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한국의 이슬아(미니홈피 사진), 북한의 황경주, 대만의 헤이쟈쟈. |
남자 단체전은 5명 1팀. 여자는 3명 1팀. 엔트리에는 1명씩 추가할 수 있어 6명, 4명이 된다. 남녀혼성 복식을 바둑 용어로 말하면 ‘연기(連棋)’다. 예컨대 우리 팀 남녀 선수가 A-B, 상대 팀이 C-D라면 A→C→B→D의 순서로, 교대로 한 수씩 두는 것. 일반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평소에도 즐기는 게임 방식인데, 국제무대에는 ‘혼성 연기’로 등장하면서 보통 ‘페어 바둑’이라고 불린다.
10개국 78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치러지는 42개 종목 가운데 제일 작은 규모. 그야말로 초미니 사이즈다. 20~22일에 혼성 복식이 먼저 열리고 23~26일에 단체전이 벌어진다. 스위스리그 6라운드 후 상위 4팀이 크로스토너먼트(1위-4위, 2위-3위)로 메달을 가린다. 단체전은 제한시간 각 1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 혼성복식은 예선은 45분 타임아웃제, 본선 4강토너는 단체전과 같다. 참가국과 선수는 다음과 같다.
▲한국 : 10명.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조한승 강동윤 박정환(남자단체전), 조혜연 이민진 김윤영 이슬아(여자단체전), 최철한-김윤영, 박정환-이슬아(혼성복식 2팀)
▲중국 : 10명. 콩지에 구리 창하오 씨에허 류싱 저우루이양(남자단체전), 루이나이웨이 송용혜 탕이 왕천싱 (여자단체전), 류싱-탕이, 씨에허-왕천싱 (혼성복식 2팀)
▲일본 : 10명. 야마시타 게이고, 이야마 유타, 다카오 신지, 유키 사토시, 야마다 기미오, 아키야마 지로(남자단체전), 요시다 미카, 스즈키 아유미, 무카이 치아키, 오사와 나루미(여자단체전), 유키 사토시-스즈키 아유미 , 다카오 신지-무카이 치아키(혼성복식 2팀)
▲대만 : 10명. 장쉬 왕밍완 저우쥔쉰 린즈한 천스위엔 샤오정하오(남자단체전), 씨에이민 장정핑 헤이쟈쟈 왕징이(여자단체전), 장쉬-씨에이민, 저우쥔쉰-헤이쟈쟈(혼성복식 2팀)
▲북한 : 5명. 남자 2, 여자 3. 남자단체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조새별 황경주 김유미(여자단체전), 박호길-조새별, 이광혁-김유미(혼성복식 2팀)
▲태국 : 10명. 남자 6, 여자 4. 남녀단체전전. 혼성복식 2팀.
▲말레이시아 : 10명. 남자 6, 여자 4. 남녀단체전. 혼성복식 1팀.
▲베트남 : 7명. 남자 6, 여자 1. 남자단체전과. 혼성복식 1팀.
▲홍콩 : 4명. 남자 2, 여자 2. 혼성복식만 2팀.
▲몽골 : 2명. 남자 1, 여자 1. 혼성복식만 1팀.
초점은 어쩔 수 없이 한-중 대결이다. 3개의 금메달은 모두 한-중의 차지일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물론 독식이지만, 우리나 중국이나 그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금메달 2개면 우승이다. 일본의 변수는 크지 않고, 경계의 대상은 대만이다. 장쉬-씨에이민, 저우쥔쉰-헤이쟈쟈의 복식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장쉬는 일본 프로 바둑 5관왕으로 일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씨에민은 일본 여자 프로바둑 타이틀 3개를 독점하고 있다. 저우쥔쉰은 요즘은 슬럼프 같지만, 그래도 LG배 세계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있고 헤이쟈쟈는 지나 9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궁륭산성배 세계여자대회에 혜성처럼 등장해 결승까지 치고 올라간 실력(당시 우승자는 한국 박지은)과 빼어난 미모로 집중 조명을 받았던 대만 출신의 열여섯 살 호주 아가씨. 아버지가 호주 사람, 어머니가 대만 사람이다.
북한은 출전 여부에 약간 변수가 있으나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조대원 7단처럼 잘 알려진 강자도 있건만 남자단체전에 빠진 것이 아쉽다. 대신 조새별 황경주 김유미가 출전하는 여자단체전에서 선전을 기대해 본다. 2~3년 전부터 국제무대에 얼굴이 알려진 선수들이다. 그와 함께 여자 쪽에서는 한국의 이슬아, 북한의 황경주, 중국의 탕이, 대만의 헤이쟈쟈가 미모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도 관심거리.
‘한국의 바둑얼짱’으로 공인된 열아홉 이슬아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성원은 이미 폭발적이다. 팬클럽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 황경주는 남남북녀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아가씨. 청초하면서 명민해 보이는 인상이다. 탕이도 세계무대 데뷔 때부터 시선을 끌었고 헤이쟈쟈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등장과 동시에 세계 바둑 청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었다.
아시안게임의 바둑이 남녀 개인전 없이 이처럼 단촐한 규모가 된 것은 중국의 전략이라는 지적이 있다. 개인전이 벌어질 경우 남자에서는 한국의 이창호 이세돌 쌍두마차, 여자에서는 박지은 조혜연 이민진 등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니, 한국의 금메달 가능성을 하나라도 줄이자는 것. 콩지에와 구리, 루이나이웨이가 있다 하나 승산은 50% 이상이 아니니까. 아무튼 얼마 전 창원에서 열린 세계아마대회를 보더라도 이번 아시안게임 바둑에 개인전이 있었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나라가 참가했을 것이다. 중국의 이기주의라고 한다면 좀 심할지 모르나 개인전이 본령인 바둑을, 자국의 확실한 금메달을 위해 단체전만 한다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도 맞지 않고, 바둑도 체육이라고 해온 그동안의 주장에도 맞지 않다. 바둑 선진국이 벌인 일치고는 좀 어색해 보인다.
그러니 이제 더욱 인천아시안게임을 생각할 때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바둑이 빠져 있는 것은 지난번에 얘기한 바 있거니와, 현재는 빠져 있더라도 주최측에서 노력하면 길은 있다는 것. 인도 등 서남아시아권에서 “2010년에 중국에서 열리고 2014년에 또 한국에서 열리면 지역적으로 편중되는 것”이라 해서 인천 개최에 동의하지 않았고, 인천은 그걸 설득하느라 예컨대 저들이 전혀 모르는 것과 다름없는 바둑 같은 종목을 양보했다는 것. 다시 설득해야 한다. 인천대회 전에 부지런히 저들에게 바둑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용한 게임인지 아느냐고 가르쳐주고 보급해야 한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