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왼쪽)와 김문수 지사. |
최근 차기 대선주자의 지지율 흐름을 살펴보면 유의미한 변화상이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김문수 지사 등 후발 주자들의 지지율 변화가 심상치 않다. 또 내년이 되면 박근혜 전 대표도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여 현재의 지지율과 대권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 지지층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향후 한나라당 친이 주자들이 박 전 대표와의 대권후보 경쟁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그동안 낮은 지지율을 기록해오던 민주당 주자들도 전당대회 이후 부상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대선주자들의 경쟁구도는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연 차기 대권주자들은 앞으로 어떤 레이스를 펼치게 될 것인지 최근 잠룡의 지지율 추이를 분석해 네 가지 포인트로 짚어봤다.
◇여당 지지층 박근혜로 결집
박근혜 전 대표는 근래 들어 한동안 정체됐던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다. 한때 20% 초반까지 내려갔던 지지율을 30% 가까이 회복하고 있는 것. 박 전 대표가 ‘독보적’ 1위를 기록하던 당시 지지율이 30% 초중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때의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13일~1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9.1%를 기록해 5월 초 3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해 정체기를 보였던 지지율을 상당부분 회복했다. EAI(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9월 공동여론조사에서도 지난 8월에 비해 4.8%p 상승한 28.6%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이후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5% 지지율을 넘어선 적이 없다가 9월 조사에서 20% 후반대로 상승했다.
박 전 대표 지지층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나라당의 전통 지지권인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큰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표가 20%대 초반(22.7%)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지난 6월 21일~25일 조사와 비교해 보자. 당시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35.9%를 얻고, 부산·울산·경남에서 31.4%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 9월 13~17일 조사에서는 부산·울산·경남에서는 31.6%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50.5%를 얻어 6월 21~25일 조사 당시에 비해 무려 14.6%p나 올랐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를 넘어섰던 지난 4월 26일~30일 시점과 비교해 봐도 대구·경북 지역의 지지율 결집은 눈에 띈다. 당시 전체 지지율은 30.4%로 9월 13일~17일 조사 때보다 높았지만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47.2%로 오히려 이번 조사치보다 더 낮았던 것.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몽준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에 이어 김태호 총리후보자까지 친이 주자들이 잇따라 부상하지 못하고 낙마하자 한나라당 지지층이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더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박 전 대표 지지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김문수는 시소관계?
그러나 박 전 대표 지지율 상승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엇갈린 견해도 있다. 대선까지 남아 있는 2년여의 짧지 않은 시간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친이 주자들의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박 전 대표를 안심하게 할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김문수 지사의 지지율 변화는 향후 박 전 대표를 긴장시킬 수도 있는 변수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문수 지사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없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흐름에서 최근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9월 13일~1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9.4%의 지지율을 얻어 박근혜 전 대표(29.1%), 유시민 전 장관(13.9%)에 이어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전주에 비해(9.9%)서는 다소 하락한 수치이지만 한명숙 전 총리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순위는 4위에서 3위로 오히려 올라섰다. 또 김 지사는 6·2 지방선거 이전 지지율이 7~8%대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근래 9~10%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한나라당 내에서 박 전 대표와 차기 대권 경쟁을 벌일 친이 주자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셈.
그렇다면 김문수 지사의 지지율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을까. 그리고 같은 여권 주자인 김 지사의 지지율과 박 전 대표 지지율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될까. 우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김 지사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김 지사의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 지지율에 ‘타격’을 줄 만한 수치가 아니라는 것.
또한 양 주자의 지지층 분포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박 전 대표는 앞서 거론했듯,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에서 높은 지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김 지사는 경기지사라는 직위의 이점 덕에 경기 지역과 수도권 지지자들이 많은 편이다. 대권주자로서 수도권 민심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은 김 지사의 장점으로 볼 수 있지만 한나라당 지지층이 아직 김 지사에게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불리한 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김태호 전 총리후보자의 낙마 이후 한나라당 내 새로운 인물의 진입이 힘들지 않겠느냐 하는 인식이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김문수 지사의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발언이 주목을 끌면서 광범위한 한나라당 지지층 중 부동층에게 호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가 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 자세를 취하며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이 긍정적 효과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부동층은 김 지사의 ‘고정지지층’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 박 전 대표 지지층과의 큰 차이점이라는 분석. 이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 전 대표에 대한 호감은 있지만 의구심을 가진 이들 중 대안으로 김문수 지사를 지지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김 지사를 명확하게 대안으로 생각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김 지사의 노력과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이들의 표심도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시민 침묵해도 뜨는 배경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지율이다. 유 전 장관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급부상한 뒤 이후 2~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13일~1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유 전 장관은 박 전 대표에 이어 13.9%로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유 전 장관이 최근 정치적 행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지율 수치는 눈에 띄는 결과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날선 비판을 내놓으며 활발한 정치행보를 하고 있는 김문수 지사의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유 전 장관의 지지율 수치는 주목할 만하다.
우선 유 전 장관이 ‘침묵’ 속에서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경에는 20~30대 젊은 층의 지지가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대층의 지지율은 1위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설 정도로 높다. 9월 13일~1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20대층에서 유 전 장관은 24.6%, 박근혜 전 대표는 19.3%의 지지를 얻었고, 30대에서도 유 전 장관이 20.3%를 얻어 박 전 대표(22.9%)와 엇비슷했다. 반면 3~4위권의 김문수 지사,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20~30대에서 지지율이 10% 내외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시민 전 장관의 지지가 과연 차기 대선에서 표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적지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현 유시민 전 장관의 지지는 진보 주자 중 가장 인지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높게 나오는 측면이 크다. 지난 대선 이전의 고건 전 총리에 대한 지지 양상과 비슷한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과연 인지도에 기반한 지지를 차기 대선주자로서 조직력을 가지고 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라고 평했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특정계층에서 전폭적인 호감도를 얻고 있다는 점도 대선주자로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선거 국면에서는 조직의 운영능력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다. 과연 유시민 전 장관을 킹으로 만들 수 있는 킹메이커와 조직이 얼마나 튼튼한가를 생각하면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여권 후보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유시민 전 장관을 꼽기도 한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민주당 후보가 지금까지처럼 대선구도에서 큰 흡인력을 갖지 못할 경우 유시민 전 장관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민주당 주자 바닥 벗어날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흐름을 살펴보면, 민주당의 난국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금까진 손학규 대표,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등 이른바 민주당 ‘빅3’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박근혜 전 대표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리얼미터의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 포함된 상위 8위권에 들어있는 주자도 손학규 대표가 유일한데 손 대표도 6~7%의 낮은 지지율로 6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13~1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손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29.1%), 유시민 전 장관(13.9%), 김문수 지사(9.4%), 한명숙 전 총리(9.4%), 오세훈 시장(7.9%)에 이어 7.1%로 6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외에 정세균 최고위원이나 정동영 최고위원의 경우 8위인 이회창 대표(3.7%)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과연 이같이 낮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주자들이 향후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만한 지지율을 얻어낼 수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우선 10월 3일 전당대회 이후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차기 대선에서 누가 킹이 될지, 누가 킹메이커가 될지 명확히 가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후 민주당 지지층들도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선주자 경쟁구도가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흐름을 살펴보면, 대중적 호감도와 인지도는 민주당 주자 중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오는 손학규 대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조직력이 약하다는 단점 때문에 누가 손 대표를 돕는 ‘킹메이커’가 될 것이냐에 따라 손 대표의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개인의 인기와 조직의 동원력은 분명히 다르다. 전반적인 호감도는 손 대표가 높다고 하더라도 실제 선거에서는 정동영 최고위원이 유리할 수도 있다. 전대 이후 민주당 주자들은 ‘밀’ 주자를 중심으로 ‘돕는’ 역할을 나누어 맡아야 차기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경제대통령 이미지 ‘약발’ 계속 받는다
이 대통령이 집권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 지속적인 불경기 상황을 꼽는 이들이 많다. 대선 후보로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그저 경제 하나 살려 달라’는 심정으로 뽑은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와 한나라당과 대통령·청와대를 별개로 인식하게 한 정치 전략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떨어짐에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유지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이전 대통령과는 속성이 다르다. 과거에는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지지도가 등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움직인다. 경제를 유지, 발전시켜 달라는 국민들의 초기 요구에만 부응한다면 특별히 떨어질 요인이 없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40%대 중반의 지지율에서 추석 이후 상승 분위기가 더해져 일부 여론조사의 경우 50%대까지 회복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9월 27일 한국리서치와 리서치앤리서치가 같은 달 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50.9%로 나왔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거품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안정적 궤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에 대해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지지율만 놓고 보자면 이 대통령은 매우 운이 좋은 집권 3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당 전대를 거치면서 컨벤션 효과가 더해진다면 여당표는 여당으로, 야당표는 야당으로 결집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또 11월에 열리는 G20 이후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홍보가 더해지면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보다 확고히 하면서 지지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큰 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50%대 중반까지도 상승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