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먼저 떠난 삼촌 대신 금 따낼 것”
한국 승마 대표팀은 광저우 출국을 하루 앞두고 막바지 훈련이 한창이었다. 마장마술 종목에 출전하는 김균섭(29)의 각오는 남다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종합 마술 경기 도중 불의의 낙마 사고로 삼촌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 고 김형칠의 조카 김균섭은 삼촌이 따지 못한 금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앞두고 며칠 전에 삼촌께 인사드리고 왔다. 느낌이 좋다. 큰 경기를 앞두고 삼촌을 보고 오면 항상 결과가 좋았다.”
장애물 종목 선발전 때는 갑자기 말이 아픈 바람에 출전조차 못했지만 대신 마장마술 종목에서 선전하며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그는 승마 가문에서 자랐다. 그의 할아버지는 1964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고 대한승마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도 활동한 고 김철규 씨다. 삼촌 역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002년엔 김균섭과 함께 종합마술 단체 장애물에서 은메달을 딴 바 있다. 김균섭은 “기대만큼 부담도 많이 된다. 큰 경기에서도 항상 침착했던 삼촌을 떠올리며 차분하게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 삼촌 대신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미남 골잡이’ 6회 연속 출석 도장
남자 핸드볼 간판 골잡이 윤경신(37)은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6회 연속 아시안게임 출전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대표 선수들 가운데 최다 출전 기록. 태릉선수촌 훈련장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는 그를 만났다. “벌써 6번째라니 나조차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경기장에서 날아다니는 후배들을 볼 때면 새삼 내 나이를 느끼게 된다.”
윤경신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기수로 선정됐다. 풍부한 경력, 203㎝의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까지 한국 대표팀 기수에 딱 어울린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윤경신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독일로 진출해 총 12시즌 중 득점왕 8회 등을 기록한 세계적 스타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았다고.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올해 이상하리만큼 아시안게임 금메달 욕심이 생기더라. 도하 아시안게임 때의 설욕을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또 이번이 국가대표로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욕심이 났다.” 이번 남자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다. 윤경신은 “전력도 탄탄한데다가 선수들 모두 도하 때 빼앗긴 금메달을 꼭 따겠다는 의욕이 충만해 잘해낼 것이다. 지켜봐달라”며 응원을 부탁했다.
▲ 차유람. 연합뉴스 |
미녀 당구자매 “한 큐 기대하세요”
남자 사격 25m 센터파이어 권총 대표 박병택(44)은 윤경신과 함께 6번째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는다. “노안 때문에 실력이 예년만 못하다”며 엄살을 떨지만 그는 2006 도하 대회까지 금메달 4개, 은메달 8개, 동메달 5개를 수확한 국내 최고 명사수다. 55세까지 전국체전에서 뛰고 싶다는 박병택의 광저우 무대를 기대해보자.
한국 대표팀 최고령 선수는 승마 장애물 비월에 출전하는 김승환(50)이다.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은퇴 생각을 해본 적 없다. 내 관절과 무릎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 말을 탈 생각”이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대표팀 막내는 여자 수영 자유형 400m와 200m에 출전하는 김가을(13)이다. 최고령 참가자인 김승환과 나이차가 무려 37세에 달한다. 김가을은 어린 나이에 이미 국내 자유형 400m 1인자에 오를 만큼 당찬 실력을 자랑한다.
당구 종목에 출전할 차보람(25)-차유람(23)은 ‘미녀 당구 자매’으로 일찍이 이름을 날렸다. 초등학교 때 테니스부에서 운동을 시작한 둘은 중학교 때 당구공을 처음 치게 됐다. 자매가 번갈아 슬럼프를 겪으며 큐를 놓았던 적도 있었다. 과도한 관심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련을 극복한 둘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④‘술래잡기+피구’ 카바디 아시나요
‘20인승 카누’ 드래곤보트도 눈길을 끄는 종목이다. 고요한 물에서 22명이 배를 몰아 결승선에 먼저 도착한 팀이 이기는 경기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남자만 출전한다.
카바디는 술래잡기와 피구를 섞어놓은 종목으로 공격권을 쥔 상대가 중앙선으로 넘어와 수비를 건드리고 돌아오면 점수를 획득하는 운동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부터 치러진 종목으로 한국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다.
댄스스포츠도 이번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은 왈츠, 탱고, 차차차, 삼바 등 전 종목에 모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우슈도 주목받는 종목 중 하나다. 격투기와 무술 연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종목으로 총 15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