습니다. 박찬호 선배가 방출된 자리에 케리우드가 들어갔다는 사실 또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제 친한 선수는 사이즈모어밖에 남지 않았는데, 우리가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뛸 수 있을지 어떨지…. 마음이 많이 착잡해지네요.
그래도 다행이라면 엄지손가락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손가락 부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느낌이 없는 상태이거든요. 그런데 21일을 쉬다가 복귀해서인지 아직까지 타격 타이밍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보통 투수의 실투를 노려서 안타도 치고 홈런을 때려야 하는데 실투를 치면 파울이 되니까 답답한 노릇이죠. 그래도 몸 상태는 완전히 회복됐고 온전한 컨디션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있어서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무쪼록 박찬호 선배를 또 다른 팀에서 투수와 타자로 만날 수 있길 바라며 하루 종일 울렁거렸던 마음을 진정시켜 봅니다.
토론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