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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대치동에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서울 사무소. | ||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은 한 정치인의 부친에 대한 얘기에 쏠려 있었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친 신상묵씨의 과거 친일행적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날 부친의 행적이 폭로된 신 전 의장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이런 얘기에 쏠려 있을 즈음, 경제계에는 놀랄 만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가 유럽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라는 회사와 함께 중국 우시시에 반도체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회사측이 공시한 내용에 의하면 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시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공장설립에 드는 비용 20억달러(약 2조4천억원) 중 중국측이 순차적으로 10억달러(토지 공장임대 포함)를 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건은 속을 뜯어보면 엄청난 사건이었다. 반도체 D램 생산규모면에서 단일기업으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세워 이전한다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일반인은 거의 없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것이 주가가 오를 호재냐, 아니냐는 눈앞의 이익에만 주판알을 튕길 뿐 어느 애널리스트도 좀더 정확히 이 문제를 분석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날 하이닉스와 중국 우시시측이 공동 발표를 하고 난 뒤 중국 관영방송인 신화통신이 보도한 내용은 이번 사건이 향후 얼마나 중대한 문제로 다가올 것인지 짐작케 했다.
“우시가 하이닉스의 생산공장을 유치한 것은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다. 중국의 기술공백을 메워주고 국제 일류기술을 중국이 진짜로 도입하게 됐다.”
중국이 이번 하이닉스 공장유치를 단순하게 보고 있지 않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 하이닉스를 기반으로 그토록 열망하던 반도체기술을 배워 세계 IT시장을 공격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하이닉스의 이번 우시공장 설립은 중국의 첨단산업 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측의 설명은 이렇다. 하이닉스측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을 받게 돼 생산비 절감을 이룰 수 있어 시장경쟁력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우시시와 하이닉스가 맺은 협력계약 내용을 보면 하이닉스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20억달러가 투입되는 공장설립을 위해 하이닉스와 ST마이크로가 10억달러를 대고 나머지 10억달러는 중국 정부가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중요한 부분은 중국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10억달러. 중국측은 이 돈을 공장설립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하이닉스와 ST측에 대출해주는 것이었다. 결국 중국은 돈 한푼 내지 않고 최첨단 기술을 가진 공장을 유치함은 물론, 공장설립을 위해 빌려준 10억달러에 대한 이자도 꼬박꼬박 챙기게 되는 꿩먹고 알먹는 장사를 한 셈이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었다. 온갖 특혜성 지원책을 내놓으며 미국, 유럽, 일본 기업과 접촉했다. 그중 몇몇 기업은 중국내에 공장을 세우기도 했지만 대부분 핵심 기술은 공개하지 않은 채 조립공장을 세웠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기술을 지금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룽지 총리는 지난 2000년 국가사업으로 ‘반도체육성책’을 마련, 총력매진했다. 그는 지난 2002년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삼성전자의 기흥반도체공장을 직접 둘러볼 정도로 반도체에 매달렸다.
결국 이번 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설립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공장설립자금 중 절반이 중국의 은행이 대출해주는 것이고 보면 사실상 이 공장의 지분 중 절반은 중국 차지다.
당연히 공장 핵심 임원 중 절반은 중국 관리, 혹은 중국 정부가 내세운 인물이 차지하게 될 것이고 이들은 하이닉스가 가진 첨단기술을 고스란히 배우게 될 것이다. 더욱이 현지인력을 채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생산을 담당, 현장에서 생산하는 기술까지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 중국 공장이전 효과는 향후 5년 이내에 한국의 반도체산업 전체에 충격파로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모두 알고 난 뒤 대량 생산을 통해 공세를 감행할 경우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거꾸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80년대까지 경쟁 우위를 지켰던 조선업의 경우 90년대 들어 중국이 건조기술을 가지면서 한국 조선시장이 초토화됐다.
높은 인건비, 치솟는 임대비용,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비용 등으로 인한 생산고비용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중국으로 떠나는 하이닉스. 그러나 하이닉스의 해외탈출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에 어둡게 드리운 먹장구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정선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