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랑니>의 한장면. |
‘사랑인가 잘못된 불장난인가’ 인터넷은 물론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30대 여교사와 중학생 제자 간의 성관계 사건을 따라가 봤다.
시간은 지난 10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H 중학교의 기간제 교사인 오 씨. 그는 올해 3학년 모 반의 담임을 맡았다. 평소 활달한 성격인 오 씨는 학생들과 잘 어울리며 유대감을 쌓아갔다. 학교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자상한’ 선생님으로 통하고 있었다. 오 씨가 미니홈피에 올린 장난기어린 글들과 사진은 그가 학생들과 얼마나 스스럼없이 교류하고 있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17일, 그의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들어야만 했다. 유부녀인 35세의 오 씨가 자신의 학생인 15세의 김 아무개 군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오 씨는 지난 10일 낮 12시께 서울 영등포역 지하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차 안에서 김 군과 한 차례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오 씨와 김 군은 당일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았고, 이 사실은 아들의 문자를 본 김 군의 어머니에 의해 발각됐다.
경찰은 “오 씨가 김 군에게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김 군이 답문으로 ‘좋았다’고 보냈다”며 “이 문자를 본 김 군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오 씨와 김 군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서로 사랑해서 그랬다. 대가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H 중학교에 재학 중인 유 아무개 양(15)은 “학교에는 오 선생님과 김 군이 학교 행사 외에 잦은 만남을 가졌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이 사건 조사를 담당한 강서경찰서는 당시 “김 군이 만 13세 이상이고, 대가 없이 서로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이므로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수차례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고,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이를 참작했다”며 “오 씨의 남편이 이를 아는지 모르겠지만 오 씨의 처벌은 해당 학교나 교육청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처벌 불가’ 결정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법망의 구멍’이며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니 만큼 처벌은 필수라는 것이다. ‘나만의 법사’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50대 남자가 14세 여중생과 성관계를 맺고 합의했다면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 법”이라며 “이런 판결이면 원조교제도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는 화곡동의 임 아무개 씨(여·49)는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이 또 벌어질텐데…. 무서워서 어떻게 (자녀를) 학교에 보내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난의 화살이 자신을 겨냥하자 경찰 측은 언론에 공개했던 기존의 입장을 뒤집는 촌극을 벌였다. 사건 발생 이틀 뒤 기자와 통화한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은 ‘아직 조사 중’이기에 당사자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하겠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당사자들의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며, 수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형사 2팀 관계자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 경찰서가 초토화될 지경”이라며 “경찰이 말 잘 못하면 (피의사실공표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H 중학교도 즉시 오 씨를 해직시켰고, 담당 교육청도 오 씨에 대한 ‘중징계’ 의지를 밝힌 상태다. 서울 강서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오 씨의 처분 여부와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안이 심각한 만큼 해당 교사는 해임과 동시에 교사자격 박탈이라는 징계를 받을 것”이라며 오 씨가 ‘선생님으로서의 최고 형벌’에 가까운 처벌을 받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렇게 된다면 오 씨는 다시 교편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H 중학교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H 중학교 1학년생인 박 아무개 양(14)은 “어제 오늘 학교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다. 모두들 그 사건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H 중학교 체육교사인 이 아무개 씨(여·35)는 “언론에 이미 사건이 크게 보도돼 학교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며 “학교 측은 자숙하는 분위기이고, 교장 선생님 등 관리자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학생들도 알 것 다 아는 나이인데 왜 (이 사건에 대해) 모르겠나. 쉬쉬하니까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일 뿐 상처를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동료 일이기에 사생활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사건을 잠재우기 위한 학교 측과 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오 씨의 미니홈피와 개인 신상정보를 각종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오 씨와 김 군의 실명, 사진, 가족 관계, 해당 학교 이름 등이 모두 여과없이 공개돼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이 염려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오 씨의 미니홈피에는 김 군과 함께 찍은 사진도 다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 씨의 남편 등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이 심각하다. 한 네티즌이 “오 씨 남편의 싸이월드에 들어가면 오 씨의 사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자 일부 네티즌들은 오 씨 남편의 미니홈피 찾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여교사 남편을 ‘변호사’라고 보도했지만 이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경찰 측에선 ‘잘못된 정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불어 오 씨의 초등학생 딸 사진도 현재 인터넷에 돌고 있는 실정이다. 또 네티즌들은 오 씨와 성관계를 가진 김 군의 신상정보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했다. 피해는 이뿐만 아니다. 오 씨와 ‘동명’인 사람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오 씨와 이름과 직업이 같다는 이유로 2~3명의 여교사 개인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또 오 씨와 아무런 연관점이 없는 타 여교사들에게까지 혹평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kio’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은 보기 민망할 정도”라며 “생각없이 개인 정보를 올리는 행위가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며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우선미 기자 wihts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