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지난 99년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씨를 (주)두산 상사BG의 대표이사로 올리며 4세 경영인 시대를 열었다.
그 후 5년이 지난 2004년 두산그룹은 박 명예회장의 동생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 진원씨를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주)두산의 상무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 진원씨는 그동안 (주)두산에서 구조조정을 담당하던 전략기획본부 TRI-C팀 부장으로 일했다. 진원씨가 상무로 승진함에 따라 두산의 형제간 경영이 4세 체제로 넘어가면서 사촌 경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상무와 박 사장의 부친 항렬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만 (주)두산 사장은 그룹 회장도 교대로 맡았고, 그룹의 위기시에 구조조정도 함께 단행하는 등 형제간의 우애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런 공동 경영체제가 4세로 대물림하게 된 것.
이들의 부친인 박두병 회장은 슬하에 6남1녀를 두었다. 이중 딸(용언씨)과 일찌감치 두산에서 떨어져나간 막내아들(용욱씨)을 빼고는 모두 두산 4세 체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박두병 회장의 넷째 아들로 서울대 병원장을 지낸 박용현씨의 세 아들도 부친과는 달리 두산그룹의 경영에 합류했다.
4세그룹의 선두주자는 역시 임원급에 포진한 박정원 사장과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박중원 두산산업개발 상무, 그리고 이번에 승진한 박진원 상무이다.
▲ 왼쪽부터 박정원 사장, 박지원 부사장 | ||
물론 두산그룹 계열사에는 3세 그룹은 물론 4세 그룹도 1% 이하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모습이 흔하게 보이지만, 박정원 사장과 박 상무의 경우 이들 4세 그룹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두산 4세 그룹은 모두 9명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씨는 두산상사BG 사장을 맡아 최근 혼다의 국내 딜러권을 따내면서 두산모터스를 세웠고, 차남 지원씨는 두산중공업 기조실에서 부사장 직책을 맡고 있다.
박용오 회장의 큰 아들인 경원씨는 전신전자라는 중소기업을 인수,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두산그룹과는 연관이 없는 개인사업가로 나섰다. 이는 국내 재벌가에서 흔치 않은 일. 전신전자에는 두산그룹 출신의 중견 경영인이 스카우트되는 경우는 있어도, 그룹 차원의 지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아들 중원씨는 형과는 달리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산업개발 경영지원본부 상무를 맡고 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큰 아들이 이번에 상무로 승진한 박진원 상무. 박진원 상무의 동생인 석원씨는 현재 두산중공업의 북경사무소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의사의 길을 택해 두산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박용현 전 서울대병원장의 세 아들은 현재 모두 두산그룹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다. 큰 아들 태원씨는 금융회사인 네오플럭스캐피탈의 부장으로 재직중이며, 둘째 형원씨는 (주)두산식품BG의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또 셋째 인원씨는 (주)두산전자BG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두병 회장의 다섯째 아들인 박용만 (주)두산 사장의 경우 자제들이 아직 학생이라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 왼쪽부터 박중원 상무, 박진원 상무 | ||
동업 성공 사례로 손꼽혔던 LG그룹도 3세까지는 협업 관계를 유지했지만, 대를 넘어갈수록 친족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지분 희석이 문제가 됐고, 결국 소그룹으로 정리해 분가해내는 과정을 밟았다.
두산의 경우 90년대 말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오너들의 결속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조조정 뒤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그룹의 중심축을 제조-건설 분야로 옮기는 변신을 단행했다.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는 다수의 오너그룹이 지분을 나눠 가진 지주회사 구조가 아니라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는 (주)두산과 두산건설이 관계사를 교차 지배하는 구조다. 이는 분가 전 LG그룹과 비슷하다. 때문에 4세 체제의 정착과 더불어 사촌간의 재산형성비율을 두산의 오너그룹에서 어떻게 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선 두산가 후예들의 이런 결속력이 4세 체제로 넘어간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경영의 특성상 집단경영체제의 형태를 띌 경우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수직적 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 부분이 한 집안의 독선으로 추진되거나 주도권을 둔 내부갈등이 불거진다면 그룹 경영 전반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두산가 4세경영시대는 친족간 동업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여 재계는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4촌간 동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