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 ||
게다가 증인 출석 이유가 삼성이 내세우고 있는 무노조 경영과 관련된 이슈인 데다, 증인 신청을 한 당사자가 이번 국회에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속한 단 의원은 민노총 위원장 출신. 그는 지난 8월 말 삼성SDI 김순택 대표이사와 현대중공업 유관홍 대표이사 등 3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중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분은 삼성SDI와 관련해 단 의원이 신청한 7명이 과연 증인으로 채택될 것이냐의 여부.
물론 증인 신청을 했다고 해서 모두 국정감사장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증인 선정은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위원장의 협의하에 결정된다. 다른 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할 경우 증인 채택이 무산될 수도 있다.
현재 단 의원이 삼성SDI와 관련해 신청한 증인은 김순택 사장과 김광하 삼성SDI 수원공장 공장장, 김동훈 삼성SDI 부산공장 공장장, KTF와 SK텔레콤의 위치찾기 관련 서비스 팀장, 그리고 삼성SDI에서 노조를 추진했던 개인 2명이다. 단 의원측에선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에 대해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근로자들의 휴대폰을 무단으로 복제한 뒤 ‘친구찾기’ 서비스에 일방적으로 가입한 뒤 그들에 대한 위치를 추적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삼성측에선 관련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불법 위치찾기 서비스 신청 자체가 삼성과는 전혀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라는 것.
하지만 노동계에선 삼성에서 노조 결성 주도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찾기 서비스를 이용해 동태를 파악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심증’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삼성이 ‘사실을 인정할 것’과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17대 국회 이전이었다면 이런 문제는 경찰 수사로 매듭이 지어지는 게 상례였다. 노조 문제로 국회에서 삼성 경영진을 증인으로 소환했던 전례가 없었던 것이다. 또 실제로 경찰에서 아직도 이 문제를 ‘조사중’이다.
하지만 삼성 내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이를 꾸준히 지원했던 민노총 출신 의원이 국회로 진출하자 이번 문제가 국회에서 뇌관으로 부상하게 된 것.
▲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 선서 장면. | ||
특히 삼성은 계열사 노조 결성 시도가 있을 경우 관련 당사자들이 ‘스스로 퇴사’ 수순을 밟아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상황이 좀 다르다.
이 사건은 지난 7월13일 삼성의 하청업체 직원과 해고자 등으로 구성된 법외노조인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등 6명이 ‘누군가’가 휴대폰을 불법복제해 자신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며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임직원을 정보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에서도 현재 수사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고소 당사자들은 위치추적 사실을 노동계에 제보한 사람을 그룹측에서 회유하는 등 집요한 방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노당이 이 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삼성SDI의 대표이사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함에 따라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사실 민노당이 국회로 진출한 17대 총선 이후 시중에선 재계에서 삼성이 가장 바빠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의 경영이 노조를 기반으로 태동한 민노당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번 문제가 단순한 위치 추적문제로만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민노당의 경우 그동안 삼성에 대해서만은 노조 설립문제 등이 뜻을 이루지 못해 호시탐탐 공격의 꼬투리를 찾아왔다.
그러던 차에 이번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민노당은 대대적인 공세를 펼 태세다. 단 의원을 비롯한 민노당 원내 진출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전체가 이 문제를 최대한 이슈화하는 전략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노당은 이번 문제를 단순한 사건이 아닌, 노조설립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쪽으로 사건을 비화시켜 나간다는 플랜을 세우고 있어 삼성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관리의 삼성’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민노당이 삼성의 방어를 뚫고 국회 증언대에 삼성SDI 사장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민노당의 전략에 대해 삼성그룹은 “사건의 본질이 그룹측과는 무관하며, 현재 검찰에서 수사중이기 때문에 민노당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들도 “이번 사건은 단순히 삼성과 민노당의 대결구도는 아니다. 삼성이 이번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 하는 점은 향후 경제계 전체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