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하고 축소·해체됐던 이 대통령의 외곽조직들이 최근 재건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추석을 앞두고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의 하나인 ‘트위터’에 접속해 트친들과 명절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청와대제공 |
선진국민연대, 국민성공실천연합(국실연), 뉴라이트전국연합(뉴라이트)은 2007년 대선이 끝난 후 이 대통령의 ‘3대 외곽 조직’으로 불렸다. 각각 역할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초 선진국민연대와 국실연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공을 치하하기도 했다. 뉴라이트를 이끌었던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는 지금도 이 대통령의 ‘멘토’ 중 하나로 꼽힌다.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한 청와대 인사는 “당내 기반이 넓었던 국실연으로 인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누를 수 있었고, 선진국민연대와 뉴라이트의 전국적인 조직망으로 인해 대선에서 이겼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세 곳 모두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 대해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3대 조직은 논공행상 리스트에서도 단연 윗줄을 차지했다. 특히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이 주도했던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인수위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청와대 정부부처 금융권 공기업 등의 주요 보직을 꿰차며 최고 실세 집단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국실연에는 다수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의원들이 참여하고 있어 이 대통령의 당내 입지를 굳건히 하는 데 힘을 보탰다. 국실연을 이끌었던 ‘MB 복심’ 박창달 전 의원은 지난해 2월 보수 단체인 자유총연맹 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뉴라이트의 경우 신지호 조전혁 박영아 의원 등이 국회에 진출했고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며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현재 차기 감사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 등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뉴라이트 상임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선 선진국민연대를 비롯한 3대 조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특정 인맥이 라인을 형성해 국정에 참여할 경우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시각이었다. 이런 주장은 주로 권력 다툼에서 밀려났던 소장파 측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그들이 대선에서 큰 공을 세운 것은 우리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할 경우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다. 대통령을 향한 언로를 그들이 막았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 전에 선진국민연대 출신들의 비선보고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장파는 지난 2008년 6월 ‘권력 사유화’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공론화했고, 결국 박영준 차관(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물러나야 했다.
청와대도 대통령 외곽 조직이 임기 내에 부담이 된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외곽 조직의 경우 ‘인재 풀’로서의 기능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나면 축소 또는 해체가 바람직하다고 여겼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권력사유화 논란에 이어 일부 인사들이 이권개입 및 주가조작에 연루되자 선진국민연대는 2008년 11월 ‘공식해체’를 선언했다. 그 뒤 선진국민연대는 전문정책그룹으로 구성된 ‘선진국민정책연구원’과 대중 조직인 ‘동행대한민국’으로 이등분됐다. 동행대한민국의 한 관계자는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상태에서 계속 조직을 유지하면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것이란 판단 때문에 (해체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라이트는 해체되진 않았지만 2009년 4월 조직의 ‘산파’ 격인 김진홍 상임의장이 사퇴하면서 그 규모가 급격히 축소됐다. 한때 17만 명을 넘던 인원은 5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지방 조직은 와해됐다. 올해 초 뉴라이트 출신의 한 현역 의원은 “김진홍 목사가 나간 후 사실상 명맥만 남아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로써 MB의 대선 승리에 일조했던 3대 조직은 뉴라이트를 제외하고 해체 운명을 맞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각 조직들은 청와대와 긴밀한 접촉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캠프 출신의 한 여권 고위 관료는 “대선 승리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라면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건설적 해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체 선언을 했던 선진국민연대의 경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주도하에 개편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당시 500만 명에 육박했던 회원들 상당수가 탈퇴했지만 이제는 로열티가 강한 ‘소수 정예화’로 탈바꿈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실연은 올해 연말 ‘NEW 한국의 힘’으로 명칭을 바꿔 재출범한 후 내년부터는 2012년 대선을 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뉴라이트는 지난 6월 김진홍 목사가 ‘컴백’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는 상태다. 앞서의 뉴라이트 출신 의원은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했다. 지방을 비롯해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조만간 예전의 위용을 갖출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치권에선 3대 조직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여권 핵심부의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선진국민연대 국실연 뉴라이트가 어떤 조직들이냐. 대통령을 한 번 만들어서 권력의 단맛을 느껴봤기 때문에 2012년 대선에서도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설 것으로 본다”면서 “여권의 대선 주자들 역시 ‘선거 노하우’를 몸소 체감했던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들 조직이 독자적으로 정치 세력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012년 총선 참여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방선거와 몇 차례 재·보궐 선거에서도 선진국민연대와 국실연 출신 인사들 이름은 빠지지 않고 오르내렸다. 현재 ‘리모델링’ 중인 이들 조직이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3대 조직들이 성공적으로 개편작업을 마무리해 집권 후반기 이 대통령의 ‘친위 부대’ 역할을 해 줄 것을 바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어차피 임기 막바지에는 믿을 만한 세력들이 필요하다. 선진국민연대나 국실연의 충성도는 이미 검증이 된 부분이고…. 전국적 규모의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그들이 이 대통령을 받쳐준다면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 역시 “MB를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게 마지막 과제다. 끝까지 지지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향후 이들이 이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대해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권 핵심부 내에선 이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3대 조직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명박 정부 초기 몇몇 여권 인사들에 의해 역대 정권 사조직에 대한 스터디가 이뤄진 바 있는데 당시 이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인 팬클럽인 ‘노사모’를 가장 치켜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태우 정부의 ‘월계수회’, 김영삼 정부의 ‘민주산악회’(민산) ‘나라사랑운동본부’(나사본), 김대중 정부의 ‘새시대새정치청년연합회’(연청)은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지만 대통령 퇴임과 함께 규모가 줄어들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노사모의 경우 튀임 후에도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변함없는 후원을 해줬을 뿐 아니라 활동 기반까지도 제공했다는 점에서 스터디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당시를 부러워하듯이 말한 바 있다. 노사모가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했던 장면을 떠올렸던 것”이라면서 “3대 조직을 정치세력화하기보다는 이러한 개인 팬클럽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