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 | ||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의 큰딸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가 지방에 수백억원대의 대규모 골프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자금출처 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나산그룹 창업자인 안 전 회장은 지난 98년 후반 그룹이 부도나면서 재계에서 사라졌다. 특히 안 전 회장은 회사의 부도를 전후한 지난 94~2000년까지 회사 자금을 차명계좌로 빼돌리는 등 회사 돈을 횡령, 이 돈을 개인 부동산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으며 결국 그는 지난 4월 법정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안 전 회장의 큰딸인 안유선씨는 지난해 7월부터 이 골프장의 대표이사로 취임, 전북 고창군 아산면에 ‘선운레이크CC’라는 골프장을 건설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골프장은 정규 27홀로 그 규모가 매머드급. 때문에 이 골프장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6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골프장의 대표이사인 안 전 회장의 큰딸 유선씨가 올해로 만 27세여서 이 골프장의 실제 주인은 안병균 전 회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안 전 회장은 전남 함평 출신으로 서울 종로 5가 의류도매센터에서 사업을 시작, 한때 30대 재벌에 드는 나산그룹을 일궈낼 정도의 입지전적인 인물. 그러나 그는 회사 설립 10여 년 만에 나산그룹이 부도나면서 졸지에 몰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골프장의 실제 소유주가 안 전 회장으로 밝혀질 경우 이 골프장이 안 전 회장의 은닉재산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용계리에 위치한 선운레이크CC는 총 55만평의 부지에 정규 코스 18홀, 퍼블릭 9홀 등 총 27홀 코스로 지어지는 골프 클럽. 이 클럽은 전라북도 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매머드급 골프장인데다가, 코스 디자인 등을 세계적인 회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와 골프 마니아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골프장이 모집하는 회원권 금액만 해도 개인 7천만원, 법인은 1억4천만원선. 이 클럽은 오는 10월에 정식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회사의 공식 상호는 ‘주식회사 클락캐치서울’. 자본금은 5억9천3백만원이며, 사업 목적은 골프장 운영업, 회원권 판매업 등 골프장과 관련된 사업과 스포츠시설, 체육시설운영, 건강시설 운영 등 스포츠 관련 사업으로 되어 있다.
등기부등본상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조영철씨(47)와 안유선씨 등 두 사람. 조영철씨는 지난 2001년 11월30일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안유선씨는 이보다 늦은 지난해 7월1일 대표이사로 정식 취임했다.
대표이사 중 한 명인 안씨가 올해로 만 27세인 젊은 여성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그가 누구이냐에 관해 관심이 높았다.
기자가 선운레이크CC에 “(선운)골프장이 개인 소유냐, 기업 소유냐”고 묻자, 이 골프장의 관계자는 “예전에 나산그룹과 연관이 있는 또 다른 그룹 계열사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의 큰딸 유선씨가 대표이사로 올라 있는 전북 고창의 선운레이크CC 모습. 제공=CBS | ||
안병균 전 회장은 슬하에 필호씨와 지혜씨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선운골프장의 대표이사인 안유선씨는 확인 결과 안 전 회장의 큰딸 지혜씨가 안유선으로 이름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회장의 딸이 어떤 이유에서 이름을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안지혜씨는 지난 97년 1월 호적정정을 통해 안유선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이와 함께 안유선씨의 호적상 주소도 서울에서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으로 정정됐다.
안 전 회장의 큰딸의 이력을 보면 나산그룹과 밀접하다.
안 전 회장의 장녀 안지혜씨(호적 정정 전 이름)는 지난 96년부터 나산그룹 계열사에 재직한 것으로 돼 있다. 안씨는 지난 96년 그룹의 광고 부문을 담당하던 넵스컴이라는 회사에 근무하다가 이듬해인 지난 97년 1월 호적을 정정하면서 모든 서류의 이름을 ‘안유선’으로 바꿨다. 이후 그는 지난 2001년 9월 나산그룹의 또다른 의류 계열사인 엔에프에스(NFS)로 자리를 옮겼다. 안 씨는 새로 정정한 이름으로 비슷한 시기인 지난 2001년 11월 골프장 운영업체인 (주)클락캐치서울 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안씨는 지난해 5월부터 NFS에서는 월급을 받지 않는 휴직상태로 돼 있다. 그가 (주)클락캐치서울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은 NFS에서 휴직처리된 지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1일.
서류상 안씨는 지난 96년 이후 줄곧 나산그룹의 계열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골프장 대표이사로 취임한 셈이다.
선운레이크CC골프장 설립허가가 떨어진 것은 지난 97년이다. 안병균 전 회장은 지난 97년 국제로타리클럽 3650지구 서울북악로타리클럽 회장을 끝으로 사실상 공식적인 활동은 중지한 상황.
결국 안 전 회장 일가가 나산그룹이 부도 처리되면서 공식적 활동을 끝내기 직전에 골프장 사업 허가를 따냈고, 허가를 받은 지 8년여 만에 큰딸 이름으로 골프장을 지은 것. 그러나 골프장 허가가 떨어진 이후 안 전 회장이 사실상 공식적 활동을 하지 않았고, 큰딸 역시 경영 실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골프장 건설 자금의 출처에 의혹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전 회장의 경우 막대한 회사돈 횡령 혐의로 구속된 데다,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그의 재산환수를 위해 개인계좌 등을 모두 추적했다는 점에서 향후 관계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선운레이크CC 조영철 대표는 “안 전 회장의 딸이 대표이사인 것은 맞지만, 골프장 건설 자금은 안 전 회장과 무관하다”며 나산그룹과 골프장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