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재 에듀플렉스 사장 | ||
최근 불경기로 인해 청년실업이 늘어나 신종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조차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오늘이다.
이런 와중에 자기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어 화제다. ‘젊음’을 무기로 삼아 사업 야욕을 불태우고 있는 ‘당찬 20대 사장’들이다. 고승재 에듀플렉스 사장(28)과 박형택 NE미디어 사장(27), 윤준식 레드스포 사장(27)이 그 주인공. <일요신문>은 이들 ‘신세대 사장님’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성공 노하우를 알아본다.
에듀플렉스 고승재사장
기자가 ‘에듀플렉스’의 사무실이 위치한 강남구 선릉역을 찾아간 시간은 밤 9시를 막 넘긴 시간. 보통 회사 같으면 하루 일과가 끝난 늦은 밤이다. 그러나 이곳 사무실 직원들은 한창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에 바빠 보였다. “밤 시간이 오히려 더 바쁘다”며 웃음 짓고 나타난 사람은 앳된 외모의 고승재 사장. 그는 1976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이다.
고 사장은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맥킨지사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불과 1년2개월 만에 사표를 던졌다. 사업이 하고 싶어서였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었죠.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마음속에 제 힘으로 사업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지질 않더라구요. 결국 1년2개월 만에 회사를 관두게 됐죠. 당시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몰라요.”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모은 돈과 직장 동료, 선후배들을 꼬드겨 자본금 1억4천만원을 모아 사업을 벌였다.
그가 선택한 사업 아이템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스케줄 관리와 공부하는 노하우를 전달해주는 학원’. 이 학원에는 여러 명의 스태프들이 있는데, 이들이 학생들의 하루 일과표를 작성해주고, 각 과목별 공부하는 방법, 스케줄 관리 등을 일대일로 해준다. 일반 학원 과외와는 성격이 다르다.
고 사장은 “학원에서 과외를 통해 단기간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공부 잘하는 방법, 비전을 설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사업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학원이 많기로 유명한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뜬금없는 얘기라며 고개를 돌리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슬슬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오픈한 지 석 달 정도 됐을 때라고 한다.
고 사장은 지난 6월부터 한 달에 80여 명의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관리, 월매출 3천2백여만원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꿈은 크다.
고 사장은 “현재 분당, 일산을 비롯해 지방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예요. 공부든 사업이든 어떤 일에 대한 동기를 확실히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거든요”라며 웃었다.
▲ 박형택 NE미디어 사장 | ||
지난 5월 조그마한 모바일게임 콘텐츠 업체인 NE미디어에 경사가 생겼다. 국내 2대 통신사인 KTF에서 이들이 만든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도록 한 것이다. 이 중심에는 ‘당찬 경상도 사나이’ 박형택 사장이 있다.
박 사장은 1977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스물여덟. 그는 현재 영남대 금속공학과 4학년 휴학중이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업계의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6월.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처럼 회사에 취직해야하나 뭐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문득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더라구요. 회사에 들어가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잖아요.”
그러나 박 사장이 막상 자신의 적성을 살려 사업을 시작하려니 돈이 문제였다고 한다. 그에게는 군대 제대 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5백여만원이 전 재산이었다.
“무엇보다도 초기투자비용이 적은 일을 찾아야했어요. 휴대폰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 적격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사업이 쉽지는 않더라구요.”
박 사장은 막상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를 몰라 수없이 실패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실패의 경험을 ‘수업료’라고 생각하라며 그를 위로했지만, 그의 마음은 점차 다급해졌다. 이때 탄생한 것이 모바일 액션 게임 ‘난투’였다.
박 사장은 이 게임을 개발, KTF에 제안서를 제출해 결국 ‘서비스 채택’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 주에 8백명 이상이 이 게임을 다운로드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주당 매출이 1백50만원을 기록한 것. 그러나 그의 꿈은 끝이 없다. “힘든 적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이제 시작일 뿐인걸요.”
▲ 윤준식 레드스포 사장 | ||
윤준식 사장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난 뒤 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대부분 ‘통화중’이기 일쑤였다. 그만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인 듯했다. 윤 사장은 이미 업계에서는 유명인사다. 그가 운영하는 인라인스케이트점 ‘레드스포’의 매장이 서울에만 다섯 군데일 정도니 말이다. 77년 뱀띠인 그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7년. 그가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에 입학한 지 1년 만이었다.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냥 어렸을 때부터 사업이 하고 싶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뜬금 없지만 다단계, 길거리 배지 제작 사업, 게임대회 운영 등 안해본 일이 없죠.”
그가 ‘대학생 사장님’으로 유명해진 것은 지난 2000년 프로게임리그회사인 PKO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부터. 당시 이 회사는 여러 벤처캐피털 등 창투사로부터 23억원을 투자받기도 했을 정도다.
“게임리그회사를 할 때에는 통장 잔고에 수십억원이 있었죠. 그런데 사업적으로 판단을 잘못한 순간 그 많던 돈이 다 없어져 버리더라구요. 사업이 무섭다는 걸 알았죠. 그때 생각한 것이 바로 인라인스케이트 사업이었어요.”
이후 그는 학교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동대문시장, 인라인스케이트 수입상들을 일일이 만나 납품 활로를 뚫었다. 지난해 3월 오픈했는데, 한때 하루 90여 개 팔렸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하루 매출만 1천5백만원.
그러나 최근에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솔직히 올해 들어 차 타고 가다 노래를 듣고 운 적도 있었어요.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실적이 5분의 1로 줄었으니까요. 하지만 덕분에 다양한 이벤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각종 경품행사, 대여, 사은품 등에까지 뛰어든 걸요.”
‘20대 젊은 사장’들에게 최근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후배, 동료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고 했다.
“무턱대고 취직이 안돼 사업을 하는 건 문제가 있죠. 중요한 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보람이 있는 것 아닐까요. 실패를 한다고 해도 아직 우리는 젊잖아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이 당당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