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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NBA 서머리그팀과 연습경기 중 조성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 ||
KBL 전폭적인 지원
남자농구대표팀은 대한농구협회(KBA)와 한국농구연맹(KBL)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합숙·합동훈련을 했다. 실전 경험을 위해 미국 전지훈련도 두 차례나 다녀왔다. 대표팀 지원금만 20억 원이 넘을 정도로 주머니도 두둑했다. 미프로농구(NBA)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살아있는 전설’ 레니 윌킨스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시 주어지는 병역혜택도 선수들의 각오를 새롭게 다질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군 복무 중인 선수들에게도 범위가 적용된 상태. 아직 군 입대를 하지 않은 하승진(KCC)과 오세근(중앙대)을 비롯해 이제 이등병이 된 함지훈(상무)과 내년 제대를 앞둔 양희종(상무) 등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다부지다.
과거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손발을 맞춘 것에 비하면 시간적으로도 충분했다. 각 소속 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선수들 차출에 동의했고, 시즌 개막 이후에도 팀별 두 경기를 제외하고 합숙을 허용했다. 아시안게임 시기도 적절하다. 그동안 각종 대회는 6개월간 펼쳐지는 프로농구 폐막 직후에 열렸다. 대표팀이 부상병동으로 불렸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시즌 개막과 맞물려 선수들의 부상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유재학 감독은 첫 대표팀 소집에서 25명의 예비엔트리를 발표했다. 이후 2명을 늘려 27명의 예비엔트리로 합동훈련을 시작했다. 대표팀 선발 과정은 무한경쟁이었다. 1, 2차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최종 12명의 명단이 결정됐다. 부상을 안고 다니는 김승현(오리온스)과 방성윤(SK)은 일찌감치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주희정과 김민수(이상 SK)도 갑작스런 부상으로 경쟁에서 낙오됐다. 유 감독은 이름값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대학 선수들도 대거 선발해 경쟁에 붙였다. 최종 명단에 오르는 데 실패했지만, 대학생 김종규(경희대)과 김선형(중앙대)의 막판 경쟁도 치열했다.
하승진을 포함한 12명의 태극전사들은 오랜 합숙훈련으로 조직력이 탄탄할 수밖에 없었다.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됐을 정도. 유 감독의 지시 외에도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개선 사항을 바로 바로 고쳐나갔다. 프로선수들이지만, 태릉선수촌 새벽운동부터 야간운동까지 아마추어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임했다. 김성철(인삼공사)과 이규섭(삼성) 등 선배들이 먼저 솔선수범했고, 후배들은 당연히 따라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유 감독은 물론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소리는 “대표팀 분위기는 역대 최고”라는 말이었다.
유재학 감독의 가장 진한 색깔은 강력한 수비 농구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소집부터 해외 전지훈련 기간 내내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훈련시킨 것은 수비였다. 레니 윌킨스 고문의 의견도 같았다.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강한 수비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 결과 대표팀의 수비 조직력은 완성도가 높아졌다. 앞선 가드진의 수비는 개인기가 출중한 외국선수들도 진땀을 뺄 정도로 절정에 올랐고, 김주성(동부)과 이승준(삼성)의 포스트 더블 팀도 철옹성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공격에서 나타났다. 수비 완성도에 비해 공격의 짜임새는 부족했다.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유 감독도 “기술자가 없어서 걱정”이라며 “신장의 열세가 있기 때문에 결국 외곽슛이 터져야 승산이 있는데 슈터가 없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현재 대표팀의 해결사 부재는 컨디션 회복 중인 하승진의 부상 상태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대표팀에서 믿을 수 있는 슈터는 이규섭이다. 대표팀 선발 이후 최고의 슈팅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김성철과 양희종, 조성민, 양동근, 이정석 등 외곽선수들의 슛이 터져줘야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을 방법은 결국 외곽슛이다.
조 편성만 보면 최악
한국은 중국,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예선라운드 통과 2개 팀과 한 조를 이뤘다. 조 편성만 놓고 보면 최악의 조라 불릴 만하다. 개최국 중국은 강력한 우승후보. 요르단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정도로 만만한 팀이 아니다. 하지만 넘지 못할 벽들이 아니다. 오히려 분위기가 가장 좋은 것은 한국이다.
중국은 NBA에서 뛰고 있는 야오밍(휴스턴 로케츠)과 이지엔리엔(워싱턴 위저즈)이 참가하지 않는다. 요르단도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감독과 선수들이 모두 바뀌었다. 세계선수권 출전 멤버도 주로 벤치를 지켰던 3명 정도만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남자대표팀은 중국 칭다오 프로팀과 두 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막판 담금질에 들어간 뒤 10일 오전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시아에서조차 떨어진 한국남자농구의 위상은 유재학호에 달렸다.
서민교 점프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