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휘 부상과 ‘쌍둥이’ 징계 대체 자원 찾아야…이다현·박은진·정지윤 등 영건 기대감
#돌아온 대표팀
대표팀은 약 1년 6개월 만에 손발을 맞추게 됐다. 매년 여름 반복돼온 대표팀 일정은 지난해 여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면 취소됐다. 이에 월드리그와 월드 그랑프리를 통합한 FIVB의 '야심작'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도 2회 대회 만에 1년간 휴식기를 가졌다.
대표팀의 최대 목표이자 전세계 강호들이 모이는 올림픽 또한 1년 뒤로 미뤄졌다.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대표팀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 일정의 연기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도쿄로 향하는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확보해놓은 대표팀이었다. 대표팀 사상 최초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체제에서 2019년 8월 열렸던 2020 도쿄올림픽 대륙 간 예선 당시 강호 러시아에 분패하며 본선행 조기 확정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대표팀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해 초 열린 아시아지역 예선에 걸렸던 단 1장의 티켓을 거머쥐며 올림픽 본선 진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핵심 전력 김연경이 부상을 입는 악재 속에서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김연경은 당시 조별리그와 4강전에서 숨을 고른 이후 난적 태국과의 결승전에서 22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공백 메우기
1년 6개월 만에 돌아온 대표팀은 일부 면면이 달라졌다. 그간 배구계에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대표팀으로선 핵심 전력 이탈의 공백을 메워야 했다.
김연경의 복귀로 떠들썩하게 시작한 2020-2021 V리그는 또 다른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배구계 스타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팀내 불화, 학교 폭력 논란을 일으키며 출전정지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이들은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자격도 박탈당했다.
이들 쌍둥이 자매는 대표팀 내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던 인물들이었다. 김연경이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사이 이재영은 V리그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2017년에는 V리그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쥘 당시 이재영은 김연경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18점)을 책임졌다.
'언니에 비해 성장세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던 이다영도 자신의 재능을 증명이라도 하듯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라바리니 감독 체제에서 주전 세터로 중용된 그는 자신감을 찾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세터가 됐다.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으며 받은 연봉 4억 원의 계약 조건은 그의 가치를 증명하는 사례였다.
하지만 이들은 나란히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대표팀으로선 대체 자원을 찾아야 했다. 레프트 이재영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는 이소영이 첫 손에 꼽힌다.
기량은 인정받고 있었지만 그간 잦은 부상으로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소영은 지난 1년간 오랜만에 건강한 시즌을 보냈다. 건강의 결과는 소속팀 GS칼텍스의 3관왕이었다.
이소영은 이번 VNL부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특유의 호쾌한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경기를 치른 현재 리시브 29개를 기록하며 대회 전체 1위에 올랐다. 2위 세르비아 사라 로조와 10개 차이다.
이다영이 빠진 세터 자리에는 경쟁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라바리니 감독 또한 "염혜선 안혜진 김다인을 놓고 지켜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염혜선은 오랜 기간 대표팀 한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 안혜진은 라바리니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인 반면 김다인은 이번이 생애 첫 대표팀 발탁이다.
#부상 악재 어떡하나
대표팀의 전력 공백은 징계를 받은 이들 외에도 존재했다. 대표팀 전력으로 평가받는 일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며 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레프트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유력했던 강소휘는 최근 수술을 받으며 올림픽행마저 좌절됐다.
당초 강소휘는 V리그 일정 중 생긴 발목 부상으로 VNL 불참은 예고해왔다. 회복 이후 대표팀 합류가 예상됐지만 부상이 심해 수술을 받게 됐다. 강소휘는 이소영과 함께 GS칼텍스의 우승을 이끈 인물이기에 대표팀으로선 아쉬운 결과였다. 현재는 그를 대체해 표승주와 육서영이 레프트 자원으로 선발돼 활약하고 있다.
오랜 기간 대표팀 라이트 포지션을 책임져왔던 김희진도 부상으로 빠졌다. 대한배구협회가 발표한 최초 대표팀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소집훈련 도중 통증을 느낀 김희진은 결국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게 됐다. 다만 강소휘와는 달리 김희진은 올림픽 개막 이전 합류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라이트는 대표팀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꼽히는 포지션이다. 대부분의 V리그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를 이 포지션에 활용해 대표팀 선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희진 역시 소속팀에서는 주로 센터를 맡으며 대표팀에서 혼란을 경험한 바 있다.
김희진의 공백은 박정아와 정지윤이 메우고 있다. 박정아는 주로 레프트에서 활용되는 자원이지만 이전부터 대표팀에서는 라이트를 소화한 경험이 있다. 정지윤 또한 센터와 라이트를 오갈 수 있는 자원. 이에 김희진의 대체자로 라바리니 감독으로부터 낙점을 받았고 이번 VNL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정아는 26일 열린 태국과의 경기에서 23점을 뽑아내며 김연경 없이도 승리를 따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영건들의 성장
한 해설위원은 대표팀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주전 멤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2012 런던올림픽부터 전성기를 맞이해온 대표팀이지만 그만큼 소수 선수들의 활약에 의존해온 그림자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소집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다현, 박은진, 육서영, 정지윤 등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태어난 이들은 팀의 요소요소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전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 VNL 첫 경기 중국전에서 정지윤이 코트에 올라 특유의 파워풀한 스파이크를 선보이자 상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영건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다.
어린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김연경, 양효진 등 런던올림픽부터 대표팀을 이끌어온 베테랑들에 이어 또 다른 황금세대로 각광받았다. 이에 일부는 고교 시절부터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어린 선수들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발은 됐지만 코트를 밟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도 했다. 실제 전임 감독은 유망주를 선발해놓고도 기용하지 않아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번 대표팀 소집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시즌 동안 프로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올림픽 전초전'으로 간주되는 VNL은 지난 25일 막을 올려 오는 6월 21일까지 이어진다. 대표팀은 미국, 브라질, 터키, 러시아 등 세계 강호를 고루 만나 모의고사를 치른다. 올림픽은 7월 25일부터 예선 라운드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은 세르비아, 도미니카 공화국, 일본, 케냐, 브라질 등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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