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내에 노폐물이 쌓여 장이 뒤틀려 있거나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의 비율이 깨진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대변이 쉽게 나오지 않고 신체 면역력도 저하된다. |
우리 몸에서 길이가 1.5m에 이르고 직경이 7㎝ 정도인 곳은? 바로 대장이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현대인들의 몸 중에서 혹사당하는 곳 중의 하나다.
‘대장’ 하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는 ‘지저분하다’는 느낌이다. 배설물을 담고 있다 내보내는 곳으로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장 속에는 대장 벽에 있는 배상세포에서 분비된 점액, 유독물질로 섞인 부패물까지 모두 합하면 2~4㎏ 정도가 항상 들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대장은 면역력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부위다. 면역력에 관계하는 임파구가 장에 60%가량이나 존재하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기관은 흉선과 골수, 그리고 장에서 생성되는 임파구인데, 특히 장은 임파구를 만들어내는 거점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일본의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 박사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면역력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떨어질까? 흉선이나 골수가 담당하고 있는 면역 작용은 20세를 정점으로 활동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의 면역력은 노화와 상관없이 왕성한 기능을 유지한다. 때문에 노화가 진행되면서 몸속에 나타나는 암세포 등을 제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 건강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내에 노폐물이 차곡차곡 쌓여 장이 뒤틀려 있고,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의 비율이 깨져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이다. 대장이 뒤틀리고 꼬여 있으면 대변이 쉽게 나오지 못해 일부는 대장 속에 남아, 혈액이 오염되고 면역력도 저하된다.
잘못된 식습관과 먹을거리 외에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등도 현대인의 장 건강을 망치는 요인들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변비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변비가 너무 흔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매끼 식사를 통해 먹은 음식이 소화·흡수되고 남은 찌꺼기가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상태가 변비. 장속에 변이 남아 있는 경우 단순히 배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해로운 가스가 나오고 장 안에 유해균이 증식하는 등 나쁜 영향을 미친다. 가스와 함께 발생한 유해물질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세포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여드름 같은 피부트러블이나 어깨 결림, 두통, 어지럼증을 일으키고 계속 방치하면 대장용종, 대장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별히 이상이 없더라도 남들보다 대장이 약한 성격이나 체질도 있다.
“한방에서는 체질상 소음인이나 태음인 같은 음인 체질이 특히 장이 약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 정이안 한의사(정이안한의원 원장)의 설명이다.
위장이 약한 소음인은 같은 소화기관에 속하는 대장 역시 약해지기 쉽다. 또 설사를 하면 몸이 금세 지치는 체질이다. 태음인도 대장이 약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대변을 보러 가거나 묽은 변을 보는 사람이 많다. 성격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이라 스트레스성 대장질환으로 고생한다고 한다.
대장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것 중의 하나가 대장 속에 살고 있는 수백 종의 공생세균이다. 이들 세균은 대장건강의 호위병으로 불린다. 대장건강을 생각한다면 가능하면 공생세균이 싫어하는 환경에 적게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생세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항생제. 나쁜 균과 함께 좋은 세균을 죽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으면 하루나 이틀 정도 설사를 하게 된다. 장의 기능이 불규칙해지거나 교란이 일어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 설사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복용하고, 올바른 복용법을 지키는 것이 좋다.
▲ 대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섬유질과 유산균이 충부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 왼쪽부터 현미밥, 보이차, 고구마, 김치, 된장. |
공생세균이 싫어하는 것은 과식, 폭식, 편식 등의 나쁜 식습관이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지방질 함량이 높은 식품도 마찬가지다. 흔히 먹는 커피나 탄산음료, 술, 스트레스 등도 공생세균에게는 치명적이다.
대장 건강을 생각한다면 먹고 자는 평소의 생활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공생세균이 좋아하는 생활은 어떤 것일까. 대장 건강을 지켜주는 다섯 가지 수칙을 소개한다.
첫째, 섬유질 섭취를 늘린다. 섬유질은 공생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로,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장내 유산균이 활성화돼 전체적인 면역 기능이 좋아진다. 또 마그네슘을 비롯한 미네랄이 잘 공급돼 피로 등의 증상도 사라진다.
특히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섬유질이 특효약이다. 섬유질이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해 대변의 부피를 증가시키고, 변의 습기를 유지시켜 쾌변을 도와준다. 매일 아침 쾌변을 원한다면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변비가 없는 건강한 장이 깨끗한 트러블 없이 매끈하고 촉촉한 피부를 만드는 바탕이 된다.
뿐만 아니라 대장암 예방 효과까지 기대된다. 유럽 10개국 암 관련 단체들의 합동연구에 따르면, 섬유질 섭취량을 두 배 늘리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4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섬유질을 적게 섭취하면서 동물성 지방이나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즐길수록 대장암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변 양이 적어져 변비가 생기면 음식물 속에 들어 있는 발암물질 등이 대장 내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대장의 상피세포를 암세포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매끼 식사에서 신선한 야채나 버섯, 해조류 등으로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우엉과 같은 뿌리채소는 섬유질이 매우 풍부하다. 밥도 흰쌀밥 대신 섬유질이 많은 현미밥을 먹으면 어지간한 변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좋아진다. 현미의 쌀눈에는 탄수화물 외에도 비타민과 미네랄, 고혈압을 개선시키는 ‘감마 오리자놀’ 같은 성분도 많다.
건강차 중에서는 소화불량이나 변비일 때는 보이차, 당귀차를 권할 만하다. 타닌 성분이 들어 있는 솔잎차는 설사, 배탈이 났을 때 따뜻하게 마시면 좋다.
둘째, 유산균 식품을 자주 먹는다. 유산균도 장을 튼튼히 하는 데 효과적이다. 대장 속 나쁜 균의 독을 중화시키고 좋은 세균을 보급해 공생세균을 늘린다. 때문에 설사를 자주 하거나 헛배가 부르면서 방귀가 잦을 때 요구르트가 도움이 된다. 만약 변비라면 요구르트에 삶은 고구마를 넣고 갈아 마시면 좋다. 장에 필요한 수분과 유산균, 섬유질을 함께 공급해 개선 효과가 크다.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 청국장 된장 등의 발효식품 등을 자주 먹는 것도 좋고 유산균을 콩가루와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콩가루에는 공생세균의 먹이가 되는 올리고당이 풍부하다.
셋째, 적당한 운동을 한다. 운동도 장을 튼튼하게 하는 비결로 빼놓을 수 없다. 운동을 할 때는 규칙적으로 하되, 전신운동을 해주면 좋다. 운동 강도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는 운동을 염두에 두지만 하루에 30분이라도 걷기, 맨손체조 등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넷째,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한다.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고, 잠을 자는 등 평소의 생활리듬도 대장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잠부터 제대로 잔다.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충분히 숙면을 취해야 한다.
올바른 배변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배변을 하고 배변 신호가 오면 참지 않고 화장실에 간다.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대거’라는 경혈자리를 지압해주면 좋다. 배꼽에서 손가락 세 개를 합친 정도의 너비를 내려간 위치에서 다시 좌우 바깥쪽으로 손가락 세 개를 합친 정도의 너비만큼 떨어진 곳이 대거. 변비가 심할수록 이 경혈 자리를 누르면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운 채로 양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대거혈을 좌우 동시에 천천히 눌러주면 장의 운동이 좋아진다.
아이가 변비로 고생할 때는 복부를 시계방향으로 둥글게 반복적으로 마사지해 주면 장운동이 촉진돼 대변을 부드럽게 보는 데 도움이 된다.
다섯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고, 결국 장의 운동이 약해지는 등의 나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이라면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으로 그때그때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긴장되는 상황이나 출퇴근 차 안 등에서 복식호흡을 자주 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이안 한의사
장속 노폐물이 몸으로 ‘줄줄’
대장 건강을 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새는 장증후군’이다. 이는 쉽게 말해 장벽이 샌다는 뜻이다. 현미경으로 보면 대장 벽에는 수많은 구멍이 나 있다. 자잘하게 퍼져 있다. 이 구멍을 통해 영양분이 흡수되기도 하고 때로는 영양분을 내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작용이 참으로 오묘하다. 대장은 자기가 알아서 우리 몸에 들어가도 괜찮은 성분은 통과를 시키고 그렇지 않은 성분은 통과를 거부함으로써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능을 하는 장벽이 어떤 이유로 해서 종종 새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문제는 자못 심각해진다. 우리 몸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 몸 안으로 들어가 우리 몸에 갖가지 만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특히 장속에 사는 세균들은 죽어서 노폐물이 되는데 그 독소가 몸속으로 흡수되는 것이 문제다. 세균의 독소가 몸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우리 몸에 갖가지 안 좋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간에도 이상이 생기고, 콩팥에도 이상이 생긴다. 면역기능도 떨어지고 만성피로증후군, 불면증, 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전세일 교수는 “새는 장증후군은 장에 자극을 주는 모든 것들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유없이 피로하거나 우울증이 심하거나 알레르기가 있거나 하면 혹시 새는 장증후군은 아닌지 의심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