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 부산 감독은 부산의 이번 챔스리그 출전 좌절로 이적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래픽 사진 합성. |
#변화 속 부산…돌 맞는 포항
지난 주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0 하나은행 FA컵 주인공이 수원이 되면서 축구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화두로 떠오른 것은 패장이 된 부산 황선홍 감독의 거취였다.
사실 FA컵은 황 감독의 새 시즌 행선지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올해로 3년 임기가 끝나는 황 감독은 FA컵 결승을 앞두고 가진 미디어데이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꼭 출전하고 싶다. 현재 우리(부산) 전력이라면 아무런 소득을 올리지 못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부산에 잔류하는 데 영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어느 정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챔스리그 출전 여부에 따라 행선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부산이 손에 넣은 것은 전혀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또 다시 기자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은 황 감독은 “부산과 나, 모두가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황 감독은 부산의 상대적으로 부족한 투자를 아쉬워했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해 일찌감치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었다.
물론 부산 구단도 할 말은 있다. 어쩌면 일종의 서운함이다. 사정상 돈을 아낌없이 풀지는 못해도 성남(80억 원대 후반 추정)보다 많은 액수를 팀 운영 자금으로 썼다는 것. 여기에 레모스 전 감독이 물러나며 박창현 감독대행 체제로 돌입한 포항으로의 이적설이 불거지며 팀 성적이 크게 추락했다는데 아쉬움이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부산은 일단 황 감독과 계속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실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게 주된 분위기였다.
실제로 부산은 2010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전반기까지 정규리그 6승을 챙겼으나 후반기 돌입한 이후 FA컵 결승전 이전까지 1승에 머무는 등 지독한 침체기에 놓였었다. 선수단에 전혀 악영향이 없을 수 없었던 상황. 부산 구단 측은 소문의 진원지는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으나 확실한 정보가 아닌 탓에 확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같은 상황에 처한 포항도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박 감독대행은 챔스리그 8강전 패배가 결정타였다. 큰 파장을 일으키고 떠난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을 보좌했고 레모스 전 감독과도 함께했던 박 감독대행은 나름대로 선수단을 조율하며 근근이 팀을 꾸려왔지만 후반기 들어 일찌감치 리그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6강 PO 경쟁에서 이탈한 데다 챔스리그 탈락으로 모든 목표를 상실했다. 후반기 막바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던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포항 구단의 전방위적인 접촉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근거가 있고 없고를 떠나 ‘아무개가 다음 시즌 우리 팀 감독이 된다더라’ 등등 각종 루머들이 파다한데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 구단이 가장 불쾌하게 여기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점이다. 박 감독대행을 포항은 애초부터 감독 후보로서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황 감독이 물망에 오르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직에 있지 않는, 이름만 대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네임밸류 높은 몇몇 후보들이 포항 신임 사령탑으로 거론된다.
지금은 인천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도 포항 감독 후보로 지목됐으니 이쯤이면 포항은 자의든 타의든 근래 사회 화두인 ‘공정한’ 스포츠맨십에서 결코 자유롭다고 할 수 없겠다.
황 감독을 대신할 부산 사령탑 후보군으로는 잠시 부산을 이끌었다가 지금은 중국에서 활동 중인 A 감독과 강한 카리스마를 장착한 B 감독 등 주로 경험 많은 노장급 감독 몇몇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울산 ‘차분’ 경남 ‘술렁’
울산 구단은 아직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잔류 가능성은 충분하다. 복수의 축구계 핵심 인사들도 “김 감독이 나름 지도력을 발휘했고, 울산 구단도 만족하고 있다. 다만 챔스리그 출전권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귀화 감독대행이 이끄는 경남의 상황은 조금 불안하다. 조광래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자신의 후임으로 김 감독대행을 전폭적으로 밀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대표팀 사령탑 발표 이후 실제로 수많은 인물들이 조 감독의 후임으로 거론됐다. 심지어 경남 김두관 도지사도 내심 생각한 한 축구인이 있을 만큼 경남 지휘봉은 대단히 매력적인 자리였다. 외부에 알려진 것만 모두 12명이 넘는 후보들을 뿌리치고 김 감독대행은 조 감독의 강한 지지를 받으며 자리를 지켰으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김 감독대행이 조 감독의 색채를 유지해왔다는 것 외에 뚜렷하게 보여준 게 없다는 것이 발목을 잡는다. 챔스리그 티켓을 딴다면 그대로 벤치에 남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겠지만 추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아직 계약이 남아있는 사령탑의 거취도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전남 박항서 감독은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아있지만 용병술 외에도 팀 안팎에서 나쁜 시선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게 일부 변수로 작용한다는 게 축구계의 솔직한 시선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