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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일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싹쓸이’를 한 한국대표팀에 대한 환영식이 벌어졌다. 사진 출처=한국기원 | ||
환영식 말미에 기자들이 인천아시안게임에 바둑이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양재호 9단은 “한국기원과 바둑팬들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해야 된다고 본다. 바둑팬들의 염원이니 꼭 바둑이 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고, 기사회장 최규병 9단은 “인천 대회는 축소 진행해 바둑 종목이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많은 종목들이 채택되지 않을 위기에 처했다고 들었다. 한국기원의 적극적인 지지와 바둑인들의 힘을 결집시켜서 다시 채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다음 날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협의, 올림픽 종목 28개에 비 올림픽 종목 8개를 추가해 36개 종목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비 올림픽 종목 8개는 가라테 볼링 세팍타크로 스쿼시 야구 우슈(중국 전통무술) 카바디(인도식 술래잡기) 크리켓. 올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는 이것들 말고도 당구 댄스스포츠 드래곤보트 소프트볼 인라인 체스 등 6개가 더 들어가 모두 42종목이었고 체스에 바둑과 체스, 장기가 있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광저우아시안게임 42종목에서 뒤에 열거한 6개가 빠진 것.
경기 종목이 줄어든 것은 아시안게임의 비대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OCA와 인천 조직위원회는 “앞으로 더 이상의 종목 추가는 허락하지 않는 것에 합의했다”고 한다. 방침이 그렇고 대세가 그런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섭섭한 것은 애초 인천 조직위가 OCA에 제안한 것이 ‘올림픽 종목 + 7’의 35개였는데, 그때 이미 바둑이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인천은 바둑 열기가 높은 곳이다. 2004년에는 세계 아마추어 바둑대회를 개최한 적도 있었고, 그 무렵 시의 수뇌부도 바둑에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랬는데 35개 종목 제안에서 바둑은 빠졌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바둑이 빠진다는 것은 이미 지난 4월에 알려진 일이고, 최근 광저우아시안게임의 소식을 전하면서 몇 번 거론할 때도 밝힌 바 있듯,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제안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섭섭하다. 올림픽에 없는 가라테와 우슈는 있는데 말이다. 가라테와 우슈는 태권도와 경쟁하는 사이 아닌가. 아시안게임이니 일본과 중국을 생각해 주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하겠지만, 일본이나 중국도 좋아하는 바둑은 왜 뺐는지.
하긴 얼마 전 어느 체육계 인사의 트위터에 “세계 태권도연맹 총회에서 앞으로 국제 태권도 경기에서 그동안 공식용어로 되어 있던 한국어를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같은 보조언어로 하고 대신 영어를 공식용어로 하기로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시작’ ‘차렷’ 등의 한국말 구호를 들을 수 없게 된 것인데, 그 결정을 주도한 것이 우리였다”는 글이 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사실이라면 분노할 일이다. 인천의 경우는? 대한바둑협회는? 한국기원은? 대한체육회는? 문광부는?
남의 탓 할 것 없다. 바둑의 체육화를 주창하던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바둑애호가임을 내세우던 당시 인천시 수뇌부와 힘을 합해 노력했다면 그만한 로비 정도 성사시키지 못했을까. 그런 로비야 바람직한 로비 아닌가. 한국기원 뒤에는 GS그룹이 있다. 한국기원 이사진은 하나같이 우리나라에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이다. GS그룹과 그런 명망가들이 움직였다면 그래도 바둑이 빠졌을까. 세계바둑대회를 주최하는 기업으로는 삼성도 있고 농심도 있고 정관장도 있다. 그들이 모두 힘을 합했으면 그래도 안됐을까.
바둑 체스 장기 등이 아시안게임에서 아주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실내 아시안게임’으로 들어갈 것 같고, 인천에서는 2014년 아시안게임에 앞서 2013년에 실내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구 댄스스포츠 볼링 등이 실내로 들어올 것이다. 그걸로나마 위안을 삼다가도, 카바디 같은 걸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온다. 인도 펀잡 지방에서 유행하는 우리나라 술래잡기에 격투기 비슷한 게 가미된 ‘놀이 같은 스포츠’라고 하는데, 그런 거야말로 ‘듣보잡’ 아닌가. 우리 추억의 놀이 ‘다방구’도 한번 제안할 걸 그랬다. 카바디나 다방구나. 내친 김에 자치기 말타기 구슬치기 그런 것들도 제안을 할 걸 그랬다.
올림픽과 바둑. 가까워지는 듯하다가 다시 멀어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주무대에서 밀려났으니 올림픽에선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바둑을 배우고 둘 줄 알게 되면 삶을 누리고 즐기는 차원이 달라진다는 것, 그걸 보급하고 깨닫게 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긴 하지만, 박정환과 이슬아 이민진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광구 바둑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