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아무개 씨가 지난 16일 취재진과 만나 새마을금고 이사장에게 자신의 재산을 빼앗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 씨는 신정동 OO새마을금고 A 이사장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건물을 강탈당했고, 그로 인해 물질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육체적으로 이루 말 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 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A 씨가 자신의 금고 고객인 우리 부부의 재산을 가로챌 수 있었던 것은 금고 이사장이라는 직위를 악용,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일을 꾸몄기 때문이다. 인감도장을 비롯해 우리 부부의 모든 개인정보를 소장하고 있는 그는 우리 재산에 탐을 낸 나머지 각종 문서들을 위·변조함으로써 우리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꾸몄고, 우리 소유 건물을 담보로 거액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씨는 “A 씨의 범행이 가능했던 것은 지역 관공서 관계자들과 오랫동안 이어온 유착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관공서와 수사기관을 매수한 A 씨는 그들로부터 조직적인 비호를 받으며 법적 처벌도 피해갈 수 있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신정동 뉴타운 지역 노른자 땅을 놓고 피해자와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벌이고 있는 복잡한 사건 속으로 들어가봤다.
지난 2002년 2월 김 씨는 신정동 1160-××, 1160-××번지에 12억 9800만원을 들여 주상복합건물을 건축했다. 지하 1층, 지상 6층짜리 이 건물은 같은 해 8월 완공됐는데 이후 뉴타운개발지역에 포함되면서 시가는 무려 100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김 씨는 금고 고객인 자신의 재산내역을 파악한 A 이사장이 재개발로 인해 그 일대 토지와 건물의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할 것을 미리 알고 치밀하게 사기행각을 도모해 자신들의 재산을 강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 씨가 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양천구 신정 3동 1169-××번지 건물. |
김 씨 부부는 건물을 담보로 단돈 1원도 빼 쓴 사실이 없으며 따라서 등본상의 기록은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A 씨가 우리 인감을 도용하고 모든 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대출을 받아 챙긴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수년간 불의의 교통사고로 반식물인간 상태가 된 딸아이를 살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던 터라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리가 대출을 받았다면 통장에 증거가 남아있을 것이고, 돈이 들어온 내역이 있는지만 확인해봐도 간단히 끝날 문제 아닌가. 그런데도 A 씨와 야합한 수사기관은 그에 대한 수사를 하기는커녕 고소인인 우리에게 되레 갖은 위협을 일삼다가 나를 두 번이나 구속시켜버렸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그간 A 이사장을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수차례 고소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경찰은 그를 조사하기는커녕 대질심문 한번 하지 않았으며 “화장실 간다고 하더니 사라졌다”는 등의 황당한 이유를 대며 풀어주곤 했다는 것이다. 검찰과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A 씨를 고소한 지 약 한 달 후 김 씨는 집으로 찾아온 두 명의 남자에 의해 경찰서로 강제연행됐고, 그 후 이유도 모른 채 구속돼 2004년 10월 25일부터 1년 2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억울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던 김 씨는 2007년 5월 다시 A 이사장을 고소했다. 그런데 약 2주 후 사복 차림의 형사들이 또 다시 찾아와 김 씨의 부인을 폭행하고 김 씨를 양천서 유치장에 가둬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씨는 또다시 3년여의 세월 동안 영등포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수사기관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와 관련, 김 씨는 수사기관과 A 씨가 오랜기간 검은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 씨를 불러 조사하면 그가 온갖 불법을 동원해 저지른 엄청난 사기행각들과 그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의 비리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고소인인 본인을 구속시킨 것이라는 얘기다. 김 씨는 그 근거로 자신이 구속된 사유가 허무맹랑할 뿐 아니라 형량도 터무니없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구속영장과 경찰이 작성한 범죄사실서를 확인한 결과 김 씨의 두 번 째 구속사유는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넘어가자 이에 순응할 수 없다며 수십장의 허위 전단지를 부착했다”는 죄목, 즉 ‘업무방해’였다. 김 씨는 “고소가 들어가면 일단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정상일진대 A 씨는 예외였다. 반면 나에 대한 처벌은 체포부터 구속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A 씨에게 매수된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고소인인 우리에게 폭행을 하고 장애인 딸 뒷바라지를 하며 지역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영장에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기재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이 정도의 혐의로 3년여의 형량이 떨어지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김 씨가 6층 건물이 허가가 날 수 없었던 건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건물의 등기가 멸실되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은 2006년이었다. 구건물 등기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신건물 등기가 된 것은 말이 안 되며 건축허가와 사용승인도 애초 불가능한 것이다. 2002년 8월 24일에 멸실된 것으로 나와 있는 법무사 위임장도 우리 부부의 인감과 자필이 아니라 조작된 것이며 건축허가서와 착공신고서, 사용승인서 등 신건물 건축관련 서류는 물론이고 등기부등본까지 모두 위조됐다. 애초 허가가 날 수 없는 건축물이기에 본 건물에 대한 경매와 명의이전도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A 씨는 모든 서류를 위조하고 허위공문서를 만들어 치밀하게 사건을 준비했고, 금고 이사장 직분을 악용해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법으로 사기대출을 했으며 결국 건물은 사기경매에 의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금고로 넘어간 것으로 되었다.”
▲ 김 씨 측이 제출한 고소장. |
김 씨는 구건물이 멸실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수사기관이 자신들에게 덮어씌운 죄목에 ‘관할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주상복합건물을 지었다(건축법 위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제시했다. 또 2006년 1월 양천구청에 “무허가건물로 한 채의 임대분양도 못하고 1원도 대출받지 못하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무허가건물로 만들고 건축주에게는 허가된 건물인 것처럼 속인 이유를 밝히고 원본 내용대로 ‘무허가건물’로 통보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던 것도 증거로 제시했다.
김 씨의 주장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또 아무리 A 씨가 금고이사장직에 있다 해도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김 씨는 “홍성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했던 사건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더 한 범죄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이사장과 직원들이 1999년 4월부터 2008년 5월까지 고객이 대출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뒤 대출금을 빼돌리고 전표를 조작하는 등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고객 돈 1500억 원을 빼돌린 사건이 10년 만에 적발돼 충격을 준 바 있다.
구건물 등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건물은 허가가 날 수 없었으며 A 씨가 서류 위조 및 조작과정을 통해 재산을 착복했다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 양천구청 측은 “소유권을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벌어진 문제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간에 해결할 문제지 구청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김 씨가 건물을 무허가라고 주장하기에 검토해봤으나 일단 서류상에는 허가가 나서 준공이 된 것으로 나와 있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씨가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가 등기부등본 자체가 공신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청 입장에서는 뭐라 단언하기 애매하다. 김 씨는 건축 관련 모든 서류는 물론이고 등본이 조작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 서류의 허위 및 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으로 가려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의 주장에 대해 A 이사장은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 씨와의 문제는 너무 복잡해서 그간의 일들을 일일이 설명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 씨의 주장은 100% 거짓이라는 점이다. 김 씨는 내가 마치 엄청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사문서 위조 등 혐의들에 대해서는 각하처리가 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거짓 음해를 하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각종 서류를 위조하고 ‘되치기 융자사기대출’을 받는 등 김 씨 부부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70억 원을 강탈했으며 지역 관공서 및 수사기관들과 유착해 법적 처벌도 피할 수 있었다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A 이사장은 “답변할 가치조차 없는 얘기”라며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있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내가 OO새마을금고에서 자그만치 25년 이상을 근무했다. 그런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는가. 관공서 및 수사기관들을 매수했다느니 커넥션이 있다는 얘기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대체 김 씨가 수년째 왜 그런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일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김 씨는 “조작된 전표 등 그가 그간 자행한 범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다 갖고 있다.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면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A 씨의 비리를 낱낱이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