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사의 구조조정에 대해 ‘마침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그동안 부실채권 처리를 둘러싼 수많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사와는 달리 구조조정의 칼날에서 비켜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자산공사는 IMF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지난 99년 부실채권으로 인수한 국내 건설회사를 단돈 1백원을 받고 미국계 투자회사에 넘기는 등 채권관리에 불성실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자산공사는 지난 2002년 이후 핵심 사업부문인 부실채권 인수업무가 사실상 종결됐음에도 종업원 수가 97년의 4백여명에서 지난해 말 1천2백여명으로 3배나 증가하는 등 경영내용이 방만하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음지속의 공사, 땅짚고 헤엄치는 공사, 복마전 공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있는 자산공사. 지금까지 공사 구조조정의 칼날에서 한걸음 비켜나 있던 자산공사의 실체는 무엇인가.
자산공사가 설립된 것은 지난 62년이었다. 한국산업은행법 제53조(부실자산처리)에 의해 설립된 ‘성업공사’의 역할은 주로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부도 등으로 부실화된 자산)을 인수해 이를 매각하거나 청산처리하는 것이었다.
그후 이 공사는 국가귀속 청산법인의 청산업무, 국세압류 재산에 대한 처리업무, 지방세 압류재산 처리업무, 부실채권에 대한 경매, 공매 등의 업무 등으로 사업범위를 크게 넓혔다. 사업범위가 넓어지고 보유 부동산 등의 자산규모도 커짐에 따라 지난 91년에는 대한부동산신탁이라는 자회사까지 만들었다.
이 공사는 재무부 산하기관으로 출발했으며, 현재는 재경부 산하기관이다. 따라서 이 공사의 역대 사장들은 주로 재무부나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거쳐갔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중간중간 군출신 인사들이나 대통령 측근들이 사장직을 거쳐가기도 했다.
이 공사가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IMF가 터진 지난 97년이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자산공사는 정부산하 기관중에서도 별 볼일없는 공기업으로 분류됐다. 물론 속을 뜯어보면 알짜였지만, 겉모습은 왠지 대형 복덕방 같은 이미지여서 공무원들도 외면했다. 그러던 이 공사의 입지가 상전벽해로 달라진 것이다.
IMF 사태가 터지자 부도기업이 속출했고, 금융기관들도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융산업 전반이 연쇄도산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공기업을 동원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할 수밖에 없었고, 이 업무를 자산공사가 떠맡은 것이다.
97년 4월 정부는 ‘금융기관 부실채권 및 부실징후 기업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전담기구 설치안’을 마련, 그 해 8월 부실채권 정리기금 마련 법률을 제정하는 한편 성업공사를 ‘자산관리공사’라는 이름으로 대폭 확대 개편했다. 그동안 부동산 경매 등을 주업무로 하던 자산공사는 하루 아침에 국내 공기업 중에서 가장 각광받는 공사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이어 99년에는 부실금융기관 등을 인수 및 처리하는 세칭 배드뱅크 기능까지 맡게 돼 그야말로 노른자위 중 노른자위의 공사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이 공사는 지난 97년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조성된 기금 21조6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굴리고 있다. 이 공적자금은 기금채권 발행으로 20조5천억원을 조성했고, 나머지는 금융기관 출연금, 산업은행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이 공적자금은 2004년 3월 현재 18조9천억원이 상환돼 2조5천8백억원 정도가 남아 있다.
특히 자산공사의 주업무였던 부실채권 인수 및 청산정리 업무가 지난 2002년 11월부터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공사 존립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자산공사가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부실채권 처리과정상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면서부터. 자산공사의 매각작업 중 최대 규모는 대우그룹 계열사의 처리였다.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우 계열사 처리과정에서 자산공사는 헐값매각 시비에 여러 번 올랐다.
또 IMF 시절 공적자금으로 인수한 부실기업이나 채권을 해외 투자가들에게 매각하면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비난도 당시 외자유치나 부실채권 매각이 화두였기 때문에 그대로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자산공사가 외국인에게 특혜매각을 하고 있다는 비난도 없지 않았다.
이번 감사원에 적발된 국내 건설사의 헐값매각 의혹도 그 같은 사례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A건설사의 경우 수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미국계 투자회사인 M사에 단돈 1백원에 매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 과정에 투명치 못한 거래과정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감사원은 검찰에 이를 수사의뢰하는 사태로 번졌다.
IMF 직후 부실채권 처리의 해결사로 등장했던 자산공사가 노무현 정부 2기를 맞아 검찰의 칼날 위에 서고 말았다. 그동안 자산공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이 실체를 드러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