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미국 전지훈련 중 남자농구대표팀 김성철이 중거리슛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농구, 배구, 야구 등 인기 종목에 책정된 지원금은 역대 아시안게임 최대 규모였다. 선두주자는 농구. 국가대표팀 협의회(국대협)는 다른 종목과 차원이 다른 지원금 규모를 발표하며 아시아 정복에 사활을 걸었다. 금메달 획득 시 5억 원, 은메달 3억 원, 동메달 2억 원의 포상금을 포함해 총 20억여 원의 지원금을 책정한 것. 포상금뿐만 아니다. KBL 총재를 비롯한 임원들은 선수촌을 직접 방문해 1000만 원 이상의 격려금도 전달했다고 한다. 훈련 수당도 하루 10만 원으로 껑충 뛰었고, 금메달 획득 시 군 복무 중인 선수들도 병역 혜택을 받게 되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내놓았다. KBL 관계자는 “훈련지원팀이 광저우에 사전 답사를 가서 선수들이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는 체육관도 대관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구도 농구 못지않은 포상금을 발표해 선수들 사기를 고조시켰다.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은 총 9억 1000만 원의 지원 규모를 밝혔다.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남녀 대표팀은 각각 3억 원의 포상금을 수령하게 되며 나머지 3억 원은 전지훈련비, 훈련 수당, 경기분석 비용에 활용될 전망이다. 기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지급된 1억 원,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지급된 1억 5000만 원을 껑충 뛰어넘는 금액이다. 야구 대표팀은 광저우 입성 이전부터 목돈을 손에 쥐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가 대표팀에 총 1억 8000만 원의 격려금을 전달했기 때문. 1인당 350만 원 안팎의 금액을 지급받게 된 셈. 게다가 금메달 획득 시 2억 원의 포상금을 추가로 지급받게 된다.
비인기 종목이란 이유로 턱없이 적은 지원금을 받아 온 금메달 효자 종목들.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책정된 포상금 규모는 어떠할까. 남녀 핸드볼 동반 금메달을 목표로 광저우에 입성한 핸드볼 대표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금메달 획득 시 포상금 1억 5000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포상금 규모가 늘어난 건 핸드볼 발전 재단이 생겨난 덕분. 올림픽 때도 1억 원 이상의 포상금이 지급된 예는 없었다. 협회와 재단이 힘을 모은 탓에 보다 확실한 당근책이 생겨날 수 있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아파트 한 채 값(10억 원)을 포상금으로 내걸어 화제가 됐던 트라이애슬론은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선수들은 금메달 획득 시 5000만 원, 은메달 3000만 원, 동메달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수령하게 된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협회 관계자는 “국제대회에서 아직 금메달을 획득한 바가 없다.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나올 경우 기대 이상의 포상금이 주어질지 모른다”고 귀띔했다.
대한카누연맹도 화끈한 당근책을 내놓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시 25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것. 기존 아시안게임 때 지급됐던 1000만 원에서 2배 이상 오른 규모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이후 20년간 끊겼던 메달이 광저우에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한편, 지난 10월 취임한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은 금메달 획득 시 30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선수들 사기를 드높였다.
포상금 규모를 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둔 종목도 있다. 육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시 선수들에겐 2000만 원을, 지도자에겐 1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해뒀다. 기록포상금제도도 있다.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최근 3개 대회에서 3~6위 이내 기록을 달성할 경우 5000만 원을, 본인기록을 경신할 경우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육상 종목 중 마라톤·경보는 한국 기록에 근접한 기록을 낼수록 1000만 원에서 1억까지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게 돼있다.
사격도 법제상벌위원회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겐 1000만 원, 은메달 200만 원, 동메달 100만 원이 수여되고 지도자에겐 금메달 획득 시에만 400만 원이 지급된다.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종목으로 떠오른 체조의 경우 금메달 획득 시 1000만 원 이상의 포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아직 포상금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정구, 사이클, 역도, 골프의 경우 포상금 단위가 확연히 줄어든다. 특히 정구는 협회 차원의 예산이 부족한 탓에 임원들이 십시일반 일정 금액을 모아 선수단에 전달해왔다고 한다. 이번엔 이렇게 모인 금액이 2000만 원에 달한다고. 임원들이 응원의 뜻을 함께한 덕분이다. 다행히 후원사가 바뀌면서 물품 지원이 기존보다 2~3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사이클과 골프는 금메달 포상금으로 500만 원을 예정하고 있다. 특히 사이클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억 원에 달하는 장비 부품들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해외 전지훈련도 2번이나 다녀왔다. 기계정비사, 마사지사, 통역 등 10명의 지원팀과 40명의 격려단이 함께 광저우로 떠났다. 경기에 앞서 700만 원의 격려금도 지급됐다고 한다.
장미란이란 거물급 스타 선수를 둔 역도 대표팀에 책정된 포상금은 300만 원에 불과했다. 대신 선수들 식단만큼은 철저히 준비했다고. 협회 관계자는 “태릉선수촌에서 특식지원단을 파견했지만 역도 대표팀에서 따로 한국 음식을 마련해갔다. 잘 먹어야 더 힘을 쓰지 않겠느냐”며 웃음을 보였다.
금빛 사냥을 위해 광저우에 입성한 태극전사들. 이들이 흘린 땀방울의 위대함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게 아닐까. 비록 경기가 끝난 뒤엔, 각 종목별로 천차만별의 포상금이 지급되겠지만 말이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