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지금까지 대표팀 경험은 두 번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나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와 WBC대회였죠. 사실 고등학교 때는 오로지 ‘우승’만을 목표로 했고 너무 어린 나이라서 경기의 연장선상이라는 느낌 외에 큰 감흥이 오지 않았어요. 그러나 성인이 돼 출전한 WBC대회는 완전 달랐습니다. 최고로 잘한다는 프로 선수들이 모인 팀이라 선수들의 실력도 굉장했고 코칭스태프의 전략도 척척 들어맞는 등 대표팀 생활을 하는 내내 ‘이런 팀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축복 받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아시안게임…. 저뿐만 아니라 병역 의무를 안고 있는 선수들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병역 문제를 앞세우다보면 팀워크를 해칠 수도 있다고 봐요.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주일 전쯤에 클리블랜드의 크리스 안토네티 부단장이 절 사무실로 불렀습니다. 한국의 대한야구협회에서 연락이 왔고 절 아시안게임에서 뛸 수 있게끔 허락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추, 아시안게임에서 뛸 수 있겠나? 팀 입장은 추가 한국대표팀에서 뛰는 걸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때 전 이렇게 대답했어요. “일단 시즌을 잘 마친 뒤 부상이 없고 대표팀에서 불러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다”라고요.
아시안게임과 추신수 하면 병역 면제 혜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거, 잘 압니다. 솔직히 저 또한 그 부분이 제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 그 결과에 따라 제 야구인생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떠올리면 강한 떨림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이 부분과 관련해서 언급하길 꺼려했어요. 제가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뿐이고, 그 다음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를,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아니 제 대답을, 그 내용들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요?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가볍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몸에 힘을 좀 빼면 야구도 잘 되는 것 같고, 제 인생도 조금은 밝아 보인다는 믿음이 있어요. 많은 분들은 제 행보에 눈과 귀를 기울이시겠지만 전 그저 처음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을 즐기고 싶습니다. 제가 쏟아내고 토해낼 노하우가 있다면 아낌없이 보여주고 싶고 한국 최고의 선수들을 통해 저 또한 많은 느낌표를 가질 생각입니다. 그 다음은 정말 그때 가서 고민할 거예요.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소집되면 제가 보고 싶어 하는 선수들을 만날 수 있겠죠? (이)대호도, (정)근우도 보고 싶고 (김)태균이도 만날 수만 있다면 꼭 같이 뛰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결혼한다고 해서 바쁠 것도 같고…, 친구들 이름만 떠올려도 괜히 가슴이 꽉 차오르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