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양평지사 황유미
[일요신문=양평]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불편과 공포를 경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잠들기 전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일상, 5명 이상 모임 금지, 심지어 명절이 돼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도 찾아뵙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을 멀리 유리창 밖에서 손을 흔들며 봐야만 하는 가슴아픈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더욱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의료시스템 마비로 인한 죽음에 대한 공포다. 원치 않게 확진자가 되었는데 전문 치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모두 포화상태라서 집에서 그냥 대기하다가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었으며, 실제 작년 2020년 12월에 그렇게 사망한 사람이 서울 경기에서만 6명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더욱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그 비극의 주인공이 나와 내 가족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의 삶을 공포영화 그 자체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런 와중에 절박하게 대두되고 요구된 것이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다.
공공의료 확충은 지역간 의료서비스 격차해소, 건강증진을 위한 병원, 환자에게 적합한 표준진료 도입, 새로운 정책을 위한 Test-bed 역할 수행 등 전체 보건의료체계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꼭 필요한 과제인 것이다.
먼저, 조금은 낯선 용어인 ‘공공의료’란 무엇일까? 「공공보건의료에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공의료라 함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건의료기관으로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은 2019년말 기준으로 전국에 221개가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국립대학병원, 국립암센터, 국립중앙의료원, 적십자병원, 보훈병원, 지방의료원 등이며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일산병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금 성공적으로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는데 더 이상 공공의료 확충이 왜 필요한가?’라고 말이다.
그런데, 2020년 3~4월 통계기준으로 코로나19 입원환자의 78%를 공공병원(주로 지방의료원)에서 치료하는 과정에 확진환자의 거주 지역에 공공병원이 없어 전혀 생소한 타 지역으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공공병원이 지역별로 균형있게 분포되어 있지 않고 병상도 여유가 없었기에 일반 병원을 코로나19 전담 치료병원으로 변경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즉, 민간병원은 만성질환환자나 중증질환 환자 등의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함에도 그들 입원환자를 강제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문제 등이 그것이었다.
일례로, 2021. 2. 9일자 MBC 뉴스에 ‘집중 취재’라는 제목으로 이런 보도가 있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한 구립요양원의 환자 보호자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는데, 그 이유는 ‘서울시가 이곳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면서 2021. 1. 15일까지 병상을 모두 비우라고 했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곳에 입원중인 환자 260여명 대부분이 치매와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는 8,90대 중증질환자라는 것이다.
그들 보호자들 표현대로 말하자면 ‘청천벽력 같은’ 이런 일은 왜 발생했을까? 바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기에, 다시 말해 공공의료 확충이 안 되어 있기에 발생하는 연쇄적인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OECD평균의 1/10 수준이며, 그마저도 의료원등 일반의료중심 공공의료기관은 63개로 충분한 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시도별 공공의료병상비율 격차도 큰 상태이다(참고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 수 221개는 2019년 기준으로 전체의료기관 대비 5.5%에 불과하고 이것은 2016년 OECD평균의 공공의료기관 비율 65.5%의 1/10이하 수준이며, 공공병상 비율은 2019년 기준으로 전체의료기관 병상비율의 9.6%로 OECD평균인 89.7%의 1/10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 건강보험공단이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무엇보다 건강보험이 지속되려면 국민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의료수요를 줄이는 한편, 적정비용으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합리적인 공급자가 늘어야 하기때문이다.
둘째, 공공의료기관은 과잉이나 과소진료가 아닌 표준 진료를 제공하므로 진료비 지출이 감소하고, 그 자체로 합리적 공급자 역할을 수행하고, 민간에까지 합리적 의료제공을 확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셋째, 공공병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원가자료를 수집하여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급여화되는 항목들의 적정 수가를 산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수익성이 낮아서 민간에서 기피하는 예방·보건교육 등을 제공하여 국민건강이 향상되고 그로인해 의료비증가 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지역별 건강격차 축소 등을 통해 지역간 사망률 차이 등을 줄이면 국민전체의 평균적인 건강수준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여섯째, 국민건강과 관련된 새로운 정책이나 시범사업 등을 원활히 수행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국산 신약·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지출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취약한 공공의료로 인해, 지역간 의료공급·건강수준의 불평등이 나타나고,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는 상급병원 쏠림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으로 인해 표준 진료를 벗어난 과잉·과소 진료등으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정규모의 권역별 공공의료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며, 설립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예비 타당성 평가 면제와 공공병상 비율이 낮은 지자체와 사정이 비교적 나은 지자체간 국고보조금 차등 지원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열악한 공공병원의 인력과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며 경영자율권도 보장되어야한다.
공공의료가 활성화되면,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살든지 필수 의료서비스를 적기에 받을 수 있고 이로인해 국민전체의 평균적인 건강수준이 향상될 것이며, 이는 건강보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의료기관의 시설과 장비 개선 등을 통해 국내 의료산업 발전과 보건의료분야에서 정보통신 기술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을 외친다 해도 관계당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모든 것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5. 7. 7일자 한 일간지가 싣고있는 현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당시 국회의원 신분)의 발언을 의미 깊게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비한 공공병원 강화의 필요성을 전 국민이 절감하고 언론들은 물론 의료계 역시 이구동성으로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보건당국이 이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며 심지어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에 대해 무관심까지 하다”
그러한 일련의 우려를 공감하고서 그 당시 메르스 사태가 던져준 감염병에 대한 위기감과 교훈을 관계당국이 충분히 절감하고 대책을 마련했을까? 그것은 이번 코로나19가 발발하고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를 보면 쉽게 파악이 될 것이다. 마스크 부족사태로 일대 혼란을 겪었고, 집에서 대기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공포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으며, 공공병상이 부족하여 민간병원에까지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소를 읽고 난 뒤에 외양간을 고쳐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본다. 6년전에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의 치명적 위험성과 공포를 그때라도 잘 깨닫고 대비했었다면, 그때라도 외양간을 좀 고쳤더라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이 혼란과 공포를 좀 더 여유 있게 막아내고있지는 않았을까 하는생각 말이다.
6년이 흐른 지금도 전문가들은 그때와 똑같이 공공의료의 확충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코로나19가 주는 절대절명의 교훈마저 메르스 사태 당시처럼 또다시 유야무야 놓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