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 교육의 산실 청학동 일주문 모습.
[일요신문] 청학동 서당에서 발생한 원생들 간의 폭력사건으로 인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전통과 학문을 중요시하는 서당은 사라지고 아이들 머리 숫자만 채워 돈벌이에 악용한다며 여러 폐단이 부각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을 두고 일부의 잘못을 전체의 문제로 비화하는 ‘마녀 사냥식’의 여론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업적인 목적에 치중하는 서당도 있지만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본질에서 어긋나지 않으려는 서당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기숙생활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아이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지만, 이를 청학동 전체를 문제가 있는 곳으로 삼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
청학동의 삶은 여러 매체에서 다루는 것처럼 그런 곳이 아닌데, 불법의 현장을 잡은 것처럼 청학동을 물어뜯는 보도의 홍수 속에서 청학동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간다. 현대 교육환경에서 예절을 몸으로 체험하고 배우는 마지막 보루인 청학동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자도 1년여간 청학동에서 생활한 바 있다. 그곳의 아이들과 산으로 뛰어놀며 같이 목욕도 다니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작금의 논란이 더욱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전통서당과 상업적인 서당을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숙생활이 가능하도록 시설이 갖춰진 곳은 돈벌이가 주된 목적인 곳이지만, 훈장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곳은 내용이 조금 다르다. 이 같은 전통서당은 아이들이 정말 가족과 똑같이 생활한다.
청학동 서당을 운영하는 훈장 A 씨는 아침 일찍부터 학교로 달려가고 하교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생활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개인 시간은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뿐일 정도며, 일반가정에서 하는 모든 생활을 아이들과 함께한다. 새벽에 기침 소리라도 들리면 잠을 깨고 일어나는 등 어느 부모 못지않게 아이들을 보살피는 게 일상이 돼있다.
훈장 A 씨는 아이가 새롭게 입소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열흘간은 애로가 많다고 얘기한다. 이에 그는 기존 있는 아이들과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쓰고 있으며, 24시간 지켜보면서 아이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훈장 A 씨는 “이곳에는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이 많이 찾아온다. 여기가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만큼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이 일을 하지 못한다”며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이곳에 온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점은 청학동 서당을 운영하는 모두의 책임이다. 학폭을 유발한 아이도 다 같은 아이들인데 옳은 길로 바로잡아 주지 못해 발생한 일에 서당을 운영하는 한 사람으로서 함께 반성한다”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