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내일학교 졸업기념 시화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책자의 표지.(사진=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일요신문] 대구내일학교(교장 강은희)가 오는 22일 오전 10시 대구제일중학교에서 늦깎이 중학과정 학습자 95명의 졸업식을 갖는다.
내일학교는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성인 학력인정 문해교육프로그램으로 올해 제7회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21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졸업식은 코로나19 확산 위기 속에서 지난해 2월 20일 1차 휴업을 시작으로 5차례의 휴업 연장과 2차례의 비대면 수업 전환을 거쳐 어렵게 교육과정을 마무리하고 열리게 된 것이다.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조치로 가족과 지인들의 참석 없이 95명의 학습자와 담임강사만이 모여 교실에서 조촐하게 졸업식을 한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에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이뤄낸 만학의 결실이라 학습자들에게는 무엇보다 더 소중한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졸업생의 연령을 보면 최고령 학습자는 88세고 최연소는 48세, 평균 연령은 67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과정 김영숙(69) 졸업자는 “칠십을 바라보면서 지금처럼 행복했던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남편의 도움과 자식들의 응원으로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중학교를 졸업한다. 백세시대에 건강만 허락한다면 고등학교에 입학해 졸업한 후 꼭 대학까지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가족들은 손편지, 영상, 문자를 통해 ‘엄마가 하시는 모든 일을 항상 응원해요’, ‘꽃보다 예쁜 할머니 졸업 축하합니다’, ‘여보, 당신! 할머니, 어머님 졸업을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새로운 출발점에 선 늦깎이 학습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졸업생 95명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못가는 답답함을 손주를 돌보는 것으로 위로하는 할머니 이야기, 젊은 시절 놓쳤던 배움의 시간이 늦은 나이에 찾아온 것에 대해 아쉽다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 고등학교 진학까지 꿈꾸는 70대 중학생 이야기, 낯선 영어 단어를 술술 읽어낼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는 일흔의 딸 이야기 등 만학도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일상들이 오롯이 담겨있는 졸업시화집을 발간했다.
늦깎이 학습자가 배움의 길에서 마주한 감동과 기쁨, 인생 황혼기에 새로이 배움을 시작한 용기가 고스란히 녹아든 글과 그림 95편을 묶은 시화집과 시화는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범어아트스트리트 중앙광장에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강은희 교육감은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학습자님들이 슬기롭게 개인방역에 동참해주시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주신 덕분에 중학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안전한 졸업식을 맞이하게 돼 더 큰 마음으로 졸업을 축하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에도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들이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에서 대구내일학교를 알찬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