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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이 사건은 국내 공기업 직원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데다,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뇌물,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수수한 금액이 최대 1백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주식파생상품을 발행하는 공기업과 이를 운용해온 외국계 은행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그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사건에 대한 서울지검 특수1부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01년 한국고속철도공사는 선물, 옵션 등 주식파생상품 약 1조원어치를 발행했고, 농협이 이에 대한 운용을 맡았다. 파생상품은 환율, 금리 등의 변동에 따라 바뀌는 금융자산의 미래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정해놓고, 나중에 현재 정한 조건대로 실거래가 이뤄지는 주식 상품.
상품의 리스크가 크고, 운용기법도 까다로워 국내 은행에는 한 두 명의 전문가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협은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이 상품을 운용했고, 그 대가로 3백90억원의 수수료를 챙겨갔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농협이 이 수수료의 절반가량인 1백90억여원을 농협에 대한 자문을 맡은 ‘TPI’라는 컨설팅사(대표이사 이응대)에 건넸고, 이 회사는 다시 ‘카르마캐피탈’이란 회사의 정아무개 사장, 외국계 은행인 도이치뱅크의 황아무개 상무, 농협직원 신아무개 과장, KTX직원 정아무개 과장 등에게 돈을 건넨 것이다.
결국 농협이 주식상품 운용 수수료로 받은 돈이 딱히 상관이 없어 보이는 여러 관계자들 손에 넘어간 셈이다.
검찰은 이들이 KTX의 주식상품 운용을 둘러싸고 서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뇌물수수, 알선료 등의 명목으로 이 돈이 건네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들은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세간의 시선은 도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이며, 왜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 상품을 발행한 KTX측이나 운용한 농협 등의 경영진들이 과연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사실 1조원 단위의 상품을 발행하고 운용하는 일이 몇몇 실무 직원들에 의해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요신문>은 이 사건으로 인해 구속된 A씨의 최측근 이아무개씨와 만나 그간의 일에 대해 소상히 들어봤다.
이 일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1년.
이씨에 따르면 당시 KTX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면서 대규모의 외자를 끌어썼고, 이에 대한 환차손 등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물, 옵션을 발행키로 했다고 했으며 이 정보를 접한 사람은 외국계 은행인 도이치뱅크의 황아무개 상무(그는 현재 4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중이다)였다고 한다.
당초 도이치뱅크에서는 KTX의 파생상품을 대신 운용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계약을 준비중이었다는 것. 국내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통 국내에서 파생상품을 발행할 경우 도이치뱅크, BNP파리바, 메릴린치 등 외국계 회사에서 주로 운용을 해왔다”며 “국내은행의 경우 전문가 한두 명이 있지만, 사실 실거래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국계 회사들이 운용의대가로 받는 수수료는 천차만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정작 도이치뱅크 내에서는 KTX라는 회사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낮게 책정했고, 이에 도이치뱅크는 운용대가로 높은 수수료를 요구해 쉽사리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이아무개씨는 전했다. 이런 와중에 황아무개 상무는 ‘카르마캐피탈’이라는 회사의 정아무개 사장(현재 구속중)을 만나게 됐다는 것.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 사장은 미국 아멕스은행 출신으로 그동안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운용 업무를 담당해오다가 개인회사를 차린 것으로 전해진다.
도이치뱅크의 황아무개 상무와 ‘카르마캐피탈’의 정아무개 사장은 서로 안면이 있었고, 이런 저런 얘기끝에 KTX가 발행하는 상품 운용을 다른 곳으로 맡기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의 간부와 개인 캐피탈 회사의 대표이사가 농협을 등에 업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으나, 정아무개 사장은 ‘TPI’라는 컨설팅 회사와 접촉을 하게 된다.
‘TPI’는 미국 뉴욕대 출신의 3인방이 모여 세운 회사. 이아무개씨, 남아무개씨, 이아무개씨 등 3명은 지난 2001년 자본금 5천만원을 들여 이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뉴욕대 동창이라는 점 이외에도, 각자 미국 선물시장에서 ‘옥수수 선물(Corn)’을 주로 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이 중에 농협과 다리를 놓은 사람은 신아무개씨. 신씨는 모여행사 대표이사의 외아들로 한때 탤런트 K씨와 공개적으로 교제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던 사람이다. 신씨의 부친이 농협 최고위층 학교 선배여서 신씨가 농협과 끈이 닿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TPI’는 지난 2001년부터 농협이 이 상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상품운용 방식, 거래가격 등 각종 컨설팅 업무를 맡은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파악됐다. 결국 KTX가 발행한 선물, 옵션 상품을 운용하는 데에는 수차례에 걸친 소개가 거듭돼 이뤄진 것.
그러나 이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이치뱅크의 한 임원이 금감원에 ‘농협의 주식상품 운용에 대한 의혹’이라는 내용의 투서를 보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현재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명목으로 얼마의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이 수사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그간 ‘성역’으로 분류했던 공기업과 외국계 은행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