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 때 굉장히 반가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때마침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승격돼 올라온 에인절스의 차세대 포수 최현과 조우를 하게 된 거죠. 이전 퓨처스게임에서 홈런 칠 때 잠깐 본 적이 있는데 그 새 더 체격이 단단해진 것 같더라고요. 어설픈 한국 말로 ‘형’이라고 부르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 꽤 귀엽기도 했습니다.
최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거나 진출한 경험이 있는 한국 선수들과는 아주 다른 길을 걸었죠. 한국인 사상 처음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받아 에인절스에 입단하게 됐으니까요. 13세 때부터 미국 청소년대표팀에 뽑혔고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유망주로 이름을 날리며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들었어요. 정말 대단하죠?
최현이랑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저의 짧은 영어 실력이 들통 날까 싶어 길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주에 에인절스가 클리블랜드로 날아와서 경기를 펼치니까 그때 같이 식사하면서 전 영어로, 최현은 한국말로 대화를 나눠 볼까 합니다^^.
사실 외국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의 대부분은 그 문화에 적응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입니다.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적잖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현은 미국에서 태어났고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미국 사회에, 문화에 적응할 필요가 없는 셈이죠.
제가 처음 미국으로 건너와 이곳의 야구를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던 건, ‘내가 정말 야구를 못하는 놈이구나’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어요. 한국에서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았고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전격적으로 계약을 맺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제 앞에는 저보다 날고 기는 선수들이 마이너리그부터 수두룩했던 겁니다. 이때 선수의 운명이 갈리는 것 같아요. 이걸 극복하고 넘어서는 선수와 자책과 패배의식으로 한없이 나락으로 빠져드는 선수와의 운명 말이죠.
지금도 마이너리그에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빅리그 진입을 꿈꾸며 뛰고 있습니다. 그 꿈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현실에 좌절도 할 것이고요.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빅리그 입성을 꿈만 꾸다 끝나게 됩니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을 거듭하다보면 정말 이곳에는 그 노력을 보상해주는 ‘큰 게’ 기다리고 있거든요. 저도 아직 그 ‘큰 것’을 만져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라는 기대를 갖고 생활합니다. 최현처럼 많은 후배들이 빅리그에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밥을 사고 차도 사고 서로 도움도 주고받으며 한국인의 정을 느끼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선 저 또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되겠죠.
클리블랜드에서
반가운 후배 최현을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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