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철(니가타)이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와의 친선경기에서 수비를 보고 있는 모습.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박리다매용?
박리다매(薄利多賣). 상품 가격을 저가로 하되, 가급적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긴다는 의미다. 이는 J2리그 진출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지금은 지도자가 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부 축구인들처럼 비싸게 몸값을 불려 나간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전 소속 팀과 계약 관계없이 FA(자유계약)로 풀렸거나 대학을 마친 뒤 곧장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는 탓이다.
대부분 선수들은 한화 기준으로 용병에 주어지는 6000만 원 정도의 C급 계약을 체결한다. B급 계약이나 금전 제한이 없는 그 이상의 A급 계약을 체결하는 선수들은 이미 K리그에서 맹활약했거나 국가 대표팀을 오갈 정도의 능력을 지닌 이들이다.
물론 최초 C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도 계약 후 활약 여부에 따라 B급이나 A급 계약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을 받는 선수는 5000만 원 정도. 1000만 원 정도의 금액 차이가 있으나 일본의 세율 20%에서 판단할 수 있듯, 정말로 매력적인 곳이 아니라는 판단도 함께 선다.
그럼에도 불구, 대학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이 자꾸 일본을 택하는 까닭은 간단하다. 학교 지원금 때문이다. K리그 구단이 1순위 선수로 5000만 원 연봉을 체결했을 때 구단은 연봉 절반 정도인 2500만 원을 지원금 명목으로 소속 대학에 내놓지만 일본 구단으로 보냈을 때 대학 측은 이보다 많은 액수를 지원금으로 확보할 수 있다. 결국 헐값이더라도 많이 팔면 그 만큼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인 셈이다.
그릇된 도전 정신
“선생님,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대학 지도자들이 해외 진출을 꿈꾸는 제자들과 진로 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라고 한다. 무분별하게 선수들을 많이 팔아 소위 ‘대박’을 꿈꾸는 에이전트들에게 현혹돼 일본 진출을 택하는 선수들의 그릇된 도전 정신은 성공은커녕, 오히려 모든 걸 망치기 일쑤다.
대학 선수들이 J2 클럽 스카우트들의 눈에 자주 들 수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 대학들의 잦은 교류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비록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라도 K리그 지도자들이 나름 ‘괜찮은 물건’이란 평가를 하는 선수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이 아무리 지리적으로 가깝다고 해도 문화, 사회적 차이가 외국일 뿐이다. 더군다나 일본 클럽들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훈련량이 많지 않다. ‘1일-1회’가 기본 원칙이다. 흔히 ‘지옥훈련’을 연상케 하는 국내 훈련에 익숙한 선수들에게는 달콤한 사탕처럼 느껴지지만 역으로 보면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그만큼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감시의 눈초리가 없는 이상, 개인 훈련에 매진하는 경우는 적다는 게 축구인들의 냉정한 평가였다. 오히려 ‘자유 아닌 자유’를 탐하다 컨디션이나 체력이 훨씬 떨어져서 결국 K리그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서를 접수한다는 것.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지만 매년 5명가량의 선수들이 유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J2리그를 노크했던 선수 C는 “일본에선 철저한 자율이 주어진다. 생활에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월급(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식 ‘주급’이 아닌 ‘월급’ 체계이다)이 밀린 적도 없다. 숙소와 훈련장도 쾌적한 편이다. 그러나 뭔가 쫓기는 느낌이었다. 훈련을 많이 하려야 할 수 없다. 훈련 내용도 대학에서 배웠을 때나 별반 차이가 없다. 체력도 자꾸 뒤처지는 것 같고, 컨디션도 떨어진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었다. 더 늦기 전에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일본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에이전트 D를 통해 전해들은 모 선수의 대답은 간단했다. K리그라고 딱히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는 것.
“무엇보다 K리그에 어렵사리 진출한 뒤에도 1군 무대는커녕, 2군을 전전하다 한 시즌 만에 쫓겨나는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함이었다. ‘언제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많이 부담스러웠다.”
D에 따르면 대학 선수들 사이에선 프로 진출을 꿈꾸면서도 막연하게 K리그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공존한다고 한다. “많은 대학 선수들이 K리그가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자신이 원하는 축구, 플레이 스타일을 인정하지 않는 탓이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K리그 감독들의 견해는 어떨까. 일단 선수들과는 달랐다. 대구FC 이영진 감독은 “김보경, 조영철(니가타, 1부리그), 김민우 등이 전남에서 뛰는 지동원보다 딱히 낫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지동원이 파괴력이나 몸싸움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또래의 기량은 엇비슷하다. 결국 출전과 실전 감각의 차이가 큰데, 이런 면에서 볼 때 K리그에서 뛰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신생팀 광주FC 최만희 감독도 “K리그가 선수들의 창의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철저한 관리에서 비롯된 막연한 일부의 시각일 뿐이다. 오히려 철저한 관리와 관심은 국내가 일본보다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한 마디는 많은 걸 생각하게끔 한다.
“한국 선수가 일본 선수들처럼 똑같이 해선 발전할 수 없다. 대개 간편하게 식사를 하는데 한국은 식단부터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똑같이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제대로 된 몸을 만들 수 없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