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어떤 회사는 이번에 직원 모두에게 스마트폰을 주었다더라’ 하는 부러움 섞인 이야기들이 많다. 회사에서 줬든, 만만치 않는 요금 부담을 안고 샀든 주변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실제로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거나 거래한 주식 시세, 스케줄을 체크하고 맛집 정보를 찾을 수도 있으니 하루 종일 손에 쥐고 다니는 것이다. 심지어는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을 들고 가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호모 모빌리스(Homo Mobilis)’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활용도가 높은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 정보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진 현대인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한다. 하지만 편리하다고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일반 휴대폰,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의 중독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러 가지 매체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동성이 좋아 더 쉽게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많다면? 이미 스마트폰 중독일 수도 있다. 다른 일반 휴대폰보다 기능이 많기 때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초기 증상은 바로 스마트폰 외의 관심사가 줄어드는 것이다. 반대로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점점 늘릴수록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손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증상마저 나타난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면?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이때는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 휴대폰 중독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스마트폰, 인터넷 등 미디어 기능을 하는 매체에 중독되는 ‘미디어중독’이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넷에 과도하게 접속하는 인터넷중독증의 경우 충동조절장애의 하나다. 현재 인터넷 중독자 수는 전체 사용자의 8.5% 수준으로, 스마트폰 중독 역시 이 정도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인터넷중독일 때는 인터넷 접속을 통해 위안을 느끼는 심리적인 의존성이 있고, 접속해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반면 일이나 학업의 능률은 떨어진다. 또한 사용을 자제하려고 결심해도 번번이 실패한다. 접속을 안 하면 불안하고 초조하고, 인터넷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지는 금단증상이 생긴다.
최근엔 오랜 시간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이 16세에서 51세까지의 영국인 1319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과 우울증 정도를 분석했더니, 1.2%가 인터넷 중독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용자들에 비해 우울증 발병률이 더 높았다. 이것은 과도한 인터넷 사용이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만남은 쉽고 폭넓은 반면 정서적인 교감이나 만족도, 안정감은 실제의 인간관계보다 떨어지는 것도 한 원인으로 본다.
특히 호기심이 많고 학교에 매여 여러 가지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청소년들은 요주의 대상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은 일상적인 자극에 흥미를 잃어 학습이나 독서 등을 할 때 집중력이 더 떨어지기 쉽다. 또한 우울증이나 정서불안장애 등이 있는 청소년은 스마트폰에 더 중독되기 쉽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만의 가상세계에 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손석한 원장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70%는 20~30대다. 하지만 앞으로 스마트폰이 더 많이 보급돼 10대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난다면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스마트폰에 많이 의존하다 보면 디지털 치매의 위험도 높아진다. 편리한 디지털기기에 의존하다 기억력이 감퇴하고 집중력, 방향감각 등이 떨어지는 것이 디지털 치매. 기억을 하거나 계산을 하는 데 일시적으로 필요한 집중력이 부족해지고, 해당 사항에 대한 학습능력이 감퇴되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매일 사용하는 전화번호나 비밀번호 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 현상을 경험한 직장인은 63.5%로 10명 중 6명 이상이나 됐다.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려면 가능하면 디지털기기 사용을 줄이고, 직접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계산을 하거나 자주 쓰는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 자주 메모를 하는 습관 등이 그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불안, 적응장애 등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척추나 손, 눈 등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
우선 고개를 숙인 자세로 오랫동안 구부정하게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자세가 비틀어진다.
머리를 떠받치는 목과 허리는 자연히 아래로 구부러지고, 손가락은 액정화면을 쉴 새 없이 터치하느라 바쁘다. 10분 이상 이런 자세로 있는 경우 척추, 목에 무리가 되고 손목 인대도 마찬가지다. 만약 목 뒤가 뻐근하고 어깨 통증이 자주 나타나면 디스크의 초기 증상인지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작은 액정화면을 통해 보느라 눈에도 많은 피로가 쌓인다.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아래로 화면을 들여다 볼 때 액정화면과 눈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시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작은 글씨를 가까이서 보는 경우 눈에 피로가 더 빨리, 그리고 자주 나타난다. 그대로 두면 두통이나 안구건조증, 가성근시 등을 보일 수 있다. 가성근시는 시력이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먼 곳이 흐려 보이는 상태다. 주로 나쁜 자세로 오랜 시간 책을 보는 초·중학생에게 많이 나타나는 근시의 한 종류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사용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자신의 사용습관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정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본 뒤에는 눈을 지그시 감고 2~3분 쉬거나 눈 주위를 가볍게 마사지하는 방법, 또는 먼 곳을 바라보면서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또한 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액정화면을 계속 바라보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여주는 게 좋고, 눈이 뻑뻑한 느낌이 있을 때는 인공눈물을 한두 방울 넣어주면 좋다.
또한 스마트폰을 같은 자세로 오래 보지 말고 허리를 뒤로 젖힌다거나 목을 스트레칭 하는 등의 방법으로 긴장을 풀어준다. 액정화면을 보기 위해 어깨를 움츠려 목을 빼는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목뼈에 나쁜 영향을 주고, 등을 구부린 자세를 자주 취하면 척추측만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많아지면서 팔저림 등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만약 10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경우에는 아이와 적절한 사용시간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운동, 취미 등 더 좋은 자극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미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무조건 사용하지 못하게 해도 소용이 없다. 대화를 통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과정을 거꾸로 따라가면 중독의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다운받은 앱이 30개 이상?
우리나라보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더 많은 미국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혹시 스마트폰 중독은 아닌지 다음의 체크리스트로 한번 확인해 보자.
□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 주머니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
□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스마트폰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 스마트폰이 고장 나면 친구를 잃은 것처럼 허전하다.
□ 충전한 배터리가 하루를 가지 못한다.
□ 스마트폰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다른 생활비를 줄인다.
□ 스마트폰에 앱이 30개가량 다운받아 놓았고, 그것을 모두 사용한다.
□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데 스마트폰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
자료 출처=www.digitaltren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