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5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남자배구 한국-일본 평가전. 한국 대표팀이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958년 일본 대회에 남자 대표팀이 참가하면서 아시안게임과 인연을 맺은 한국 배구는 아시안게임 출전 사상 최초로 남녀 모두 금메달을 딴다는 장밋빛 꿈을 꾸고 있다.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전혀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기에 희망이 있다. 신치용 남자 대표팀 감독과 박삼용 여자 대표팀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대한체육회가 코칭스태프 의견을 토대로 작성한 메달 시나리오에는 ‘남자 금메달, 여자 동메달’로 작성돼 있다. 그러나 여자 대표팀이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을 꺾는 ‘코트 반란’을 일으키면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16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 기대가 커졌다.
수비력에서 약점 보여
2002년 부산 대회와 2006년 도하 대회 때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사냥했던 남자 대표팀은 대회 3연패 위업 달성에 도전한다. 남자 대표팀 사령탑은 2회 연속 우승의 첫 단추를 끼웠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우승 청부사’ 신치용 감독. 당시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아시안게임 우승에 앞장섰던 ‘갈색 폭격기’ 신진식이 대표팀 트레이너로 후배들을 돕고 있다.
대표팀 전력도 예전의 드림팀 못지않다. 신진식-이경수의 뒤를 잇는 대형 레프트 문성민(현대캐피탈)이 드래프트 거부에 따른 거액 벌금 징계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또 왼쪽 손가락 수술을 받았던 ‘왼손 거포’ 박철우(삼성화재)도 재활에 성공하면서 막강 좌우 쌍포를 구축했다. 공격진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의 신진식-김세진 쌍포의 화력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배구는 화끈한 공격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신치용 감독은 “2002년 당시에는 기본기 좋은 선수들이 많고 수비가 안정돼 어느 팀과도 안심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에 많이 의존하는 팀은 경기 기복이 심하다. 남은 기간 수비 리시브를 계속 훈련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전술 훈련을 병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의 ‘레프트 듀오’인 문성민과 김요한(LIG손해보험)은 수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다. 몸을 던져 서브를 받아내야 하는 궂은 역할보다 화려한 공격에 익숙했던 그들은 서브 리시브에서 공격의 첫 실마리를 풀어 나가는 신치용식 배구에 적응해야 한다. 또 세터진의 무게감도 이전 드림팀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2002년과 2006년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 경기를 조율했던 베테랑 세터 최태웅(현대캐피탈)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도 발목 수술 여파로 낙마했다. 최태웅 대체 선수로 권영민(현대캐피탈)이 뽑히면서 주축 세터로 성장한 한선수(대한항공)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 지난 3일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여자배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터키를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지난달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한 권영민과 김요한은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일본 대표팀과 친선경기 때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본 못지않게 지난 8월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했던 중동의 강호 이란과 개최국 이점을 안은 중국이 우승을 다툴 라이벌들이다. 한국은 예선 리그에서 카자흐스탄, 인도, 베트남과 같은 B조에 묶였고 초반 관문을 무난하게 통과하면 일본, 이란, 중국 등과 메달 색깔을 다툴 전망이다. 신치용 감독은 “예선리그를 3전전승으로 통과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아시아 5~6위권인 카자흐스탄과 인도 모두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결국 우승 다툼은 한국과 일본, 이란, 중국의 4파전이다. 대회 기간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8강에서 ‘복병’ 태국에 1-3으로 덜미를 잡히면서 5위에 그쳐 메달 사냥에 실패했던 여자 대표팀은 실추된 명예 회복에 나선다.
최고의 스파이커 김연경(일본 JT마블러스)과 베테랑 세터 김사니(흥국생명), 라이트 황연주(현대건설), 자매 레프트 한송이(흥국생명), 한유미(대한배구협회), 철벽 센터 정대영(GS칼텍스), 김세영(KT&G) 등 역대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특히 여자팀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아시안게임 우승 후보인 중국을 3-0으로 완파하고 8년간 이어졌던 중국전 15연패 사슬을 끊어 자신감을 충전했다. 예선리그 A조에서 중국, 태국과 정면대결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최근 경기력을 발휘한다면 중국과 일본을 격파하고 아시아 최강 자리에 오르는 것도 희망을 품어볼 만하다.
이동칠 연합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