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거북이처럼 구부정하게 앞으로 나와 있는 것이 거북목증후군. 직업상 오랜 시간 동안 컴퓨터 모니터를 사용하는 사무직 종사자나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흔한 편이다. 하지만 요즘은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할 때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자주 사용하는 이들에게도 많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릎 위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놓고 사용하면 시선이 70~80도 가까이 내려와 목 관절에 무리가 간다. 습관적으로 이런 자세를 취하면 목뼈를 지탱하는 목 뒷부분의 근육과 인대가 과도한 힘을 받아 팽팽하게 당겨지게 되고, 결국 근육과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뒷목, 어깨통증, 두통 등을 느끼는 것이다. 이 통증을 쉽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는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앞으로 나와 있는 ‘거북목’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거북목증후군이 왜 위험할까. 척추와 마찬가지로 목도 완만한 C자를 이루고 있는 상태가 가장 좋다. 이 완만한 곡선 없이 일자형에 가까워지는 거북목이 되면 척추 뼈 사이의 디스크나 관절, 인대,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목에 무리가 된다. 계속 거북목 자세가 되풀이되면 척추의 윗부분에 부담을 주고, 우리 몸이 이 상태에 적응해 점차 목 뒷부분의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면서 비틀린 자세로 굳어진다.
거북목증후군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목과 어깨근육이 뭉치고 쑤시는 근막통증증후군뿐만 아니라 머리의 무게가 목으로 집중돼 목뼈 디스크를 약하게 하는 디스크 변성증, 디스크 안에 있어야 할 수핵이 밖으로 돌출되는 목디스크의 위험이 크다.
자신이 거북목증후군인지 궁금하다면 옆에서 봤을 때 귓불 아래 방향으로 가상으로 선을 그어본다. 그린 선이 어깨의 제일 앞부분과 동일 선상에 놓여야 정상이다.
“만약 선이 3㎝ 이상 앞으로 떨어지면 거북목증후군 진행 단계이고, 5㎝ 이상이면 교정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박진규 부평 힘찬병원 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병원에서는 간단한 X-ray 검사만으로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거북목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물리치료와 운동치료, 보조기치료, 테이핑요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한다.
보통 목디스크는 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묵직한 느낌으로 시작되는데, 대개 목덜미 부근이나 어깨 주위에 통증이 있다. 신경근이 눌리는 경우에는 눌린 신경근과 연결된 팔, 손이 저리거나 통증이 있고 심한 경우엔 힘이 약해지고 마비되기도 한다.
하지만 초기에는 팔의 통증이나 저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단순한 근육통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목 질환을 어깨 질환으로 착각하는 환자도 많다. 목과 어깨는 서로 연결돼 있어서 어디서 통증이 비롯되는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목과 어깨 사이가 아프면 목디스크 등 목에 이상이 있는 것이고, 팔과 어깨가 맞닿는 곳이 아프면 오십견 등의 어깨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목덜미나 어깨에 통증이 자주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목운동 가능범위를 체크해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목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정상인은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턱이 가슴에 닿을 수 있고, 머리를 양 옆으로 80도 이상 돌릴 수 있다. 또 목을 옆으로 했을 때 귀가 어깨 쪽으로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정도까지 구부릴 수 있으며, 고개를 뒤로 30도까지 젖힐 수 있다. 이 운동 범위는 나이가 들면 점점 줄어드는 것이므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40대 이전의 젊은 사람이 이 정도의 운동이 되지 않거나, 운동을 할 때 통증이 심하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목디스크일 때는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등의 방법으로 먼저 치료해 보고, 그래도 좋아지지 않고 증상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평소 일하는 틈틈이 목을 스트레칭해 주는 등 신경을 쓰면 거북목증후군, 목디스크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목과 어깨 근육이 뭉쳤다면 온찜질을 하거나 마사지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하나, 오랜 시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의 모니터를 보느라 고개를 숙인 후에는 1시간에 5분 이상 휴식을 취해준다. 무리해서 사용한 목을 잘 쉬게 해주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이다.
참고로 디지털 기기로 인한 눈의 피로를 줄이려면 20분 모니터를 본 후에는 20초 정도 휴식시간을 갖고 6~7m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모니터 글자 크기를 키우고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모니터 화면 밝기도 조정한다.
둘, 올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오랜 시간 업무를 한다면 우선 책상의 높이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모니터를 눈높이(모니터와 눈이 수평이 되는 높이까지)에 맞춘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에 깊숙이 대고 허리는 되도록 등받이에 붙인다. 다리를 꼬거나 책상에 팔을 대고 손으로 턱을 괴는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셋, 적당한 높이의 베개를 쓴다. 높은 베개를 쓰면 목뼈가 일자형이 되어 목뼈의 신경과 혈관을 압박하고, 이런 목뼈의 변형은 척추의 변형에도 영향을 미친다. 높은 베개를 피하고, 바닥에서부터 약 6㎝ 높이가 되는 베개를 사용한다.
넷, 평소 목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스트레칭을 틈틈이 한다. 양 손으로 목 뒤를 감싸듯 받친 후 머리를 뒤로 젖힌 채 그대로 약 5~10초 정도 멈추기를 5회 정도 반복한다. 이 동작은 긴장된 목 근육을 풀어주고, C자 형태로 유지시켜 준다.
목을 위아래로 움직여 주려면 턱이 가슴까지 붙도록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가 몇 초 그대로 있다가 뒤로 천천히 젖힌다. 천장이 보일 때까지 뒤로 젖혀서 3초 동안 그대로 있는다. 이것을 10회 이상 반복한다.
하지만 이미 목 디스크를 앓고 있거나 목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고개를 젖히는 자세에 주의한다. 목을 뒤로 젖히는 자세는 고개를 숙이는 자세 못지않게 목과 어깨에 부담을 주는 자세이다. 오랫동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으면 목뼈의 추간공에서 빠져나오는 신경근과, 척추관 안의 혈관을 압박할 우려가 있다. 자동차나 비행기 등에 잠을 청할 때도 목 베개를 사용하거나 타월을 돌돌 말아 목과 어깨 사이에 끼워 목을 받쳐주는 것이 좋다.
다섯, 스마트폰이나 DMB폰 등 휴대폰, MP3, 디지털카메라 등을 목에 걸지 않는다. 아무리 작고 가벼운 디지털 기기라도 목에 걸면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가능한 가방이나 주머니 등에 넣고 다닌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박진규 부평 힘찬병원 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