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명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호명호수. |
서울에서 춘천으로 뻗은 46번 국도(경춘국도)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를 지나면서 북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달린다. 길은 곧 대성리를 스쳐 청평으로 접어든다. 여기에서 갈림길에 선다. 청평대교를 건너 계속 46번 국도를 타고 갈 것이냐, 아니면 강 길을 택해 75번 국도로 갈아타느냐. 어느 것이든 상관이 없다. 46번 국도는 청평면 상천리에서, 75번 국도는 가평읍 복장리에서 호명호수로 가는 길을 내어놓으니까. 어느 쪽에서 호명호수로 접근하든 자동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두 곳에서 호명호수로 올라가는 길이 정말 기막히다. 상천리와 복장리를 잇는 10.8㎞의 이 길은 따로 ‘환상의 드라이브 길(코스)’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길은 호명산 기슭에서부터 허리로 올라간다.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나아가는 길은 속도경쟁을 불허한다. 가속페달을 밟을 구간도 없을뿐더러 숲을 관통하는 길이 워낙 좋아 빨리 가기보다 더 천천히 바퀴를 굴리며 가고 싶은 심정이 든다. 게다가 길을 가다보면 나무 사이사이 열린 공간으로 산의 능선이며 심지어 청평호반의 모습도 보이는데, 그 누가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어 하겠는가.
그래서 이 길에는 그렇게 되도록 오래 머물고파 하는 심정을 재빠르게 읽어낸 이들이 전망 좋은 곳에 쉼터를 지었다. 로코갤러리, 귀곡산장 등의 카페와 예쁘장한 펜션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로코갤러리에서 바라보는 청평호반 방면의 전망은 일품이다. 로코갤러리는 지난해 이맘때쯤 문을 닫았다가 지난 6월 1일 다시 오픈했는데, 카페 앞으로 펼쳐진 황홀한 풍경이 쉽사리 발길을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
‘환상의 드라이브 길’을 따라 호명산 쪽으로 올라가다보면 호명호수 제1주차장이 나온다. 호수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 자동차를 세워 놓고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개인차량은 통행을 불허한다.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땀깨나 쏟아야 하고, 시간도 1시간가량 걸린다. 더위가 아직 남아 있는 이 계절에 산길을, 그것도 1시간이나 걸어야 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 |
버스 승차인원은 딱 정해져 있다. 버스가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기껏해야 약 40명. 이마저도 차는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10명~20명 선. 그러니 이 호수가 얼마나 조용하겠는가.
버스는 호숫가 등나무 옆에 사람들을 부려 놓고 떠난다. 그늘 시원한 등나무 아래에는 벤치가 여러 개 있다. 이곳에서 관광해설사의 짧은 호명호수 소개 시간이 있다. 호명호수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다.
호명호수는 1980년 준공된 인공호수다. 호명산(632m) 정상에 호수가 있는데 양수발전용으로 기획된 것이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형태다. 남아도는 심야전력을 이용해 지하수를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려 물을 채우고, 한여름 전력수요가 많을 때에 그 물을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길이 730m의 수로가 지하발전기와 연결되어 있다.
이 호수는 지난 2008년 7월 일반에 공개됐다. 그 모습을 드러낸 지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아 이곳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호명호수는 규모가 꽤 크다. 면적이 약 15만㎡(4만 5000평)이고 둘레가 1.7㎞에 달한다. 호수 주변에는 각종 정원과 산책로, 전망대 등이 조성됐다.
등나무에서 오른쪽으로 호수를 따라 돌다보면 들꽃정원이 반갑게 맞는다. 벌개미취며 나리꽃 등이 피어 있다. 그곳을 지나면 전망대로 올라가는 소로가 나온다. 이 길로 150m쯤 올라가면 호수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다. 전망대 서쪽으로 조각공원과 미로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사정상 현재는 운영되고 있지 않다. 다소 아쉽다.
호숫길은 천상원 쪽으로 이어진다. 호명호수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각종 꽃과 나무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 호수를 바라보기 좋은 곳에 벤치도 드문드문 설치돼 있다. 꽃향기 달콤하고, 나무그늘 시원한 벤치에 앉아 한량없이 호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잊게 된다. 천상원에서 조금 더 가면 또 다른 전망대가 나타난다. 팔각 모양의 정자 전망대다. 멀리 청평호반의 모습도 보인다.
호명호수 주변에는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복장리로 내려가서 청평을 향해 가다보면 청평호반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쁘띠프랑스가 있다. 쁘띠프랑스는 우리말로 ‘작은 프랑스’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프랑스를 축소해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를 비롯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무대로 널리 알려진 이곳에는 프랑스의 오래된 주택을 그대로 옮겨온 주택전시관과 어린왕자와 함께 여행하는 생떽쥐베리기념관, 감미로운 각종 오르골들이 모여 있는 오르골전시관 등 볼거리가 적지 않다. 프랑스의 전통의상을 입고 추억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상천리 쪽으로 내려가면 약 15분 거리에 꽃무지풀무지야생수목원이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보전한 곳으로 약 3만㎡(9000평)의 부지에 1000여 종의 초본과 250여 종의 목본을 보유하고 있다. 야생화분경전시실과 분경체험실, 도자체험실 등의 체험공간이 있고, 정기적으로 달빛음악회와 가을철 야생화 꽃씨를 심는 수목원학교를 열고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서울외곽순환도로 퇴계원IC→46번 국도→청평역→상천리→환상의 드라이브 길(코스)→호명호수 제1주차장→호명호수 ▲먹거리: 호명호수에서 약 10㎞ 거리에 있는 가평읍내에 ‘백둔인천집’(031-581-5533)이라는 두부집이 있다. 가평중학교 근처다. 국산콩을 이용해 직접 만든 두부로 끓여낸 전골이 아주 일품이다. 만두전골도 잘 한다. ▲잠자리: 상천리에서 호명호수 제1주차장 가는 길에 ‘숲속의 호수’(011-9026-3011), ‘아름다운 숲속풍경’(031-584-1126) 등의 펜션이 있다. 복장리로 내려와 호명리 쪽으로 가는 길에도 펜션들이 많다. ▲문의: 가평군청 생태레져사업소 031-580-2518, 2062 호명호수 관리사무소 031-580-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