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에 보이지 않던 신격호 회장이 10개월 만에 귀국했다. 돌아오자마자 미뤄왔던 국내 현안을 챙기느라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신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롯데호텔 34층의 회장실에 머무르며 그동안 미뤄뒀던 국내 사업장의 보고를 받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귀국은 지난 7월 이후 계속 흘러나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때문에 그의 이번 귀국은 최근 이뤄진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 귀국 시기와 맞물리는 등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어느 정도 해결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롯데쪽에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대선자금 수사문제는 지난 4월 이미 해결됐다는 것.신 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이 4월 이후 수차례 국내에 들어와 업무를 봐온 데서 보듯 신 회장이 귀국하지 않은 것은 대선자금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신 회장은 그동안 한국과 일본 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영 특성상 홀수 달은 한국에서, 짝수 달은 일본에서 업무를 보는 ‘셔틀 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출국 뒤 대선자금 수사문제가 불거지면서 셔틀 경영 관행을 무시하고 이례적으로 일본에만 머물러 왔다.
이에 대해 롯데쪽에선 5월에는 중국에 일주일 동안 출장을 다녀왔고, 7월에는 일본 롯데 업무일정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8월 말이나 9월 초 신 회장이 들어올 계획이었다는 것.
사실 신 회장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뿐 주요 그룹 현안에 대해선 그동안 경영진들이 수시로 일본을 찾아가 결재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 말 롯데의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이 은행관리중인 KP케미칼을 8천1백35억원에 사들이는 대형 계약이 성사되기도 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해 1월 LG화학과 함께 매출규모 2조3천억원 규모의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매출규모 1조1천억원대의 KP케미칼을 인수함에 따라 매출규모 3조6천억원대의 메이저급 유화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는 롯데 계열사 중에서도 롯데백화점(매출 7조3천억원)에 이어 2위 규모이다.
때문에 롯데가 식품과 유통에서, 유통과 석유화학을 양대축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런 롯데의 주요한 인수합병전은 모두 신 회장의 결재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고, 신 회장이 일본에 머물더라도 착오 없이 진행됐다는 게 롯데쪽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신 회장이 국내에 들어온 뒤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재계에선 신 회장의 국내 활동이 롯데의 홈쇼핑 채널 인수와 진로 인수, 제2롯데월드 건설 문제가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로 인수전의 경우 롯데는 일찌감치 의욕을 보였지만 올 초부터 갖가지 루머에 휩싸이면서 매각 작업 자체가 안갯속에 빠진 형국이다. 게다가 지난 8월 롯데가 연고권을 가족 있는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선주조를 신 회장의 막내 동생인 신준호 롯데햄 롯데우유 부회장이 인수하면서 의외로 돌발 변수가 생긴 형국이다.
대선주조에 이어, 진로까지 인수할 경우 독과점 시비가 생기는 것.
또 롯데의 홈쇼핑 인수도 관전 포인트이다.
홈쇼핑 후발 3사의 인수합병은 허가 당시 주주 구성원 변화 금지 기한이 지나 인수에 법적인 하자가 없는 상태이다. 또 롯데 역시 홈쇼핑 채널 확보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상태.
때문에 이번 귀국 기간 중 신 회장이 홈쇼핑 채널 ‘쇼핑’서류에 결재를 할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잠실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이다.
롯데는 롯데월드 건너편의 제2롯데월드 부지에서 수년째 포크레인을 동원해 땅만 고르고 있다.
신 회장은 이곳에 ‘평생 소원’인 1백8층 빌딩을 세우고 싶어하지만 서울시에선 고도제한과 교통난 등을 들어 36층짜리 허가만 내주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출국 직전까지 이 프로젝트에 매달려 1백8층짜리 고층 빌딩 건설 계획안을 만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대선자금 수사에서 자유로워진 그가 이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얘기가 롯데그룹 안팎에 나돌고 있다.
이런 중요한 사업 일정이 있음에도 신 회장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는, 롯데측의 해명에도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일각에선 일본 롯데의 사업실적이 신통찮기 때문에 신 회장의 일본 거주 기간이 길어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 마린즈를 빼고는 이렇다 할 사업체가 없는 데다 실적도 신통찮았다는 것.
반면 한국롯데는 날이 갈수록 사업규모가 커지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엔 러시아 프로젝트와 중국 프로젝트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경우 이미 호텔이 들어섰고, 대규모 테마파크도 추진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사뒀던 땅값도 많이 올라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 이에 신 회장은 중국 주요 도시를 돌며 테마파크 부지 확보 등 부동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출장을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이번 국내 체류기간은 한 달 남짓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열달 만의 귀국에서 어떤 결재를 하고 떠날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