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100% 국민여론 조사” vs 양승조 “중앙위가 선출해야”…빅3는 신경 쓰지 않아
예비경선이 이뤄진다면 오는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진행된다. 후보들 중 6명을 추려낸다. 예비경선과 본경선 룰은 조금 다르다. 100% 국민 참여 투표인 본경선과 달리 예비경선은 당원 50%, 국민 50%(지지층, 무당층) 각각 1200명씩 2400명 여론조사로 진행된다. 당원과 일반 국민(지지층, 무당층 여부 확인 후 응답)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각각 1200명의 응답을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본경선 진출자를 뽑는 방식이다.
화두를 던진 건 박용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5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경선과 관련해 현 50% 국민 여론 조사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지층인지, 무당층인지 묻지 말고 국민이면 누구나 응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 의견은 50%의 당원 여론 조사에서 충분히 반영되기 때문에 나머지 50% 국민 여론 조사는 국민 전체 여론이 반영되도록 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예비경선 과정에서도 본경선과 마찬가지로 100% 국민 여론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필요하다면 예비경선 여론 조사에서 100% 국민 여론을 묻는 것에도 찬성한다”며 “대선 예비경선 규칙을 정했던 2020년 8월과 지금은 당 지지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지층 지지율만 보고 사람을 뽑는 건 ‘우리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의원은 “예비경선 전 토론회가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을 보고 후보를 뽑을 수 있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 말대로 5월 민주당 지지율을 2020년 8월과 비교해 10%p 하락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진행한 2021년 5월 3주차 정당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35.9%를 기록한 국민의힘과 비교해 6.2%p 낮은 29.7%에 그쳤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진행한 2020년 8월 3주차 정당지지도에선 민주당이 39.7%를 보였다(자세한 사안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하면 된다).
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이나 무당층, 지지층 관계없이 누구나 응답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당내 지지층이 비교적 약한 박용진 의원으로선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PNR-(주)피플네트웍스가 ‘머니투데이’ 의뢰로 5월 22일 진행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용진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 가운데 민주당 지지층은 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 지지자 가운데 다른 당 지지층은 53%였다(자세한 사안은 여론조사 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하면 된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당직자들에게 컷오프 권한을 주는 게 맞다는 정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양 지사는 “우리 당 대선 후보를 내는 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며 “예비경선 전엔 5분 유세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 무작위 2400명에게 묻는 건 인기투표에 불과하다. 과거와 같이 당직자인 중앙위원들(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 지자체 의원 등)이 판단해 본경선 진출자를 선출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양 지사는 민주당으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19대 대통령 대선 경선 룰을 정한 당헌당규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당내 기반이 탄탄한 만큼 당직자의 결정에 맡기면 컷오프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당장 당헌·당규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고 대선 후보를 낼 때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게 당연하다”며 “현행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김 의원은 “상대에게 우리 패를 먼저 내보이는 게 좋은 일인가 생각해볼 일”이라며 경선 연기가 필요하고 강조했다.
예비경선까지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헌·당규를 바꾸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진 않을 전망이다. 또 빅3 대선 주자 측은 예비경선에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2019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현재 대선 방식을 만들었고 현재 정세균 전 총리를 돕고 있는 안규백 의원은 “당헌·당규를 바꾸려면 실무적으로 최소 69일이 필요하다”며 “이 시점에서 예비경선 룰을 바꾸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은 “과거 전당대회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지금까지 심각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일정을 이렇게 잡았다.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경선을 치르려면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로 경선을 늦출 필요가 있다”며 “경선 일정을 미루는 게 누군가에게 유리하지도 않다고 본다. 어차피 될 사람이 된다. (전당대회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은) 최고위의 결단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경선 룰과 관련해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이 전 대표께서도 선수가 규칙을 바꾸겠다고 나설 순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선 예비경선과 경선 룰을 두고 서로 날을 세워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경선 룰이 정해졌을 때에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경선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민주당 불화를 조장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이 지난 4·7재보궐 선거 때 무리하게 당헌·당규를 바꿔서 후보를 내는 바람에 뭇매를 맞았다”며 “물론 우리가 후보를 먼저 내면 상대 당에서 얼마나 많은 공격을 할지 예상되지만 당헌·당규 바꾸는 일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5월 18일 찾은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주자들이 경선규칙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언제까지 정하겠다는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당헌·당규상 이미 정해져 있다”있다고 일축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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