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 오면 그라운드가 질퍽거려 경기 진행에 애를 먹는 청주구장 전경.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지난 11일, 청주 KIA전을 앞둔 한화가 대전구장에서 훈련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전날 내린 비로 청주구장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못했기 때문. 땅이 질퍽거려 공이 제대로 바운드되지 않을 정도였다. 때문에 한화 선수단은 대전에서 훈련을 마치고 부랴부랴 청주구장으로 이동을 했고, 원정팀 KIA보다 더 늦게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팀이 홈이고 원정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한화가 제2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청주구장은 2007년, 관람석이 1만 500석에서 7500석으로 대폭 줄었다. 외야석에 등받이 의자를 설치하느라 관중석이 축소됐던 것. 그 전까지 청주구장을 찾은 팬들은 외야석 시멘트 계단에 앉아 응원을 해야 했다. 계단이 높고 공간이 좁아 불편을 느껴왔던 팬들에겐 반가운 변화였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있어 청주구장은 여전히 피하고 싶은 장소다. 한화 라커룸 냉ㆍ난방 시설이 자주 고장이 나 선수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히려 원정팀 시설엔 문제가 없단다.
숙소 역시 홈팀과 원정팀이 뒤바뀐 모습이다. 홈팀인 한화가 호텔을 이용하고 원정팀이 대전에서 청주로 이동하기 때문. 이러니 한화 선수들이 청주구장을 홈이 아닌 원정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청주시는 2000년부터 꾸준히 조명, 전기설비, 화장실 등 시설을 보수해왔다. 청주시 관계자는 “조만간 10억 원을 들여 청주구장을 천연잔디에서 인조잔디구장으로 개조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군산 월명 야구장(군산구장)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마친 선수 A는 화장실에 가려다 팬들에게 둘러싸여 볼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한 적이 있다. 선수대기실이 지정석과 바로 연결돼 있어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상황이지만 선수들은 마음 편히 화장실 이용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덕분에 경기 전까지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다고. 분실사고도 잦았다. 지난 5월, 김상훈은 군산구장 경기 후 분신과도 같은 포수 미트를 잃어버렸다. 호기심에 가져갔던 팬이 이후 돌려주긴 했지만, 유독 군산구장에서 야구 장비를 도난당하는 선수들이 많단다.
선수들은 또 다른 불편함으로 더그아웃에서 외야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더그아웃 공간이 좁은 데다 내야 쪽에 바짝 붙어 설계돼 있기 때문에 사인을 주고받거나 응원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하소연이다.
최악의 배수시설로 2006년 프로야구 경기가 중단된 이후 군산시는 천연잔디였던 내ㆍ외야를 인조잔디로 모두 교체하고, 1만 5000석이던 좌석을 1만 1000석으로 축소하며 좌석 간 간격을 넓히는 대대적 공사를 단행했다. 화장실, 샤워실 확충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군산 경기 때마다 전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호응이 좋은 만큼, 구단의 요청사항을 받아들여 매 시즌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롯데 제2의 홈구장, 마산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지난 시즌까지 롯데는 마산구장만 가면 맥을 못 췄다. 특히 2008, 2009시즌엔 2만 석을 가득 채운 마산 야구팬들에게 연패에 빠진 모습만 보여줬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이 마산구장에 악몽을 갖게 된 연유는 따로 있었다. 마산구장을 처음 찾은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에게 한 가지 주문을 했다. 승패를 떠나 경기 후에 무조건 그라운드에 나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라고 한 것. 롯데가 삼성에게 패한 날,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나간 로이스터 감독 얼굴 옆으로 소주병이 날아들었다. 구단 관계자는 “문화적 충격을 상당히 받았다고 하더라. 그 이후 마산구장에 오길 조금 꺼려하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마산구장은 청주, 군산 두 구장에 비해 인조잔디가 비교적 잘 관리돼 있고 2만 명 수용이 가능한 넓은 구장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훈련 후 선수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선수대기실 환경은 취약했다. 구단 관계자는 “대기실 수용 인원이 제한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버스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차 안에서 쪼그리고 앉아 식사하고 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홈구장과 달리 보조구장은 각 구단이 지자체로부터 임대해 사용한다. 임대료는 매 시즌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지불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신축에서 개축, 관리, 운용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각 지자체 관계자들은 “보조구장에서 치르는 경기 수가 한 자리 수를 넘지 않는다. 게임 수가 늘어야 시에서 시설 확충에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어 우리도 안타깝다”고 전했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이도형 청주구장만 오면 펄펄
군산구장에선 ‘KIA의 해결사’ 김상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고향 군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그는 올 시즌 부상에서 돌아오자마자 만루포를 선보이며 KIA의 군산구장 5연패를 끊었다. 김상현은 “군산에만 오면 힘이 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조차 군산구장에선 홈런이 나오곤 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마산구장에선 이대호와 강민호가 결승타로 롯데를 승리로 이끌곤 했다. 특히 이대호는 롯데의 마산구장 10연패를 끊는 15호 홈런을 비롯해, 지난 7월엔 한 경기에서 홈런 2방을 치며 마산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